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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삼각산 나들이....

by 풀꽃* 2008. 4. 9.
언제:2007년9월15일 (토요일) 날씨:안개가 자욱한 날
어디:삼각산(북한산)
코스:산성매표소-의상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대남문-대성문-보국문-칼바위능선-수유리4.19탑




산!!
일상의 스침 속에서 어떤 사물을 보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사물에 담겨있는 따스한 사랑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그리움 하나 지니고 있는 것도 행복한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

모처럼의 마련한 휴무......
비 소식에 정기산행이 취소되고 그 뒤로 밀려오는 허망함......
인원이 채워지면 날씨가 안따라 주고 ~ ~ 날씨가 좋으면 인원이 안채워지는 불행의 시간은 연이어지고......
산을 그리워 하는 우리들의 목마름은 해갈되지 않아 여기 기웃 ~ ~ 저기 기웃 ~~ 귀를 기울인다.
일기예보를 통해 전국적인 비 소식에......내일은 아침운동을 할 수 없게 됨을 미리 알아차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새벽 알람소리에 이미 잠이 깨었지만......어젯밤 늦게 까지 비를 뿌렸는데 지금도 비가 오겠지란 생각으로 가득찼지만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 커녕 너무도 멀쩡한 날씨다.

운동장을 향해 나가는 나의 머릿속은 온통 산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마련한 귀한 시간인데......그냥 보낼 순 없어"(장권사님과 동일한 생각) 산에 가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생각 ~ ~저생각 ~ ~ 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수 많은 사람들과 만남의 인연이 이뤄집니다.우린 주님을 통해 우리의 만남의 인연의 끈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등산부를 세워 주신것 같습니다."

이른새벽......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장경희권사님에게 전화를 한다.
산에 가자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권사님.....무조건 ok다
꼭 함께 동행 할 수 있을 것 같은 곽집사님은 일 관계로 불참을 하시고 삼각산,도봉산 지킴이 손집사님과 셋이서 동행을 하게 된다.

50여년을 살아오면서 행복하다는 감정보다는 만족스러움은 가끔 가끔 느끼며 살아왔지만 행복이란 감정을 의식적으로 어느것이 행복이다 하고 꼭 짚어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허지만 어느날 산행을 하면서 산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행복함이란 누가 가르쳐주지도 내가 알려고도 안 했지만 가슴 깊은 밑바닥으로 부터 뿌듯하게 밀려 올라오는 가슴이 터질듯한 희열과 행복함은 맛보게 된다.
거기에는 우리일상에 가치인 돈도 명예도 권력도 지위도 하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충만한 행복감을 느껴보았다는 것이 황홀할 뿐이다. 참 아름다운 자연이다.

4번의 차를 갈아타고 내린 구파발.....
어제 내린 얄미운 비의 흔적은 산하를 더욱 깨끗게 ~ ~ 푸르게 ~ ~ 물들여 놓고 우릴 맞이한다.
삼각산의 초록빛과 바위의 화음속에 운해의 색깔을 덧칠했으니 자연의 아름다움에 허망했던 우리의 마음을 연다.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
잦은 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매미의 울음소리 마져 끊어지고 한 옥타브 내려 앉은 풀벌레 소리들이 이제 마지막 남은 여름을 붙잡아 보겠다는 심성이다.
어쩔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통통하게 영글어가는 밤송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산성매표소를 지나 임도 옆 밤나무의 밤송이가 어젯밤 내린 비로 송이째 떨어져 땅위를 딩굴고 있다.
삼각산의 보물찾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어릴적 뒷동산의 추억을 떠올리며 밤까는 재미 또한 흥을 더한다.

몇몇의 등산객들과 함께 의상봉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의상능선 두 번의 산행중에 모두 이 방향으로 하산만 하였지 오르기는 처음이다.
산꾼들의 말에 의하면 산행의 진미를 맛보려면 오늘처럼 이쪽으로 오르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
어쩜 같은 길임이 분명한데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든다.
날씨의 온도는 높지 않지만 비온 뒤의 습도가 높아 오름이 더해질수록 땀이 비오듯 한다.


땀에 젖어 머리카락이 엉겨붙어 떡이 되어버린다. 나 뿐이 아니라 나의 모습이 그들의 모습이고 그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다.

가끔 산길을 거닐면서 생각하는 것처럼 오늘도 이곳의 산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을 하였고 그 질문 속에 내 스스로 그리고 우리가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산에 들어서면 산만 생각하고 ~ ~ 세상에 내려서면 열심히 생활하고 ~ ~ 아무리 산이 좋아도 살아가는 세상이 더 중요한 것은 당연이치......

아직 무더운 날씨의 여름 끝은 삼각산 자락을 벗어나지 못하고 헤메고 있다.
길따라 걷다보니 느낌이 새롭다.
두 번 본 그림인데두 이리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는지.....
바위와 육산이 교차되면서 능선을 오른다.


급경사면의 로프 ~ ~ 쇠로 만들어진 난간 ~ ~위험구간에 설치되어 있는 장비들은 총 출동이다.


바위만 만나면 겁장이 장권사님의 어머 ~ ~ 어머 ~ ~ 어머나 ~ ~ 화음의 소리가 권사님 본인에게는 공포의 소리일지라도 옆에서 듣는 우리에겐 아름다운 화음으로 들려온다.


길따라 함초롬이 피어있는 예쁜 야생화들......그들과 사귀면서 사진도 담아주고.....눈으로 담고 ~ ~ 마음으로 담는다.
능선을 오르니 자욱한 가스의 연주가 시작되면서 아름다운 그림들은 이만큼 다가섰다가 금새 꼬리를 감춘다.

언제부턴가 산바래기가 된 우리들.....
자연에 동화되어 힘든 산길도 즐거워지고 고운 걸음 함께 걸으며 발맞추어 온 우리들.....힘겨운 산행도 고생을 낙으로 삼는 산꾼들이 되어 가고 있다.

용혈봉!!
얼마전 낙뢰로 사망한 산님들의 흔적이 묻어 있는 곳이다.
님들은 그렇게도 산을 사랑하더니 끝내 산과 하나되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용혈봉 한켠에 그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심겨져 있다.
사고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일이다.꼭 낙뢰만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크고 작은 사고를 부를 수가 있다.


시시각각 구름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조망이 없어 야속하긴 하지만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에 함사 할 뿐이다.
사람의 욕심은 무한정 인것 같다. 허지만 비우면 비운 만큼 그 자리는 행복이 들어간다.
삼각산의 넓은 품은 자욱한 가스로 가득하지만 산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가슴엔 삶이 익어가는 소리로 가득하다.


가을향기가 가득한 삼각산 능선에서 험한 산길을 달려 칼바위능선으로 향한다.
겁장이 장권사님은 이제는 칼바위능선 이름만 들어도 잔득 겁을 먹고 우회로 접어든다.
몇발작 움직이지 않아서 부터 보여주는 칼바위능선의 아기자기한 재롱은 더 예뻣고 사랑스럽고 감격스럽다.


능선을 넘나드는 재미와 함께 안개도 걷혀 한폭의 산수화를 거느린 듯한 전망대 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숨길에 다져진 바윗길 위엔 전망좋은 터마다 신선의 마음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 또한 자연스런 산의 일부 같다.
아무래도 칼바위능선은 질주보다는 머무름이 더 어울리는 곳 같단 생각이 든다.
안개가 걷히고 나니 삼각산의 우람한 면모가 돋보인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런 능선의 길이가 좀더 길었더라면 하는 바램은 희망사항으로 끝내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갈림길에서 수유동 방향으로 내려서면 권사님을 만날 것 같아 그쪽을 택했지만 결국은 이번 산행에서도 또 이산가족이 되어 삼각산 고아가 되고 말았다.
앞으로의 산행에서 오늘같이 이 같은 산행이 몇번이나 이어질지......
돌아가야 하는 길은 늘 보람이와 함께해서 행복하다.
고요하고 한적한 내림길.....
등로에서 흐르는 실핏줄 물줄기가 계곡을 이루고......초록의 빛깔들이 눈을 ~ ~ 맘을 ~ ~ 시원하게 열어준다.


같은 길일지라도 모두에게 같은 크기일수는 없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런 이 길이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며 산정에서 귀를 기울여 가을의 소리를 들으려고 애써보지만 아직까지는 영글어가는 밤송이 만이 가을의 소리를 들려줄뿐 싱그러운 초록에 가깝다.
이젠 그 더위도 기억속으로 밀쳐버리고.....아름다운 시간 기억창고에 꼭 ~ 꼭 ~ 묶어두고...... 다음산행의 꿈을 가지고 우리가 사는 일상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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