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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동남아 최고봉 키나바루산 등정기(셋째날)

by 풀꽃* 2007. 4. 21.
언제:2007년2월28일~3월4일 날씨:맑음
어디:말레이시아 키나바루산
위치: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북단 사바주
코스:메실라우 리조트-메실라우 게이트-밤부-라양라양 산장-라반라타 산장-사얏사얏 대피소-로우봉 정상-라반라타 산장-라양라양 산장-팀포혼 게이트


숙소의 자리가 부족하였는지 우리 셋은(한성인 권사님,오민애 자매님,나)산장 사무실로 쓰고있는 곳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걸 보면 그곳 사람들의 믿음과 순수함을 느낄수 있다.
조금 늦게 숙소(사무실)로 들어갔는데도 직원들의 출,퇴근 채크로 인하여 자주 문을 들락거린다.
한성인 권사님만 대표로 잠을 자고 자매님과 나는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

02시30분
동계복장으로 갈아입고 산장을 나오니 헤드렌턴 불빛에 들어오는 열대고사리 군락이 등산로 양쪽으로 광활하게 들어온다.
바로 위 파나라반 산장에 도착하여 일행들과 합류하여 정상을 향하여 오른다.
이틀밤을 잠을 못자선지 천천히 오르는 발걸음이 졸음을 몰고온다.
좁은 나무계단과 돌로된 오름길은 한참을 이어진다.
불빛에 들어오는 이름모를 예쁜 꽃들이 아침인사를 하는듯 우릴 반긴다.

졸음이 몰려와 속도를 내고 싶지만 현지 가이드의 철저한 만류에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다. 완전 거북이 걸음이다.
로프를 타고 1시간 이상 오르니 마지막 대피소인 사얏사얏 대피소에서 입산 신고시 받은 인증표를 제시하여 체크를 받고 통과한다.

어둠속에 온통 거대한 바위산,헤드렌턴에 비치는 하얀밧줄이 계속 설치되어 있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를 표시하는 중요한 길잡이었다.
선등으로 정상에 서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었다.
가도 가도 끝이없는 화강암 바윗길......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의 불빛만이 길게 띠를 잇고 매서운 칼바람이 길동무를 자청한다.

일행들과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것 같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오르면 오를수록 바람은 더 심술을 부린다.
정상은 바람이 더 거셀것 같아 중간 중간 바람을 피할수 있는 곳을 찾아서 휴식을 갖는다.
어제 차안에서 가이드가 안내말씀을 할 때에 별빛이 아름답다더니 정말 하늘에 떠 있는 별빛이 장난이 아니다.
완전 별밭 군락지 라고 할까?
금방이라도 별들이 펑~~펑~~쏱아질것만 같았다.
어둠,바람,바위,로푸,산객들과, 보름을 조금 앞둔 환한 달빛뿐이다.
거센 바람이 불어 힘은 들지만 모든게 정겹게 느껴진다.
다시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한다.
한국의 소백산 칼바람보다 더 강한 바람과 몸을 부데끼면서 정상으로 향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이 움직일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너무 힘든 순간에서는 "이제 해외등반은 이번으로 마지막 이라고 마음까지 다진다."

우측으로 불빛이 한군데 몰려있는 것으로 보아 그곳이 정상인듯 싶다.
곳곳에 바람을 피하기 위해 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인다.
일행들을 만나기 위해선 또 한번의 휴식이 필요하다.
하얀 로프가 있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
바람 한점없는 A급의 아지트이다.
이곳아니면 볼 수 없는 별밭을 바라보며 낭만의 시간을 즐긴다.
지난해 가을 영남알프스 종주를 하면서 샘물 산장에서의 별밤도 아름다웠었는데 이곳 하늘의 별밭은 한없이 고요하고 달빛,별빛만이 나의 마음을 울린다.
온 몸이 새벽달빛에 흠뻑 젖기도 하면서......
또한 가장 깨끗한 아침햇살에 흠뻑 젖기도 하면서 ......가장 깨끗한 마음으로 바람 불어 오는 길을 따라서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이 가까와 오면서 설악산 서북릉 귀떼기청봉 같이 커다란 돌들이 쌓인 오름길이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사방팔방이 암혹과도 같았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다.

많은 등산객으로 인해 로우봉 정상은 발딛음 할 곳도 없이 세계 각국의 등산객으로 하여금 서로 밀며 몸싸움이 벌어진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 장엄한 일출을 보기 위해 어둠이 한창인 새벽부터 새벽잠을 설처가며 오른 보람이 있는것 같다.

다시 태어나는 산하......하늘이 그리는 그림에 취한다.
화강암 바위산이 동서남북으로 제각기 모습이 다르니 이 거대한 암산을 배경으로 이리 저리 기념촬영을 한다.
잠시후 일행들이 다 오른후 정상 조금 아래에서 프랜카드를 펼쳐들고 기념촬영을 가진다.

날이 밝아오면서 바람도 서서히 꼬리를 감춘다.
하산길에 들어가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디카에 담으면서 키나바루산의 정기를 마음속 가득 담는다.
성경에 나오는 "태초"란 말이 이런 풍경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 하나의 세상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물감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색으로 채색되어 지는 그 광경은 천지창조란 그림으로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금 저 해가 뜨는 것은 또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산위에서 보는 아름다운 운해가 산바다를 그려놓고 우리를 감동시킨다.
아름다운 향연이 그립게만 다가온다. 두 팔 모두 벌리고 그곳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까지 느껴진다.

사얏사얏 대피소가 바라다 보이면서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 오를때는 어둠에 갇혀 어둠 뿐이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아름다움을 볼때마다 함께하지 못한 님들의 생각으로 아쉬움이 가득하다.
산에만 오르면 산소녀가 되어 이리뛰고~~~ 저리뛰고~~~ 예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풀꽃향기~~~ 풀꽃내음~~~ 가득한 이곳!!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천상의 식물원이다.
이런곳에 살았으면 좋겠다.......이런곳에 살았으면 좋겠다를 반복하면서......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의 신비가 얼마나 오묘한가?
저 홀로 피었다 지는 꽃들의 순환을 보면서 신비로 가득찬 자연의 변신이 이토록 아름다운 사실을......
라반나타 산장에 도착하여 늦은 아침을 먹고 팀포혼 게이트를 향하여 하산에 들어간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키나바루산을 한걸음 한걸음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연실 뒤를 돌아보며 다시한번 풍광을 마음 구석 구석 담는다.

라양라양 산장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면서 뒤에오는 한성인 권사님을 기다린다.
몹씨 힘들어하는 권사님과 함께 팀포혼 게이트로 가는 밀림지대를 감상하면서 걷는 길이 왠지 꿈만 같다.
스크린만을 통해 볼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었었는데......지금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내 인생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것 같이 느껴진다.
팀포혼 게이트를 얼마 앞두고 마지막으로 칼슨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폭포인데 수량도 많고 물줄기도 꾀나 길었다.
이틀간의 산행시간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아직은 내 생애 최고의 잊혀지지 않을 산행길인것 같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장원근 집사님,고재근 집사님,이건태 집사님,노봉자 권사님,장경희 권사님,한성인 권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제2탄 북알프스로 화이팅~~

하루 두차례 거의 비가 내린다는 키나바루산 이었는데.....우리 모두는 축복받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쾌청한 날씨속에 아무 사고없이 다녀오게 하심을 주님앞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의 기도문 같이 어디를 가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처럼 가이드님을 비롯해 좋은 분들과 즐겁게 산행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쁨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07년3월6일*****들꽃향기*^^*

2007-03-06 12:28:38 / 61.47.19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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