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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말레이시아 보루네오섬 키나바루산 등정기

by 풀꽃* 2007. 4. 21.
2005년 2월 지리산 중산리를 시작으로 2006년 9월 9일 진부령 까지 주말을 틈 타 쉬지 않고 열심히 걸어온 백두대간(남한구간)을 마치면서 아쉬움과 홀가분함의 마침표를 찍기 위한 해외원정지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보로네오섬 북단 사바주에 위치하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다는 키나바루산을 택하게 되었다.
4,095m 키나바루 산은 3,200고지 까지는 거대한 천상 식물원으로 각종 열대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산행지이며 3,300m 고지에 있는 유럽풍의 라반라타 산장에서 정상(LOWS PEAK:4,095m)까지는 한대성 기후로 풀 한포기 없고, 자연스레 다듬어진 웅대한 암산으로 풍광이 절정을 이루어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하나님이 아니면 창조해 내지 못할 환상적인 작품이란 것을 느끼게 한다.
  원정 산행 준비를 위해 몇차례의 모임으로 예비 지식과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말레이시아 키나바루행을 위한 일정은 하루하루 카운트다운 되었고 마침내 출발을 확인하는 긴박한 메시지가 날아 들어 온다.
  드디어 10월 14일 06시 청주 실내체육관으로 한분한분 모여 들었고 그들 모두의 얼굴에선 긴장감과 설레임이 역역해 보인다. 청주를 출발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여권수속 절차를 밟았고, 말레시이야 항공(11:30)MH065편으로 이륙하여, 5시간 정도의 비행후에야 코타키나바루가 있는 보르네오섬 해안이 내려다 보였다.
  동남아 특유의 수상가옥들이 해안 주변으로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한국시간 보다 1시간 늦으니 현지시각 15시30분으로 시계를 맞추고, 공항을 나오니 여행사측 가이드와 보조원들이 "레저 토피아 원정팀 환영"이란 프랜카드 앞세운 채 맞이 해준다. 준비된 이동버스에 짐과 몸과 마음을 싣고, 코타키나바루 시내를 통과하여, 숙박지 메실라우트 리조트를 향해, 관광도 하며 3~4시간 정도 이동했다. 우리와 함께할 한국인 가이드의 인사말과 현지 주종교인 이슬람교에 대한 금기사항을 설명 듣고, 차창밖에 보이는 야자수 나무와 어우러진 이국 풍경을 감상하면서 차후 일정에 대한 설명과 기타 등등을 듣다보니 어느새 숙소인 메실라우트 리조트에 도착했다.
 통나무로 건축된 건물들이 산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우리 대원들을 반긴다. 현지에서의 첫 저녁 식사는 과연? 기대감, 선입관으로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고추장과 밑반찬을 재빠르게 풀어놓고, 현지식으로 준비된 알람미 쌀밥과 풍성한 야채와 각종 음식에 한국산 소주 한잔을 곁들이니, 온 종일 여행길의 피고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모두들 생기를 되찾으며 내일의 산행에 자신감과 여유를 보여준다.
   둘째날(10월15일) 07시 조식후 산행에 필요한 배낭과 복장으로 멋드러지게 차려 입고, 설레이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채, 이국적 숲속 풍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배낭 무게를 부담스러워 하는 일부 대원들은 현지인 포터셀파를 쓰기로 한다. 현지인 포터셀파는 등산객 8명당 1인 고용은 필수이고, 포터셀파 고용시 Kg당 한화로2,000~3,000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장난 삼아 내 배낭을 계근대에 달아보니 17kg(약42.500원), 배낭 속에는 청주에서 부터 준비해간 꽝꽝 얼린 大자물통(우유물통과 PT병)이 시간과 온도 변화에도 시원함을 간직한 채 비밀의 생명수로 숨겨져 있다. 다시 한번 등반을 위한 최종 점검을 한 다음, 키나바루 국립공원 입산 수속을 마치고, 입산 허가 인식표를 발급 받아 목에 걸고, 메실라우 게이트를 통과(08:30) 열대 정글 속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맨 앞에는 가이드가 제일 뒤에는 후미를 챙기며 보조해 주는 포터셀파로 대열을 이루며 열대림 속으로  빠져간다. 잘 정리된 등산로이나 잦은 비로 인해 질벅질벅.. 나무계단, 계곡을 통과하여 제1쉼터 팔각정을 지나 오르막은 계속 이어지고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나무들과 기생하는 풍란, 처음보는  꽃들, 아열대 식물, 특히 식충식물 등등이 우리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동안 제2, 제3 쉼터를 지나 어느새 제4쉼터인 타카르드 휴게소에 도착, 지친몸을 재충전하는 점심 식사 시간을 갖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후 다시 출발하여 30~40분정도 오르다 보니 제5쉼터 라양라양 대피소... 갑자기 산행 인파가 늘어나 보인다.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산객들도 간간이 보이기도 했다. 
팀폰 게이트로 등반하는 코스와 합류되는 지점이었다. 키다바루 입산 코스로는 메실라우와 팀폰 코스가 있고, 우리팀은 2시간 정도 더 소요되는 메실라우(5시간)→라양라양(3시간)→라반라타(3시간)→정상(2시간)→라반라타(1시간)→라양라양(2시간)→팀폰으로 하산하는 정석 종주 산행코스를 택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3,000m지대에 다다르면서는 더욱 급경사 오르막은 돌계단으로 이어졌고, 모든 산객들의 표정이 지쳐 보인다. 우리 팀원들 중에도 고산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오는 어지러움, 갈증, 근육경련 등등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리가 이쪽,저쪽에서 들려온다. 서로를 격려하며, 준비해 간 비상약과 식수와 간식를 나누어 가며 2~3시간을 오르니, 고산나무(작은 침엽수)와 암산 틈으로(15:30) 우리들의 베이스 캠프라 할까, 숙박지 산장인 라반라타 산장이 서서히 드러났다. 오르막 등정의 열기가 식을 세라 산장내 세면장을 찾아 샤워를 한 다음, 한대성 기후와 고산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 방한 복장으로 갈아 입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 숙소를 배정 받고 자유시간을 갖으며, 키나바르산 절정을 이루는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 있는 라반라타 산장을 배경으로 이런 모습, 저런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느라 분주하다. 특히 저녁 노을과 일몰의 순간을 잡기 위해 몇몇 사진 작가님들은 어둠속에 지는 해를 따라 정신없이 하산의 방향으로 사라져 한참동안 궁금하게 했다.
  삼일째 되는 내일은 새벽 2시에 기상하여 동지나해 일출에 맞추어 정상을 향해 등반하는 날이다. 영하의 찬바람이 솔솔 머릿 쪽으로 스며든다. 엎치락 뒤치락 모두들 잠의 깊이는 없는 듯 하다. 드디어 02시를 알리는 기상소리와 함성에 툭툭 털고 나가보니, 컵라면 잔치가 벌어졌다. 국물 얻어 먹고, 냉수와 온수를 물통에 채웠다. 배낭에 최소한의 짐을 꾸려 헤드렌턴에 의지하며, 정상을 향해 출발하였고, 암산에 철계단을 지나, 로프를 타고 1시간 정도 오르니, 완전히 풀 한포기 없는 화강암 바위산이 시작되었고, 마지막 대피소인 사얏사얏 게이트에서 입산 신고시 받은 인증표를 제시하여 체크를 받고 통과 한다. 어둠속에 온통 거대 바위산, 헤드렌턴에 비치는 밧줄이 60Φ정도 두께로 계속 설치되어 있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를 표시하는 중요한 길잡이였다. 내 배낭에 든 물을 염두에 둔 몇몇 대원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갑자기 선등으로 정상에 서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었다. 정상에(05:00) 올라 보니 어둠이 걷히지 않아 사방팔방이 암흑과 같았다. 준비된 옷을 좀 더 걸쳐 입고, 우리팀들이 합류하길 기다리며 추위를 견디는 동안 후발 산객들이 하나하나 모여 들었다.
30분쯤 뒤 우리 대원 중 제일 고령이신 신현섭(73세) 어른과 허태웅 어른이 도착하셨다. 백두대간을 같이 하면서도 느꼈지만,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씀이 또 실감이 든다. 한시간쯤 기다리니 우리 대원들 모두가 도착했다. 날은 완전히 밝았으나 뒤덮힌 운해로 완전한 일출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화강암 바위산의 자태가 동서남북으로 제각기 모습이 다르니, 이 거대한 암산을 배경으로 이리저리 기념 촬영을 하였고, 아쉬운 정상(LOWS PEAK)을 뒤로 한 채 하산을(7:00) 시작하였다. 어두움은 완전히 걷히고 웅대한 화강암 바위산을 둘러보며, 다시 한 번 탄성을 자아내며 하산하여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8:30), "정상 등정 완료" 기쁨에 꿀맛 같은 아침 식사를 하였고, 계속해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라반라타 산장에서 팀폰게이트를 향해 9:30분 하산을 시작하였다. 마주치는 산객들과 밝은 산행 인사도 나누며, 키나바루산 등정 과정에 생겼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3시간 정도를 즐겁게 걷다보니 벌써 "팀폰게이트"가 아닌가.
 사일째 되는 날, 오전은 사피섬으로 이동, 동남아 특유의 수상레져 스포츠(제트스키,바나나,낙하산, 잠수,수영등등)을 즐기며 로스구이와 해산물 바비큐 부페로 점심 식사를 하고, 시내로 이동하여 360도 돌아가는 시청 청사, 이슬람사원 등등 시내 구경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오일째 되는 날 청주를 도착하여 해단식을 가졌다. 하루에 한번 이상 비가 온다는 현지의 열대성 기상 현상
(스콜)에도 거역하며 우리를 보호하듯이 좋은 날씨 속에서 2006년10월14일 부터 10월18일까지(4박5일) 일정으로 박철순 회장님을 비롯해 김웅식 대장, 민영복 총무, 이성택 총무님을 포함해 레저 토피아 산악회원 16명이 키나바루산 등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축복이요. 행복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내일도 항상 감사와 고마움으로 충만되길 바라며, 우리들의 마음에 영원히 간직할 추억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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