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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팔영산 산행기

by 풀꽃* 2007. 4. 21.
언제:2007년 3월31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팔영산(608.6m)
위치:전라남도 고흥
코스:능가사-1봉~8봉-깃대봉-남포미술관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팔영산은 우리나라 남해안의 전형적 특성인 해안선의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는 고흥반도(길이 약95KM)에 우뚝 솟은 명산이다.


봄 앓이의 처방전은 어디론가 떠나야 된다는 현실을 알고 있어....
오늘 하루만이라도 봄의 기지개를 키면서 오래 전부터 꿈구어 오던 팔영산으로 봄 맞이 산행을 떠난다.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완연한 봄기운속 움직임들이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평범한 일상이 정겹다.
드넓은 푸르름으로 채워진 보리밭과 마늘밭.....
산자락끝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들 조차 오래된 어울림처럼 평화롭다.

차가 조계산 자락 순천을 지날땐 길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 터널이 봄 앓이로 가슴을 태우던 마음을 뻥 뚫어 놓았다.
벚꽃을 보는 순간.....지난해 어머님을 모시고 남도 여행을 했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앗!! 바로 지난해 오늘이 어머님을 모시고 남도로 이별여행을 하던 날이다.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메어온다.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떠나는 여행길이 즐겁기 보다는..... 이 아름다운 세상과 이별 할 날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사실이....
더 괴로우셨을지도 모른다.
어머님이 생전에 계실때 사랑을 베푸신 것 처럼.....나도 며느리에게 꼭 그렇게 하리라. 하고 마음을 다진다.

11시15분 들머리인 능가사 입구에 도착했다.
정성스럽게 한돌,한돌 올려 쌓은 능가사의 돌탑....그 밑을 바치고 있는 연분홍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돌담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호남의 작은 용아릉이란 이름에 걸맞게 푸르름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암릉이 열두폭 병풍속 산수화 처럼 아름답다.
욕심같아선 능선에 올라 신선대(선녀봉)까지 다녀오고 싶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넋 다 빼앗겨 사진찍느라 신선대는 생략하고 여유있게 산행을 한다.
산을 오르기전 하얗게 핀 조팝나무.....

마치 나를 마중 나온 듯.....몽우리를 활짝 터트리고 서 있다.
(가까이 가서 두 팔로 감싸안으며 사랑한다고 살며시 말해주곤 뒤돌아섰다.)

등로를 오르는 양 옆에 수목에는 새로운 새 싹들이 소리없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느라 분주한 생명수의 펌핑 작업이 한참인 듯....
봄의 향연~~봄기운으로 가득한 고요속의 능선을 향하여 오른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말없이.....묵묵이 오른다.
오를 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지며,기분도 상쾌해지니 날아갈 것만 같다.

능선에 오르니 아름다운 고흥반도의 모습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유영봉을 시작으로 능선산행이 시작된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넘나드는 작은 움직임들이 한편의 서정시 처럼 구성지다.
능선에서 바라다 보이는 신선대(선녀봉)의 모습이 아름답고 평화로와 보인다.

철계단과 쇠사슬로 된 로프,철판으로 된 발판들이 안전산행을 할 수 있도록 잘 설치되어 있다.


오르락 내리락 산행의 묘미는 깊어만 가는데......능선의 길이가 짧아 4시간의 산행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마치 신나는 꿈을 꾸다 깬 기분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8개의 봉우리 중 2봉과 6봉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스릴도 있다.


지금까지는 가슴과 몸으로 봄을 느끼고,이제는 미각으로 봄을 느낀다.
그저께 아침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다 뜯은 쑥으로 만든 "전,포도,토마토로 배를 채우니 어떤 진수성찬도 비유할 수 없는 맛이다.

능선이 조금 더 이어지고 내림길이다.
능선에는 봄 알림이 진달래가 수줍은 듯 화사하게 빛을 바래가며 피어있고, 등로 양 옆으로는 큰 고목으로 된 소사나무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고 군데,군데 야생난의 모습도 눈에 띄인다.
날머리가 가까와 질 무렵 밭 언덕배기에는 머위들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고 우측으로는 남포미술관의 돌담너머로 노오란 유채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고 논 언덕배기에 소담스럽게 자란 머위를 한 웅큼 뜯고,또 야생 달래도 한웅큼 띁었다.

남녁의 봄기운을 가득 마시고....그것도 모자라 머위와 달래를 한아름 안고 집으로 향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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