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종주를 앞두고....

지리종주를 앞두고....   이경철    올 장마는 가볍게 지나간다고 했더니.....뒤늦게 심술을 부린다. 이번주간 며느리 휴가라서 휴양림으로 휴가 떠나 보내고..... 소녀는 산으로 떠나려고 계획까지 세워 놓았는데...... 날씨가 방해를 하여 큰산 커녕 뒷산도 제대로 못가고 운동장만 뱅뱅 다람쥐 채바퀴 돌듯 채워 나간다. 입추도 지나고.....며칠 있으면 말복, 올 더위도 그냥저냥 다 지나가겠다고 얘기했건만......이러다 장마처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산행이었는데..... 한동안 산과의 만남을 멀리했기에 마음이 설렌다. 지리종주 계획을 세워놓고......마음은 벌써 지리 주능선을 나비처럼 수없이 넘나들며 하늘정원인 노고단과 연하봉, 그리고 제석봉의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벌써부터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리움에 지친 지리산을 마음껏 품어본다. 짐과의 전쟁..... 지난해 10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너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올 해에는 최소한 짐을 줄여 보겠다는 나의 다짐...... 먹을 것은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챙기고.....반찬도 모두 진공포장으로 할 계획이다. 복장은 한 벌 가지고 이틀을 산행하고, 여벌옷만 한 벌 준비 할 생각이다. 며칠전 뒷산을 오르며 푸른빛깔의 도토리가 갈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이러다 바로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닌지 괜한 걱정도 해보고..... 굵은 소나기가 지나갈땐 이 비로 인해 지리산의 아름다운 야생화가 상처를 입는것은 아닌지 염려도 해본다. 모처럼의 휴가를 무덤덤한 일상으로 세워 놓은 장마비가 너무도 야속하다.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더 보고파 일상에서 탈출을 해보려고 했건만 날씨가 따라주지를 않는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지리자락을 거닐면서 지리의 그리움을 마음껏 품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