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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2007,지리산종주(둘째날)

by 풀꽃* 2007. 9. 6.

언제:2007년8월25일(토요일) 날씨:맑음
코스:세석대피소-삼신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중봉-써레봉-치밭목대피소-유평리

세석대피소(04시)

 

세석을 떠나보내며.....
집만 떠나면 잠을 못드는 버릇은 그제도,어제도 이어졌다.
그래도 피곤치 않음은 나의 체질인지? 아님은 맑은 공기와 지리의 기운일께다.
마음같아선 이곳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아침햇살이 찾아온 고요한 세석고원의 모습을 보고 싶고 산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석의 하늘정원을 한없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가을 남부능선을 가던 도중 한낮 이곳에 들러 평화로운 세석의 모습과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들에게 반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사계의 세석고원은 그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을 때가 없다.
봄이면 연록이 물들은 세석고원의 철쭉....... 여름이면 실록으로 짙게 물든 고원의 싱그러움과 아름다운 야생화......가을이면 화려하지도 않고, 은은한 단풍......겨울이면 구상나무와 철쭉나무의 핀 설화......모두가 우리의 마음을 끓어들인다.
새벽4시 유난히도 반짝이는 별들의 전송을 받으며 세석을 떠나보낸다.
헤드렌턴의 불빛속에 들어오는 이슬을 머금은 야생화들의 모습이 어찌 아름다운지 눈을 떼지 못한다.

촛대봉(04시20분)
경사가 진 오름길로 20여분 오르면 우측으로 촛대봉이 보인다.
돌로 이루워진 촛대봉!! 조금만 오르면 되는데 오늘은 바라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친다.

삼신봉(05시)
촛대봉부터는 내림길이다.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너덜길로 어둠을 헤치고 걷기에는 조금은 위험구간이다.
오르락 내리락 징검돌 건너듯 바윗길 넘나드는 분답스런 움직임속에......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여러곳 만난다.
지난해에는 삼신봉 가기 전에 일출을 감상했는데 시기가 늦어져 해가 짧아서인지 삼신봉에 오르도록 해가 뜰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삼신봉......장터목 가는 도중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바로 아래 연하평전이 내려다 보이고 촛대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좋아 이곳을 올때마다 한참을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간식을 먹으며 일출을 기다린다.
어둠이 가시기 직전이다. 앞에 오른 장원근집사님 부부가 연하평전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들어온다.
반대 방향에서 오던 몇몇의 등산객들도 일출을 보기 위해 이곳을 오른다.
잠시후 연하봉 뒤 병풍을 둘러 놓은 듯한 바위넘어로 지리의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붉은햇살이 비치는 연하봉의 아침풍경은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내는듯 경이롭다.
고은 아침햇살이 연하봉을 감싸고 구름들도 연하봉을 감싼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연하평전이다.

 

아침햇살에 젖은 연하평전의 모습은 한마디로 폭탄을 맞고 전쟁을 치룬듯 ......너무도 쓸쓸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수많은 야생화들의 모습이 꼬리를 감추고 수풀들도 벌써 갈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잔득 기대를 하고 왔었는데 이렇게 허전 할 수가.....군데 군데 들국화(구철초)와 쑥부쟁이 만이 썰렁하게 피어 있어 쓸쓸함이 맴돈다.
항상 이곳에 오면 꽃에 취해 이리뛰고~ ~ 저리뛰고~ ~ 산토끼가 되어 한참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었는데.......너무도 허전하다.
연하봉 넘어 고사목지대 연하평전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리움으로 가득찬 연하평전.....그곳은 벌써 여름을 멀리 떠나보내고 가을이 저만치 깊어 가고 있다.

장터목대피소(7시)
천왕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등산객들이 떠나간 자리다.
먼저 도착한 네명의 우리 일행들이 벌써 어제 남은 찬밥과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끝내고 나도 구수한 누룽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어제 그렇게도 힘들어 하던 장권사님이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은지 대원사 코스로 방향을 바꾼다.(속으로는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일행들이 모두 대원사로 갔으면 좋으련만......
한성인권사님이 너무 힘들어 하기에 왕대장님과 영원한 파트너 강집사님과,한성인권사님만 중산리로 하산키로 하고 나머지 일행 다섯명은 대원사 코스로 결정을 내렸다.

장터목대피소 앞에 있는 빨간우체통이 하늘아래 첫번째 우체통이다.
내년 지리종주 때에는 사랑하는 가족들한테 편지를 써서 하늘아래 첫번째 우체통인 이곳에서 편지를 띄어보리라 마음을 먹고 장터목을 떠나보낸다.

제석봉(7시25분)

여름이 떠나가는 자리엔 하얀 구철초와 보라빛 쑥부쟁이 산오이풀꽃들이 가을을 성큼 끌어들인다.
종주구간중 길지는 않지만 경사가 가장 심하다.심한 경사에도 지치지 않음은 등로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야생화들의 눈맞춤에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바위구절초,쑥부쟁이,산오이풀 들이 즐비하게 피어있는 제석봉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제석평원의 고사목 사이로 송이풀들이 빽빽이 터를 잡고 군데 군데 산오이풀꽃과 구절초가 무리를 지어 가을을 수놓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 함께 출발한 일행들을 떠나보낸다.
마치 내가 사진작가라도 된듯 착각 속에 빠지면서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밭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마치 레일이 깔려있는 곳에서 열차를 타고 꽃 관람을 하는듯 하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그 아름다운 모습......제석평원에서 꽃과 한참을 시간을 보내며 일행들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잃어버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천왕봉(8시10분)

등로 양 옆으로 바위가 어우러지고 구상나무와 고사목,야생화들이 즐비하게 피어있다.
올해는 시기가 조금 늦어선지 바위틈 사이 노오란 돌양지꽃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나......능선 아래로 멸쳐지는 지리의 장쾌한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풍경과 아름다운 사람들.......
이곳까지 오면서 몇몇의 가족들이 종주하는 모습을 보아오며 가족이란 이름과 부부라는 이름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지리종주를 하면서 늘 느끼는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지리산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풍경......
세석평전과 연하평전 그리고 천왕봉 오르는 구간이 내가 가장 머무르고 싶어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이런곳에선 천천히 걷는 것이 최상의 약이라는 생각에서.....느긋하게 걷는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지리자락을 거닐면서 삶의 의미를 반추하며 인생의 쉼표를 찍는 여유를 다시 한번 가져본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이 먼 거리는 아니지만 꽃에 취해 오다보니 어느새 천왕봉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리의 모든것이 들어오는 이곳 천왕봉!!
이곳에 서서 사방을 가늠해 본다. 지나온 능선길을 바라보며 내 자신이 참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중봉(8시55분)

천왕봉에서 우측으로 가면 중산리 좌측으로 가면 유평리(대원사계곡)가는 길이다.
중봉으로 가는 길은 숲속으로 이어지는 좁은 오솔길이다.
녹음이 짙게 우거진 숲속길로 파고든다. 군데 군데 우뚝 솟은 구상나무와 활엽수 그 밑을 바치고 있는 수풀들 사이로 금방이라도 야생반달곰이 튀어 나올것만 같다.
천왕봉을 출발한지 30분이 지나자 중봉에 도착했다.
중봉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중봉에 도착해 쉬고있는데 MBC 제작진들이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지나간다.
이곳에서 탠트를 치고 비박을 하면서 천왕봉의 일출을 담은 지리의 타큐멘터리를 엮을 사진을 찍기 위해서인것 같다.
중봉에서 써레봉을 향하여 가다보면 태극종주 구간이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출입금지 지역으로 출입통제구역이란 글귀와 함께 위반시 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경고가 붙어있다.
지난해만 해도 벌금이 50만원 이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넘나들어선지 벌금이 100% 인상이 됐다.
가지말란 곳을 궂이 가겠다는 사람들이나......가겠다는 것을 궂이 못가게 막는 사람들이나......쯔쯔
이곳을 지날때면 김일영집사님 생각이 떠오른다. 아마 이번에도 누구 한 사람만 이 코스로 동행을 했더라면 열일 제치고 오셨을텐데......
이곳에서 써레봉까지는 계속 내림길이다.
높은 직벽을 내려가는 험로도 만난다. 이곳을 지나자 지난해 강집사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숏다리 박명숙 자매님이 왔더라면 못내려간다며....하던 말이 생각난다.

써레봉(9시45분)

이곳의 경치도 아름답다.
지난해 종주때에는 중산리로 하산한 장권사님이 이쪽 코스가 너무 좋다며 오길 잘했단다.
중봉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도 아름답지만 ~ ~가던길 멈추고 뒤돌아 보는 풍광 또한 아름답다.
인적이 드문 이곳......주변에 우리 일행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내가 이 코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한적함 때문일께다.
대원사계곡이 길다 보니 종주를 하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중산리나 백무동 코스를 선택한다.
써레봉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의 모습과 주변의 풍광도 너무도 아름답다.
하산길이니 다행이지 우리가 천왕봉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쳐다만 봐도 질릴것이다.

치밭목대피소(11시)

수려한 풍광이 어우러져 있는 고요하고 한적한 지리의 한자락이다.
장권사님이 오늘은 살것 같은지 너무 경치가 아름답다며 행복한 표정이다.
큰 경사는 없어도 오르락 내리락 산행의 재미가 있는 곳이다.
작은 철계단과 로프구간도 간간히 만난다.
이곳 대원사코스는 도시의 복잡한 생활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며 참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코스인것 같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이 마음의 여유로움......
먼훗날 오늘을 생각하며 인생을 연주하는 음악을 후회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늘....이렇게
이곳 치밭목대피소 가는 길엔 보라빛 일월비비추가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는 곳인데......조금 늦게 찾아선지 비비추의 모습은 간곳이 없고 그 밑을 바치고 있는 푸른 잎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길을 걷고 있으면 그리움만 계속 쌓이는것 같다.
그리움이 담겨있는 옛길이 열리고 그 속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밑으로 어느결에 새로 단장 된 나무계단이 열리고 지리자락 아늑한 곳에 아담하게 자리를 하고 있는 치밭목대피소가 눈에 들어온다.
한낮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대피소앞 간이 테이불에는 몇몇의 등산객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손집사님과 장원근집사님이 벌써 밥을 짓고 계셨다.
산소녀표 밑반찬 오이지냉국과 깻잎을 덜익은 설은밥에 얹어 먹어도 계속 당긴다.

유평리 가는길.....
대피소에서 내려서는 길도 새로 나무계단으로 잘 정리돼 있었다.
이제부터 계곡이 시작되는 곳이다. 계곡이라야 물의 흔적만 있을 뿐이지 수량은 많지가 않다.
지리하게 긴 유평리계곡......
다래넝쿨과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다.
발 밑으로는 질펀하게 돌들이 놓여있고.....아래만 보고 걷고 있노라면 지루하기 짝이없지만 하늘을 찌를듯한 짙푸른 활엽수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리의 보물찾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계곡을 흐르는 청하한 물소리,짙은 녹색으로 우거진 골짜기,이끼 낀 나무등걸,그리고 잉크처럼 번지는 숲의 향기와 지리의 너그러움이 모두가 기다렸던 그리움들이다.

손집사님의 오랫동안 되풀이된 습성은 시도때도 없이 등을 떠미는지 말도 잊고,돌아봄도 잊고,쉬어감도 잊은듯 내달린다.
편안한 휴일을 접고 빡빡한 시간 쪼개어 산을 찾고 자연을 찾는 이유가 조급증은 아닐텐데.......
각기 다른 시간속을 머물던 사람들이 모여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같은 호흡을 하리라고는 기대를 한건 아니었지만 모두는 같은 길을 가며 다른 생활속에 머물듯 걸음들이 바쁘다.



하늘로 치솟은 짙은 녹음속으로 에메랄드빛의 하늘 창이 열리고 간간히 불어오는 지리바람과 졸졸졸 계곡의 흐름이 흘러내리고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걷는 유평리의 계곡은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지루하지 만은 않다.
장권사님이 지루한지 아직 멀었느냐고 보채기 시작이다.
물만보면 퐁당하고 하고 싶어하는 장권사님......그 병이 또 도졌다.
지리하게 달려온 유평리계곡......



매번 이곳에 오면 씻고 가던 선녀탕!!
물의 깊이가 사람 키 한길은 되는 그곳에서 퐁당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어제 왕대장님의 말에 의하면 요즘은 산파라치들이 몰래 숨어 사진을 담았다가 벌금을 부과한다는 그 말에 잔뜩 겁을 먹고 꾹 참았다는 사실......


이틀밤낮의 정겹고 아쉬운 시간들을 가슴에 담고 그리움에 지친 지리산을 마음껏 품어보고 다시 삶의 일상으로 흩어질 시간이다.
언제나 우리들편인 듯한 날씨조차 고맙기 그지없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그리고 함께 산행을 할 수 있는 님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산행후기
매번 지리종주를 할때면 출발은 같이해도 하산만큼은 이산가족이 되어 뿔뿔이 흩어지는 광경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대원사 코스로 함께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첫날 그렇게도 힘들어 하던 장권사님도.....또 더 힘들어 하던 한성인권사님도 방향은 틀리지만 종주를 해 냈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한권사님이 종주를 했던 것은 권사님 본인의 의지력
도 있었지만 옆에서 이끌어 주신 왕대장님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역시 산악인 답게..... 그 모습이 너무도 존경스럽습니다.
첫쨋날 걱정이돼..... 중산리 코스도 쉬운 코스가 아니니까 장권사님과 제일 가까운 거림으로 내려가라고 했더니.....왕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천왕봉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못가면 업고라도 가신다는......산악인다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왕대장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함께한 사람들:장원근과 곁님,장재룡,손장중,왕대장님,강영희,한성인,이경철. 그리고 기쁨이와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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