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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산으로의 외출

by 풀꽃* 2007. 8. 9.

  산으로의 외출.....
  이경철
  


일주일에 한 번 주말 만이라도 산을 오르려고 어제 권사님과 약속을 했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주말 날씨가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보도에 이른 새벽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후 잽싸게 운동장으로 나가 한 시간을 전세라도 낸 듯 활보하고 돌아왔다.

장마철엔 잠시 소강상태를 이용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나의 철칙....
그런 걸 보면 아무래도 나는 운동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다.ㅋㅋ
부지런히 아침밥을 해 놓고.....반찬도 정갈하게 찬기에 담아 놓고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렇게 비가 그칠 줄 알았으면 새벽에 운동장 도는 것은 생략했을텐데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그새 장맛비로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마치 원시림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꽃분홍 싸리꽃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나.....그 싸리꽃을 보노라면 지리산종주 할 때 벽소령대피소를 조금 지나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싸리나무가 생각난다.

지금 이 시간이면 권사님과 만날 시간이 되었는데......아무리 걸어도 권사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불과 2주 전인데 이런 변화가.....
스틱도 무겁게 느껴지고, 오랫만에 신은 등산화도 무겁게 느껴지고.....그리고 오름길을 오를땐 숨이 차 핵핵되고......
운동장을 속보로 제아무리 걸어봐도 산행과는 별게 인것 같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지리산종주를 할 수 있을런지 심히 염려스럽다.

습도가 높아 땀은 비오듯 흘러내리고..... 모기인지 날파리인지 윙윙 소리를 내며 계속 동행을 하잖다.
혼자 걷는 내가 안스러운지 길동무를 자청한다.

푸르름과 장마구름이 뒤덮힌 7월이 지나고......후덥지근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성미 급한 태풍의 영향으로 또 한 차례 소나기가 휩쓸고 지나간다.
잔뜩 흐린 먹구름을 머리 위에 이고, 맴맴~~쓰르램~~매미들의 아침 찬미의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

저 멀리 푸르름 속에 마치 단풍이 든 듯......군데군데 갈색의 형채가 눈에 들어온다.
계절로 봐서 아직 단풍은 아닐테고.....불길한 생각이 든다.
거리가 좁혀지면서 확인된 사실은 참나무(도토리나무)가 안타깝게도 병충해로 인해 나뭇잎이 갈색의 그물망을 하고있었다.
환경오염.....그로 말미암아 찾아오는 병충해가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님은 남편 휴가라서 못나오고..... ♡♡님은 휴가 얻어 친정 나들이 길에 오르고....... ♡♡권사님은 약속을 해놓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권사님에게 전화를 하니......꿈나라~~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니까 꿈나라로 향했던 것이다.
산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게 뛰어나더니 오늘은 그만 행선지를 꿈나라로 선택을 한 것이다.

어둠이 몰려온다.
하늘이 잔뜩 심술을 부리는 듯 하다.
길목을 지키고 있던 모기들과 날파리 들에게 다시 걸려들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아예 길동무 삼아 함께 한다.
정상에 도착하니 행선지가 틀린지 작별인사를 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펴고 비 내리는 산길을 따라 걷는다.
막바지 장맛비가 물러가기 싫어 바락을 하는 것 같다.
철탑이 있는 오르막을 오를 때 쯤 비가 그치더니 얼마 안가서 다시 비가 내린다.
마치 오늘 날씨는 나에게 우산 피는 연습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굴곡이 심하다.
빗방울 행진곡 속에 들려오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서글프게 들려온다.

얼마전 낙뢰로 많은 산님들이 목숨을 잃은 후 부터는 천둥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이럴땐 스틱을 몸에 지니면 위험한데.....작은 천둥소리에도 민감해진다.

모처럼의 마련한 시간이..... 님들과 함께 하지 못해 조금은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들지만......
오랫만에 그리움에 지친 푸르름을 마음껏 품어보았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2007년8월4일 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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