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6년8월23일(수요일) 날씨:해,소나기 잠깐
어디:내연산 삼지봉(710m)향로봉(930m)
위치:경북 포항 누구랑:안내산악회 따라....
꼭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산이기에 설악공룡 계획 이틀전인 수요일날 징검다리 산행을 시작한다.
산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마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내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었기에 조금은 망설임 끝에 나선 산행길이다.
잿빛 도시의 우중충한 새벽을 둘러보면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별들은 아직 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체 새벽 하늘을 수 놓고 있었다.
걸음을 걸으면서 생각한다. 나도 참 많이 변했다고..... 내가 변한 것이 아니고....산이 나를 변화시킨 것이다.
몇년 전만해도 혼자서는 감히 안내산악회를 따라 산행 하는것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가고 싶은 산이 있으면 제법 잘도 따라 나선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나에 대한 도전이고 또 내가 넘어야 할 목표이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떠나는 산행길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조금은 지루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시간들을 생각하니 벌써 기쁨이 가득하다.
하옥 향로교를 조금 앞두고 입구부터 기암절벽의 절경을 이루고 맑은 은빛 계곡 물소리가 지리하게 달려온 지친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들머리인 하옥 향로교!1
시작부터 우리를 긴장시킨다.5시간이 넘게 앉아서만 오다 깍아지른 전형적인 오름길은 워밍업도 없이 숨이 턱턱 막힌다.
어젯밤 많은 양의 비를 뿌렸는지 촉촉한 산길에서는 은은한 흙내음이 올라온다.
길게 띠를 이어오던 행렬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줄이 끊기고 이마의 땀은 거친 호흡을 증명해 주고 있다.
20여분을 힘들게 오르니 경사가 조금은 원만해 지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힘들고.....
가슴까지 차고 올라오는 숨소리는 거칠어 지지만 쉴줄 모르는 산꾼을 따라가는 이내몸은 쏟아지는 땀방울로 땅을 적신다.
40여분을 오르니 능선에 다달았다.
맴~~맴~~ 쓰르람~~~~ 늦은 여름을 알리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산에 숨결에 하나가 되어 변함없는 생명력으로 우리를 축복하고.... 아기자기한 좁은 등산로 양 옆으론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 밑을 바치고 있는 송이풀들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쭉쭉뻗은 신갈나무의 어우러짐 속에 산길에서 만나는 작은 야생화의 환한 미소에 나 또한 미소를 짖게 만든다.
군데군데 멧돼지들이 파놓은 흔적들도 보게되고 꽃집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하얀 안개꽃도 만난다.
내연산 정상인 삼지봉과 향로봉으로 가는 갈림길!!
빨래줄에 빨래가 널려있듯이 여러 색갈의 리본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다.
청주에 있는 레저토피아!!
5년전 내가 산에 입문했을때 처음으로 찾던 곳인데.....
노란 레저토피아의 리본을 보는 순간 마치 친정어머니라도 본듯 반갑고 마음이 설레였다.
내가 처음 큰산에 오를때는 매달아 놓은 오색 리본을 보면 마치 성황당에 울긋불긋 매달아 놓은것 같아 보기가 안좋더니.....
이제는 그것 조차도 정겨워 보이는 것으로 봐서 나도 산꾼이 다된것 같다.
향로봉 정상!!
휄기장과 동시에 돌로된 정상석에는 향로봉 930m의 표시기가 적혀있고 우측으로는 작은 돌탑과 묘 하나가 눈에 띄인다.
어떤 사연이 있어 이곳에 묘를 썼는지 몰라도 자손들이 성묘 한번 오려면 엄청 힘들것 같다.
정상석을 끼고 사진도 찍고 포도와 귤을 먹으며 휴식을 갖는다.
20여분 휴식을 갖고나니 우르르 일행들이 몰려온다.
그들과 함께 출발을 하면 너무 늦을것 같아 나 홀로 먼저 출발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하산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럿이 산행을 하다보면 즐거움도 있지만 특히 하산길에선 뒷사람에게 밀리어 속도를 내다보면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어 될 수 있으면 거리를 두고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산에 대한 경관도 제대로 볼 수가 없게된다.
내연산은 마치 신갈나무의 군락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쭉쭉뻗은 신갈나무의 어우러짐속에 촉촉한 산길이 참 평화로와 보인다.
파란 숲길에 초록빛 세상은 한없이 고요해 보이고 그 속으로 알 수 없는 평안함이 나를 감싸고 있는듯 하다.
산은 역시 들어가 보아야 그 깊은 맛을 아는것 같다.
향로봉 정상이 멀어져 가면서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온다.
처음 만나는 계곡인데도 수량이 풍부하다.
먼저 오른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양말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근다.땀을 흘린 뒤의 이 상쾌함!!
그 하나만으로도 신선이 된 기분이다.
그때서야 일행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르르 몰려드는 발자국 소리에 조용하던 계곡은 님들의 아우성 소리로 채워진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계곡의 모습은 너무도 평온해 보인다.
계곡을 건너 보경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산허리를 깍은듯한 좁은 오솔길은 바람까지 시원하다.
산공기를 다 말아 마시듯 큰 호흡을 하고 마음안에 가득 싱그러움을 담아보는 기쁨을 누린다.
맑은 물빛이 있고....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있고..... 초록의 물결의 잎새를 바라보며 깊고 진한 설레임을 안고 걷는 발걸음은 어느새 초록빛 물결에 흔건히 젖어드는 마음이다.
몇개의 작은 계곡을 건너뛰고 드디어 청하골 계곡을 만나게 된다. 함께온 일행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듯 옷 입은체로 물속으로 뛰어든다.
앞으로 갈 시간들이 많이 남았는데 너무 일찍 서두르는것 같다.
5분정도를 지나니 은폭포를 만나게 된다.
아까 차 안에서 대장님의 말씀이 물은 그다지 많지가 않을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어젯밤 비가 많이 내렸는지 수량도 풍부하다.
물을 퍼붓듯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소리만 들어도 더위를 씻겨내리는듯 하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하필이면 관음폭포를 지날때 소나기로 돌변해 사정없이 퍼붓기 시작한다.
우의를 꺼내 입고선 관음폭포의 아름다운 비경에 넋 다 잃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관음폭포와 쌍굴인 관음굴,폭포위로 걸린 연산적교(구름다리)가 층암절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연산적교를 건너면 높이 20m의 연산폭포가 학소대 암벽을 타고 힘찬 물줄기를 쏟아내린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흔적은 남겨야 되기에 조심스레 사진을 담아본다.
뒤따라 오던 님들은 등산화도 신은채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신나라 하며 여름을 즐긴다.
아직도 가야 할 시간들이 너무도 긴데......
젖은옷,젖은 신발을 신고 갈 생각을 하니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이제부터는 폭포의 행렬이 계속 시작된다.
크고 작은 소와 협암,기암절벽이 어울려 절벽을 이루고 있다.
이끼 하나없이 맑은 계곡의 물은 은빛 물결을 이루고 폭포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감동이 되고 기쁨이 되는 순간들이다.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계곡에 징검다리 건너가는 코스도 만나게 되는데 더러는 중심을 못잡고 물속으로 풍덩 빠지는 님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인다.
울창한 송림이 우거져 있는 보경사 사찰!!
두개의 석탑과 잘 다듬어진 소나무가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을것 같다.
벼르고 별렀던 계곡에서의 물놀이는 보는 것만으로 끝내버리고... 주차장에 내려와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고 나즈막한 계곡물에 들어가 옷탕을 하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우리나라 4대 명승계곡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청하골 계곡!!
내년 여름에는 가족들과 한번 올 계획입니다.
올 여름 마지막 계곡산행을 청하골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넘 멀리 있는곳 포항 내연산 청하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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