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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설악의 가을날이 가져다 준 선물....

by 풀꽃* 2008. 4. 9.
언제:2007년10월9일~10일무박산행 (화,수요일) 날씨:맑음
어디:설악산(용아장성)
위치:강원도 용대리
코스:용대리-백담사-수렴동대피소-용아장성-구곡담계곡-수렴동대피소-백담사-용대리 (산행시간 12시간)



누군가?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라 했던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으러 설악의 숨은 비경 요델능선 비밀의 문으로 들어선다.

02시10분 용대리에 도착해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02시20분 용대리를 출발.......

이곳에 도착하기전 회장님으로 부터 주의사항을 듣는다.
첫째:누가 물으면 대청봉 일출을 보러간다고.....
둘째:몰래산행(도둑산행)의 기본은 침묵.....
셋째:절대 대장(가이드)님을 앞서지 말것.....등의 주의사항을 듣고 용대리에 도착했다.

풀려고 ~ ~ 풀려고 하다 결국은 풀지 못하고 쳐박아 놓았던 숙제를 꺼내들고 나서는 발길이 설레인다.

세상은 눈을 감은 듯 어두웠지만 보물을 찾으러 가는 산님들의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두근두근,콩당콩당 들려오는 마음의 북소리는 설악을 깨운다.
도심을 벗어나 가을의 싱그러운 향기를 머금은 설악골로 접어들자 벌써부터 공기가 다르다.
어두운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과 백담사 계곡의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이중주가 되어 우리를 축복한다.

지리하게 긴 백담사 계곡길.......
대자연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걷는 걸음이 가볍기 그지없다. 그 속에는 용아의 힘이 실려있기 때문일께다.
쏟아질 것 같은 별빛을 보며 키나바루산의 별빛을 떠오르게 하고......샘물산장에서의 별빛.....세석고원의 별빛들이 스쳐간다.
마치 손을 쭉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맑은 설악의 기운을 가슴 속 깊이 들이 마시면서 자리바꿈을 한다.

수렴동대피소 도착(05시)
용대리에서 보통 3시간이 소요되는데 2시간 30분이 걸렸다.
아마도 용아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푼 마음일께다.
빠른 걸음은 휴식을 가져다 줄 뿐 시간이 일러 40 여분을 기다리게 된다.(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수렴동대피소를 뒤로 길게 늘어진 줄과 동시에 입산통제구역이란 글귀가 헤드렌턴 불빛속으로 들어온다.
20여분간 된비알길을 오르니 첫번째 직벽코스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제부터는 두 손,두 발, 다 사용해야 되니까 모두 스틱을 접으라 하신다.
두 분의 대장님이 앞에 오르시고 뒤 이어 나도 잽싸게 따라 오른다.
손에 잡은 작은 나무가 뿌리채 흔들리자 보조자일을 설치하신다.
조금 오르니 첫번째 봉우리인 옥녀봉에 도착한다.
어둠의 옷을 벗고 투명함으로 찾아온 아침.....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가을 빛깔로 채색되어 가고 있다.

이제 막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가을서정이 정겹고 방금 세수 한듯한 망경대의 모습이 흰살을 드러낸다.
왼쪽으로는 이웃한 가야동계곡과 공룡능선이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구곡담계곡과 서북능이 그 특유의 웅장함으로 시선을 가득채운다.
산등성에 걸터앉은 가을빛이 아름다워 너 나 할 것 없이 사진담느라 분주하니 대당님 하시는 말씀이 이따가 밧데리가 없다,메모리가 부족하다 하지말고 아끼라는 말씀을 하신다.

남한의 최고의 암릉길 용아.....숨은 비경을 찾아 나서는 발길은 하늘을 나는 듯 가볍다.
시속24Km로 내달리는 단풍의 행렬은 아직 공룡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듯 어둡다.

긴장의 연속은 이어진다. 숨도 죽이고,목소리도 낮추고,웃음도 아끼고 살금살금 기어올라 그 위험하다는 뜀바위도 간단하게 접수한다.

몰래 훔쳐 보는 즐거움이란 안해본 사람은 모르는 일.....
자연과 교감하며 새로운 비경이 나올 때마다 절로 나오는 함성을 토해낸다.
청명한 날씨는 아주 먼곳까지의 조망을 선사하고 지리공부도 시킨다.
줄을 이은 암릉길은 위험을 도사리고 있지만.... 암닭의 품속에 있는 병아리가 두려움을 없애며 평화를 누리듯.....두 분 대장님이 계시기에 우리 또한 평안을 느낀다.
풍광은 더없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오색바람따라 어느새 상큼하고 달콤한 산바람이 내 몸을 적시고 마음안에 평화로움이 가득채워진다.
위험하면서도 아기자기함이 참으로 산행의 묘미를 더하며 우하함이 어우러진 노송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그림을 연출한다.

우뚝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굽이굽이 능선들.....
세상이 주는 잠간의 즐거움을 통해 그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영원한 기쁨과 평안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세상은 나를 위해 열어놓은 듯 막힘이 없다.
한눈에 보이는 공룡능선,가야동계곡,구곡담계곡,백운동계곡,그리고 서북능을 바라보며 저기는 귀청,저기는 끝청,저기는 중청,소청 위치를 가늠해 보며 계곡과 골짝,산세를 보며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이 산악인으로서 조금씩 성숙되어 가는 내 자신을 들여다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날씨도 ~ ~ 기온도 ~ ~ 단풍도 ~ ~ 모두가 적절하게 호흡을 같이하며 우리를 축복해 주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날으는 공중의 휄기는 우리를 숨바꼭질 시키며 잔뜩 긴장시킨다.

말로만 듣던 개구멍바위.....천길 낭떠러지의 사면위를 돌아서는 짜릿함.....이제는 살았구나 푸우 한숨을 돌린다.

전망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여기가 우리들의 안식처인 것처럼 착각을 하고 간식을 먹으며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정말 오늘 이 시간만큼은 우린 축복받은 사람임이 틀림없다....

각 봉우리마다 이름은 모를지라도 산행을 하며 이름도 붙여본다.
아기자기한 칼바위능선처럼 보이는 작은 봉우리도 넘어보고 시작부터 끝까지 산거북이가 되어 네발로 기어오르는 모습들 뒤에는 기쁨가득 ~ ~ 행복가득 ~ ~ 뿌듯함이 실려있다.
용아능에서의 환상의 6시간이 지루함도 잊게 해 주고 ~ ~ 배고품도 잊게 해 주고 ~ ~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마지막 봉우리 하나를 남겨 놓고 좌측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아쉬운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안전해야 되니까.....
(그곳까지 가면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용아능에서 왼쪽으로 내려와 걷다보면 구곡담계곡 방향으로 희미한 탈출구가 되어있다. 누가 매달았는지 파란색 표시기와 함께....
길이 희미하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묻어 있는 곳이다.
용아능에서의 그 험한 곳에서도 힘든줄을 몰랐었는데.....
내리막길을 딛는 발걸음이 고통스럽다.
20여분을 달려 내려온 구곡담계곡엔 바깥세상속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시침 뚝 떼고 바깥세상 속 무리속으로 파고들며 올려다보는 용아능.....아직도 가슴이 콩당콩당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다.

맑디 맑은 구곡담계곡의 물빛과 폭포와 담이 우리들 앞에 잔치상을 펼친다.
오색빛깔의 단풍이 곱게 어우러진 계곡길이 잘 차려진 밥상처럼 보일지 불편스럽고 부담스러운 밥상처럼 보일지 그것은 각자의 마음줄기에 따라 주어진 것을 난 항상 잘 차려진 밥상을 꿈꾸지만.....오늘 만큼은 조금은 불편스럽고 부담스러운 밥상처럼 다가온다.

오랜 침묵의 빗장을 걸어 잠근 그곳을 찾아가던 날.....
모든 세상은 나를 위해 열어놓은 듯 막힘이 없었다.
가지말라는 곳을 ��이 가서 몰래 훔쳐보았던 까무라치도록 아름다운 용아능의 감동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나른한 피곤은 온몸을 파고들지만 오늘 설악의 가을날이 던져준 선물을 보듬고 돌아서는 가슴 한켠으로 가없는 뿌듯함은 슬며시 머물자릴 잡는다.
2007-10-12 12:40:08 / 61.47.2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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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숙 먹진사진과 산행기보며 설악산을 다녀온듯합니다 누구나 갈수없는 곳을 도전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해보입니다 쭉~~~행복하시고 아름다운 산행 계속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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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자 감사**** 노력하겠습니다.나의 큰언니? 멋쟁이 권사님으로 모시겠습니다.받아주십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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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녀 지난 주간은 설악 탐구하는 주간인 듯 합니다. 이번 기회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모든 일 뒤로하고 다녀왔는데......역시 잘 한것 같습니다. 권사님 안방에서 댓글만 달지 마시고 단풍구경 한번 하셔야지요? 23일 시간되시면 연락주세요. 지리산 피아골로 모시겠습니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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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자 잘보았습니다 .존경하고 .휼륭하십니다 .나도 모르게 입이열렸군요!! 차려놓은 밥상. 잘먹고, 잘보고 .자연의 그 맛 .말할수 없이 ,표현하기가 궁색합니다 .몇해전에, 야간 산행으로 대청봉에 다녀온적이 있습니다만 .죽는줄 알았습니다 . 그런데 이것은 무엇입니까 ?개구멍바위의 낭떠러지에 대장님에게 모든것을....밥상을 물리지않고 묵묵히 받아보셨으니 ...그 짜릿한 맛과 ,행복 .뿌듯 ....경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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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녀 소녀도 저 사진만 보면 콩당콩당....근데 왜 매번 정 코스로가지 삐닥선을 타는지? 공룡이가 보고싶은 사람을 못보니까 잔뜩 심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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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희 개구멍 바위를 보니 제 마음이 콩당콩당 되네요. 보조자일을 메고 중간에 서 계신 모습이 경이롭고 멋져 보입니다.중국의 황산처럼 많은사람이 좋은 경치를 볼수있는 설악 용아가 된다면 꼭 가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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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녀 설악 용아의 감동이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날짜가 잘못 기록이 됐네요. 12,13일은 공룡가는 날인데 착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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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설악과 권사님이 하나가 되어서 무아지경에 이르셨던것 같습니다. 부럽고 질투가 납니다. 모든 설악에서의 축복을 혼자 받고 오셨으니 , 날짜가 9~10일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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