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7년2월6일(화요일) 날씨:맑음
어디:지리산 만복대(1433.4m)
위치:전라남도 남원
코스:고기삼거리-고리봉-정령치-만복대-성삼재(당독마을)
언젠가부터 겨울이 오면 꼭 걸어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올 겨울 두번째 은빛 설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지리산을 택했으나 그 꿈은 비켜가고 말았다.
얼마전 지리산에 많은 양의 눈도 내리건만......
성삼재로 오르는 길은 많은 양의 눈이 얼어붙어 차량통제가 된다.
들머리가 성삼재로 시작되는 것을 차를 돌려 하산 코스인 고기삼거리로 역산행을 하게된다.
다른 차량들은 관리요원들과 실갱이를 하고 있는데.....
그래도 회장님의 오랜 노하우가 있어 순발력있게 바로 코스를 바꾸고 대처해 나가신다.
아!! 역시 연륜이 있으니까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시는것 같다.
새벽부터 달려왔건만 통제로 인해 길에서 보낸 시간이 장장 6시간이다.
11시15분 들머리인 고기삼거리부터 출발이다.
눈이 많이 있을거란 예감으로 아예 아이젠을 착용하고 시작한다.
권사님을 비롯해 함께한 일행들이 셋이 있지만.....
인천의 명문산악회에 와서 나의 실력을 발휘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함께한 일행들한테는 미안하지만 회장님께서 후미를 봐주신다기에 욕심을 내본다.
산행전 팀장님께서 절대로 선두대장님을 앞서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준수하면서 산행에 임한다.
역시 지리에 드니까 공기부터가 맑고 상쾌하다.
키가 큰 쭉쭉뻗은 소나무 군락이 한참을 이어진다.
처음 솔밭에 발을 딛었을때는 그윽한 솔내음이 코를 찌르며 가득하더니 30 여분을 솔밭길을 걷고 있을때는 이미 그때는 솔향기에 중독이 되었는지 아무리 냄새를 맡아도 향기를 느끼지 못했다. 중독이란 역시 무서운 것이다.
등산로를 가운데 두고 우측으로는 소나무 군락,좌측으로는 메타스퀘어 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모두가 생태계에 적합한 것을 심어놓은 것 같다.
계절은 겨울인데 봄산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날씨가 너무나도 따뜻하다. 4월하고도 중순에 해당되는 날씨다.
눈길을 걸으면서도 그늘을 지나면 벌써 시원함을 느끼고 바람이 불어도 춥기보다는 시원함이 더 가깝다.
마음을 활짝 열어 심호흡을 하며 지리의 맑은 공기로 자리바꿈 한다.
경사가 지긴했어도 마치 자연휴양림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출발은 후미로 시작해서 선두계열에 까지 따라 붙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선두대장님께서는 꾸준히 앞에 오르고 계셨다.
연로하신데도 어떻게 저렇게 산을 잘 타시는지.....
배낭의 크기도 도이터배낭 50리터+10 용량으로 그 안을 가득 채우시고.....
그렇게 잘 오르시더니 계속되는 오림길에서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시는지 길을 양보하시면서 먼저 앞서가란다.
고리봉을 오르는 길은 국망봉 정상을 오르듯이 경사가 급하게 되어있다.
그곳을 오르면서 2년전 국망봉을 오르면서 고생하였던 추억이 스쳐간다.
고리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우측으로 저 멀리 올려다 보이는 곳이 만복대란다.
죄측으로는 바래봉이 올려다 보이고 그 뒤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쪽이 천왕봉 방향이란다.
이젠 지리산 종주 두 번을 하고나니 지리산의 방향을 어느정도 가늠이 되어지는 것 같다.
고리봉에서 만복대를 향하여 바라보면 정령치 휴계소가 내려다 보인다.
거리로는 고리봉에서 20 여분이 소요된다.
그 길을 따라 걷노라면 진랄래 군락을 만나게 되는데 아직 꽃은 없지만.....잠시 머물며 만개한 꽃을 상상하며 행복한 마음을 가져본다.
정령치 휴계소!!
이곳도 눈이 쌓여 미끄러운지 차량들을 통제시키나 보다.
휴계소도 인적이 없고 조용하다.
도로를 건너 만복대로 향하는 길은 눈이 잔득 쌓인 오름길이다.
등산로 양 옆으로는 1m가량의 눈이 쌓여있다.
등산로 양 옆으로는 계속 철쭉나무가 즐비하게 이어진다.
요즘들어 각 산악회에서 이곳을 다녀가는 이유가 바로 이곳의 눈꽃을 즐기려고 한 것인데 올 해에는 이상 고온현상으로 기대를 비켜가고 있다.
아무래도 올해에는 내게도 눈과의 인연은 없는 듯 싶다.
눈꽃은 없을지라도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철쭉이 만개한 때를 상상하면서 즐거운 산행길을 걷고있다.
아까 고리봉에서 올려다 볼때는 먼 거리처럼 느껴졌는데.....
한발한발 내딛는 발거음이 벌써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있다.
아름다운 능선길엔 백설의 눈과 철쭉뿐이다.
이번에는 하얀 눈꽃을 상상하면서 눈꽃의 터널을 연상시켜 본다.
눈꽃은 비록 없지만 나만의 행복한 산행길을 만들어 걷고있다.
사람의 마음은 늘 생각하기 나름인것 같다.
눈꽃터널을 상상하니 금새 눈꽃세상의 행복이 찾아오는 듯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도 모두가 생각하기 나름인것 같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행복한 삶이 될것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불행한 삶이 될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이렇듯 신비스런 자연과 함께함이 아닌가 싶다.
잘 아는 지인이 겨울 설경에 반해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더니....
나 역시 살아있는 자연이 그저 좋아 산을 찾게 된것 같다.
철쭉나무가 보기좋게 나를 애워싸고 있어 나를 호위라도 하는 듯 하다.
이런 길을 거닐어 볼 수 있음,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제 멀지 않아 숲에는 신록의 문이 열릴것이다.
새 움을 틔이고,가지를 뻗으면서 연두빛 물감을 풀어 놓을 것이다.
겨울만이 그릴 수 있는 풍경!!
옷을 모두 벗어버린 앙상한 나무가지,그리고 백설.....
대 자연 앞에서는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도 작아지게 마련이다.
연두빛 물감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고~ ~ 신록의 빛갈로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고~ ~ 또 오색 단풍으로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 백설의 하얀 눈꽃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사계를 돌아보면서.....
산이 아퍼하지 않도록,상처받지 않도록,온듯,만듯,표시나지 않게 다녀가기를 바랄뿐이다.
만복대를 한참 앞두고 또 선두대장님이 길을 비키시며 앞서가라며 저 위에 돌탑이 쌓인곳이 만복대라고 일러주신다.
정령치에서 만복대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맨 앞에 내가 서고 그 뒤를 이어 남자등산객 5명이 오르고 있다.
만복대를 100m 앞두고 힘들이든지 일행중 한 명이 쉬었다 가자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들려오는 소리가.....여자분도 쉬지않고 가는데 자존심이 있지 남자가 어떻게 쉬냐며.....계속 따라오른다.ㅋㅋ
드디어 만복대 정상에 도착했다.(2시40분)
돌로된 막대모양의 표지석과 좌측으로 돌탑만이 우뚝 서 있다.
아까 뒤따라 올라오던 남자등산객 하는 말!!
따라오느냐고 죽을뻔했다면서 죄송하지만 나이가 어떻게 됐냐고 묻는다.
몇이라고 말을 안하니까 나보고 40 대 중반정도 되어 보인단다.
아마 나이를 알면 한번 더 놀라지 않았을까?
돌탑 아래 양지바른 곳에 앉아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워 먹으면서 담소를 나눈다.
전화가 안돼 팀장님께 무전기로 후미 대장님께 우리 일행들한테 만복대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다고 소식을 전한다.
일행들이 오기까지는 40 여분의 시간이 지났다.
모처럼 함께한 산행길인데.....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제 나의 실력을 보여주었으니까 하산길은 느긋하게 일행들과 함께 할 것이다.
성삼재 부근 당독마을로 가는길
좌측으로는 때 지난 억새가 빛을 바래가며 군락을 이루고 양지바른 하산길은 눈이 녹아 질퍽질퍽 시커먼 진흙길이다.
신발도,바지도 감당이 되질않는다. 아예 될대로 되라 하는 식으로 맘 편하게 진흙 수렁길을 걷고있다.
가도가도 끝이없는 진흙길......오늘 산행의 주제가 혹시 진흙산행!!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장장 3km의 진흙길.....
오랜시간 산행을 해 왔지만 이런 길은 처음 걸어본다.
중간중간 깔끔쟁이가 되어보려고 눈을 뭉쳐 옷에 묻은 흙을 씻어내기도 하였다.
명숙자매 하는 말!!
깔끔쟁이 권사님과 다니더니만 닮아간다나..
성삼재로 이어지는 길이 내려다 보인다. 그리로 하산을 하면 거의 다와가는데 차가 그리로 오르지를 못해 한참 아래인 당독마을까지 걸어가야 한다.
시간으로 한 시간이 소요된다.
좀 지루하긴 하지만 겨울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 하며 겨울의 마지막 정취를 마음에 담는다.
바람 한 점 없는 산골짜기는 벌써 봄을 준비하는 산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하고 계곡 한켠에는 겨우내 얼어있던 물 흐르는 소리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도 이곳에 와서 지리의 한자락을 마음에 담으니 재산이 불어난듯 마음이 뿌듯하다.
우리 일행들 회장님한테 나의 P.R을 얼마나 하였는지 회장님 나한테 산악회홍보를 잘 부탁한다며 V.R.P 대접을 받는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점심겸 저녁!!
즉석에서 준비한 맛있는 보쌈과 과메기까지..
그리고 구수한 숭륭과 누릉밥 어느 한 가지도 맛을 잊을 수 없는 저녁 만찬이 나의 체중을 1kg이나 불려났다는 사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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