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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설악 공룡으로 간 사람들....

by 풀꽃* 2008. 4. 9.
언제:2007년10월12일~13일금,토요일(무박산행)날씨:비온 후 맑음
어디:설악산 공룡능선
위치:강원도 인제
코스:한계령-중청-희운각-공룡능선(신선봉-1275봉-나한봉-마등령-비선대-소공원(산행시간 13시간)


그렇다!!
내게 산은 언제나 설레임이고 그리움이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은 아픈 몸도 일으켜 세우는가 보다.
용아장성 다녀온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 가을의 아름다움에 시장기가 든 마음은 다시 설악으로 들어선다.
마음 같아선 쉬고 싶지만 오래 전부터 약속을 했었기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도 바쁘고 손놀림도 바쁘다.

시은이는 한 주간 외갓집으로 나들이 보내고 소녀는 설악 탐구로 분주하다.
한 켠에선 산에 가지고 갈 군고구마를 구으며 소녀는 컴앞에 앉아서 용아 다녀온 숙제를 하느라 점심도 거르고 열심이다.

지금쯤 설악을 곱게 물들이고 있을 단이와 풍이를 만나 볼 생각에 배고픔도 잊고.....설악을 품으러 갈 준비로 분주하다.
집안 가득 채운 군고구마 향이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부르고 행복하다.
예쁘게 물들어 있을 설악에 군고구마 향이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겠지? 란 생각도 갖져본다.

새벽을 열어 가는 사람들.....
어둠속을 달려온 한계령엔 지난해 태풍의 영향으로 수해의 흔적이 아직도 복구가 되지 않아 공사가 진행중이고 한 켠에는 설악의 단풍을 즐기려고 밤새 달려온 버스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내가 머물던 자리에서 멀리 떠나와 이곳에 서니 그 자리는 나의 머리를 비우게 하고 설악의 웅장함만이 자릴 차지한다.

우리에게 아침이 주어지는 것은 새 기회의 기쁨을 날마다 누리라는 뜻이 아닐까?
갖가지 모양새를 연출하며 그 기쁨 속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오늘 산행의 최대의 적은 비소식.....많은 양의 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움에 마음이 쓰인다.
신선하고 상쾌한 새벽공기가 싱그럽긴 하지만 조금은 선선하다.
계절의 순환은 오래된 일상들을 추억 속에 묻어 놓고 또 하나의 추억을 장식할 채비를 준비한다.
한계령 고갯길엔 길게 띠를 이은 헤드렌턴 불빛의 행렬이 줄을 이어가며 새벽을 열어간다.
기상 예보에 의하면 강원도 산간지방의 정상에는 눈소식이 있다더니 아주 가느다란 눈발이 내린다.

때묻지 않은 이곳.....전국에서 몰려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아직은 푸르름이 더 강한 나뭇잎들 사이로 간간이 단풍이 불그스레 물이 들어 있는 모습이 불빛사이로 들어온다.

한계령 오름길.....
첫 만남의 도도함은 사라지고 기다림에 지친 외로움도 없다. 그져 편안하고 그윽한 얼굴이다.
칠흑의 어둠의 쌓인 길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곳곳의 등로에 깔린 돌들과 여러 곳의 나무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서북릉 삼거리......
아직 어둠의 빛으로 가득하다.
귀청으로 가는 길과 대청봉 쪽으로 가는 길이 나뉘어지는 갈림길이다.
먼저 오른 등산객들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간식을 먹기도 한다.
아마 우리도 시간의 여유만 있었더라면 잠시 쉬며 간식이라도 먹었을텐데 주어진 시간이 빠듯해 그럴 여유가 없다.
처음엔 뻥 뚤린 능선길도 조금 지나니까 불빛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정체가 되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정체가 이어질지 이러다간 공룡을 갈 수 있을지 초조해 지기 시작한다.
장원근집사님 장경희권사님은 벌써 뒤쳐진지가 오래다.

항상 마음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면서 될 수 있으면 반칙 없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조급증에 휩싸여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추월 할 수 밖에.....
곽집사님과 둘이 약속한 것도 아닌데 조금의 틈만 있으면 무조건 추월이다.
추월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딱 막힌 길 앞에선 머물 수 밖에....
너덜로 된 능선길에 난이도가 좀 있으면 영락없이 정체가 이어진다. 이같은 정체현상은 능선 중간지점까지 이어지더니 길이 트이기 시작한다.
낮게 깔린 구름이 어둠을 밀어 내고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끝내주는데.....안개가 설악을 통째로 움켜진채 놓아 줄 줄을 모른다.
등로 중간중간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올 가을 단풍이 잦은 비로 인하여 색이 곱지 않다고 전해오지만 이곳 능선길은 그 모습 조차 보이질 않고 땅 위를 뒹구는 낙엽만이 쓸쓸함을 전해준다.
쓸쓸한 낙엽도 한 때는 화려한 초목이었다. 봄의 연초록이 커서 초록이 되었고.....여름이 되어 짓푸름이 한 때는 무성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땅 위를 뒹구는 낙엽이 되었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는 이유는? 힘이 약해지는 거란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빨아 올린 신선한 물줄기를 이제 가을 앞에 내려 놓는다.

이곳까지 오면서 정체가 되다보니 휴식이 별도로 필요 없었다.
끝청에 도착해서야 잠시 휴식을 갖으며 간식을 먹는다.
2년전 대청을 찾던 겨울날 이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는다.
끝청을 지나자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설악의 비경이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 올랐던 용아장성의 멋진 모습이 몸매를 드러낸다.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산자락에서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산자락이 아름답게 들어온다.
비 오는 날에 수채화처럼 구름이 감싸 흐르는 산릉......
그 길 위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웅장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었다.
설레임과 감동을 안았던 용아의 섰던 날이 벌써 과거의 문턱으로 접어들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중청을 오르는 산자락에도 산 아래 세상은 구름으로 채워지고 능선에도 잰 걸음으로 가을이 달려 오고 있다.
다갈색으로 채색된 가을길에서 내려다 보는 능선엔 이제 단풍이 한창이다.

앞에서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높은 돌무더기 위에선 사람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안개가 걷히면서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용아의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사진찍느라 가던 길을 멈춘다.

중청을 조금 앞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의를 꺼내 입고 속도를 낸다.
타닥타닥 빗방울 행진곡은 계속 울려 퍼지고 빗속 산행중에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비도 오고 시간도 넉넉지 않아 대청봉은 생략하고 소청으로 바로 향한다.
오색과 한계령에서 오른 사람들로 다시 정체가 되기 시작한다.
이 많은 사람들을 뚫고 나갈 생각을 하니 꿈만 같다.
기다림의 미학을 음미하면서 맘 편하게 기다리는 것이 좋으련만 공룡을 못 오르면 어떡하나? 란 생각으로 초조함에 추월할 생각을 갖는다.
미끄러운 돌길을 추월하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틈만 있으면 끼어들기 작전으로 그 어려운 희운각 길을 내려 온 것이 꿈만 같다.

비가 내리는 희운각의 사방은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행동식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얼마전 곽집사님이 공룡을 오를때 이곳에서의 시간이 9시였으니까 그 시간에 맞추어 출발을 한다.
공룡을 못 오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했는데 후유~ ~ 한숨을 내쉰다.
다행이도 비가 내려 공룡을 타려고 했던 등산객들이 대부분 천불동계곡으로 방향을 바꾼다.
공룡능선에 접어들자 비가 그쳤다. 앞으로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거라는 생각을 하니 기쁨이 앞선다.

같은 길이라도 역으로 코스를 바꿔 오르니 새로운 느낌이다.
4년전 이곳으로 처음 공룡을 오르던 그 기쁨을 되새기며 오름길을 오른다.
우리는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곳을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눈에 들어온다.
된비알 길을 올라 첫번째 봉우리인 신선대에 도착했다.
조망만 좋았더라면 신선봉에 올라 웅장한 설악의 모습들을 보았으면 좋으련만 올려다만 보고 그냥 지나친다.
이곳을 지나치는 등산객들 마다 안개로 인해 시계가 좋치 않아 신선봉을 못 오름에 다들 안타까워 한다.
그래도 감사한건 이렇게 볼 수 있음이 감사하고 공룡을 탈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지......더 감사 한건 정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늘 이맘때 쯤이면 설악의 한자락이 그리움으로 다가서게 된다.

등로엔 지난 해만 해도 없었던 돌길을 깔아 놓고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돌길 깔아 놓은게 영 신경이 쓰인다. 안전산행을 위해 정비사업을 했지만 자연미가 없을뿐더러 장거리를 걷다보면 무릎에도 큰 무리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공룡의 등줄기에도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가을 산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희운각을 출발한지 40여분이 지나자 장경희권사님에게 연락이 온다. 아직 희운각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면서 공룡은 힘들 것 같고 천불동으로 내려간다는 소식이.....그럴 수 밖에....

지난해 여름 공룡을 오를땐 마등령에서 올라 가볍게 산행을 했었는데 역으로 하니 이렇게 힘들 수가?
1275봉을 오를땐 긴 오름길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곳의 경관이 뛰어나다는데 시간관계상 오르지는 못하고 잠시 쉬며 허기를 채운다.

마음이란 늘 이런 모양.....비 올때만 해도 왜 왔는가 싶더니 지금 이 순간은 오길 잘했어!! 탁월한 선택이다ㅋㅋ
기암과 단풍의 조화로운 향연......공룡의 등줄기에도 화려하진 않지만 가을색 옷을 갈아 입고 화사한 미소를 날리고 있다.
힘은 들어도 오늘만큼은 온전한 내안의 나를 위한 시간들이다.
비가 지나간 자리엔 운해가 용트림을 하며 설악의 속내를 내놨다 덮었다 하기를 되풀이 한다. 이런 것이 자연의 섭리일까?
그 속에 잠시 머물고 배회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오후 햇살 한줄기 얹은 나무도 정겹게 다가온다.
좋은 것은 반드시 나쁜 것 속에 찾아 오는 법칙속에 다음 시간을 기대해 본다......

나한봉을 오르는 긴 오름길은 다시 한 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그곳을 지나자 흘러가는 운해 사이로 단풍이 곱게 물든 설악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그 순간 새벽의 휘장을 걷고 달려온 피로가 한순간에 녹아 내리는 듯하다.

마등령 삼거리......
웅성웅성 늦은 점심을 먹는 사람들과..... 날이 맑아지니 조망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길게 띠를 이은 등산객들의 행렬이 발길을 더디게 한다.
이곳부터는 추색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산길 모퉁이의 단풍이 서럽도록 아름답다.

씨 한톨 뿌린 적 없는 사람들 마음 까지도 풍성하게 해 준다.

공룡능선에서 부터 여자등산객 두 명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앞을 지나고 있었다. 배낭의 크기로 봐서 비박을 한 것 같다.
여자가 비박을 할 정도면 산매니아가 틀림없다.
마등령에서 부터는 곽집사님과 떨어져 아름다운 풍광도 구경하고 사진도 담으며 여유있게 걷는다.
두 명의 여자등산객을 추월하면서 "비박을 하셨나봐요?" 하고 묻자 뒤돌아 보는 순간 낯익은 얼굴이었다. 지난 겨울 키나바루 산행때 함께 동행했던 오민애 양을 이곳에서 만난 것이었다.
이렇게 기쁠 수가......약속을 했어도 이렇게 만나기 힘들텐데.....함께 온 일행도 떨어지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어제 설악동에서 천불동계곡을 올라 희운각에서 비박을 하고 공룡을 타고 하산 중이란다. 너무도 반가웠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의 시간이었다. 시간만 넉넉 했더라면 설악동까지 함께 했을텐데 .....이럴땐 시간이 야속하다. 쯔쯔~~

금강굴 내림길.....

고도가 낮아 질 수록 단이와 풍이도 옅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돌로 된 내림길이 오히려 능선길 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금강굴이 있는 큰 바위에는 릿지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 갈 수록 단이와 풍이는 자취를 감추고 초록빛의 녹음이 한창이다.

비선대가 있는 계곡물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소공원에 내려와 뒤돌아 보니 저만치서 울산바위가 흰살을 드러내며 우뚝 서서 넌지시 손을 흔든다.

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는 보람이와 행복이가 함께 동행을 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7-10-18 13:07:55 / 61.47.2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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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숙 같이하지못해서 죄송하고...다음엔 같이 산행하고 싶네요ㅋㅋ 행복해하시니 너무나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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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녀 공룡능선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편안한 길이지요. 이름만 그렇지 용아장성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험로랍니다. 시은이 재워 놓고 살금살금 써 내려간 글이 뒤죽박죽 된것 같습니다. 산행이 길다보니 후기 글도 길어졌네요. 긴 산행도 힘들었는데 후기 글 쓰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숙제를 끝내고 나니 날아 갈듯 홀가분 합니다. 주님안에서 승리하시고 행복하세요.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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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설악쥬라기공원에서 겁도없이 그 무서운 공룡(^^) 타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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