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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겨울 지리 그곳으로 떠나던 날....

by 풀꽃* 2008. 4. 9.
언제:2008년 2월16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지리산
코스:백무동-장터목-연하봉-삼신봉-촛대봉-세석산장-영신봉-칠선봉-덕평봉-벽소령-음정
위치:전라북도 함양
산행시간:7시간30분(휴식시간 1시간 정도 포함)


긴 침묵에서 깨어나 지리로 향하는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고 마음 한 켠에는 아직 덜 아문 발목이 염려도 되고, 긴 산행코스를 해낼 수 있을지 내 자신도 의문스럽다.
아픈다리가 아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 상처에 마음을 잃지 않은 것 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파보니 인생의 깊이가 보이는 것 같다.
행복이란 모두 가까운 곳에 있었노라고....

모처럼 힘들게 나서는 발길이니 만큼 이왕이면 새하얀 눈꽃도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보지만 희망 사항일뿐.....
마음은 아직인데 세월은 자꾸 흘러가고 있으니 자연의 품에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언제나 갖는 마음이지만 산으로 떠나고 싶을때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산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이번에도 비켜가지를 못해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헛수고로 자릴하고 고아 아닌 고아가 된다.
그래도 외롭지 않음은 언제 다가가도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반갑게 맞아주는 산이 있기에 서슴치 않는다.
새벽을 열고 옷깃에 스치는 찬바람 조차도 반갑게 느껴진다.

백무동 오름길.....
다섯시간의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백무동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먼저 우릴 반긴다.
눈이 시리도록 ~ ~ 눈이 부시도록 ~ ~ 푸르던 날이 바로 오늘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간 시간에 구석구석 남겨 놓은 나의 발자취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산을 오르며 마음 속 채워지는 포만감은 현실을 살아갈 에너지가 되고 시간이 지나서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곳곳에 시리도록 아름다운 겨울서곡은 시작되고......한 걸음~ ~한걸음~ ~ 내 딛을때 마다 들려오는 숨소리는 마치 지리를 오염시키고 있는 듯 하다.
나목들이 나뭇잎을 모두 떠나 보내고 겨울의 길목에 새 덫을 치고, 그리곤 겨울이 깊어진 어느 날 부터 기울어지는 음산한 바람 갈기에 하얀 이불을 덮고 겨울을 보내고 있다.

3년전 5월 이곳을 찾던 날.....연록으로 하늘을 가리우고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그리움이 스쳐간다.
꽁꽁 얼어붙은 백무동 오름길은 하늘을 찌를 듯한 나목들과 그 밑을 바치고 있는 작은 바윗돌 위로 눈이 쌓여 있고 군데 군데 얼어붙은 얼음들이 전부이다. 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여기에 널려 있다.
등로는 그제 내린 눈으로 하얗게 다져진 눈길이다.
차그작 차그작 아이젠을 하고 오르는 발걸음이 하얀 이불을 덮고 잠든 생물들을 깨우는 듯 하여 조심스럽다.
서서히 가려지는 많은 나의 기억 속에 지리의 풍경을 하나 더 담아간다.

대간길 2회차로 눈길에 구간은 길고......주어진 시간은 짧고......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된듯 하다.
대간길에 오른 산님들은 눈 감짝 할 사이 경주라도 하듯이 날아가 버리고 그 뒤를 이어 열심히 따라 오른다.
하동바위를 지나 철다리를 만난다. 그러면 안되는데 흔들대는 철다리를 서너번 쿵~ ~ 쿵 구르며 지리의 소녀가 재미를 맛본다.

참샘에 도착했다.
꽁꽁 얼어 붙게 한 겨울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콸콸 나오던 물줄기는 얼어 붙어 물이 끊기고 그 밑을 바치고 있는 가느다란 파이프로 졸졸졸 약한 물줄기가 흐른다.
참샘을 지나 경사가 급하여 진다. 그간 굳어진 근육들이 힘들다고 시위를 하는 것 같다. 그럴때마다 가던 길 멈추고 되돌아 보면 말 없이 어디론가 흘러 가는 능선들이 자유로와 보인다.
또한 힘들게 오르고 있는 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승리의 기쁨도 맛본다.

능선이 가까와지면서 바람이 길동무를 자청 한다.
몸으로 부�H치는 바람은 몸이 휘청 할 정도로 강하지만 잠시 그곳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양지바른 남쪽마을이다.
추위와 따뜻함을 여러번 교차하면서 능선길을 걸어감이 따뜻함과 추위의 느낌을 알려주는 듯 하다.

장터목대피소.......
장터의 모습을 방불케 했던 이곳도 매서운 바람 탓인지 인적의 모습은 끊기고 추운 바람을 피해 대피소 안에만 북적인다.
취사실로 들어가 우선 몸의 체온에 꽁꽁 얼은 손 먼저 녹이고 허기를 채운다.
물대신 설날 준비한 맛있는 식혜를 준비해 왔지만 생각만 해도 추워서 몸이 오싹해 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식혜를 끓여 보온병에 담아오는 건데.....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 추위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옆에서 물을 끓여 커피를 마시는 산객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차마 커피는 달라고 말은 못하고 혹시 물 끓인 것이 남았냐고 물어 보았더니 끓인 물은 없고 따뜻한 커피를 건네주신다.
얼마나 감사하던지.....구세주를 만난 순간이었다.
한 모금을 마시니 얼었던 몸이 스스로 녹아내린다. 커피의 맛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호텔 커피�� 커피가 ~ ~ 일류 레스토랑 커피가 ~ ~이렇게 맛이 있을까? 태어나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는 듯 하다.
장터목을 출발하기전 하늘 아래 첫 우체통이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기자 그 사이 녹았던 손이 다시 얼었다.
겨울산에만 오면 제 기능을 못하는 손이 원망스럽다.

대피소 안을 나오자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소백산 비로봉 칼바람 못지않게 눈과 함께 소용돌이를 치며 불어댄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해 본다.
같은 길을 걸어도 역으로 걷다 보니 새로운 느낌이다. 세 번의 종주길을 걸었지만 이쪽으로 걷는 것은 처음이다.

언제나 평온하게만 느껴졌던 연하봉 구간도 오늘은 차갑게 다가온다.
등로 옆 쌓인 눈이 보통 50cm ~ 60cm 는 보통이고 바람이 불어 쌓여 있는 곳은 150cm가 되는 곳도 간간히 눈에 띄인다.
바람을 피해 걷다 보니 바로 앞 등로만 보고 걷게 된다.철계단을 오를땐 눈이 쌓여 계단이 아니라 경사가 진 오름길의 모습이다.

삼신봉에서 바라보는 연하평전의 모습이 아름다운데 그 모습을 떠올리며 겨울 연하평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잔득 기대를 하고 걷지만 바람 탓인지 걸어도 걸어도 길게만 느껴진다.
거리의 길이가 이렇게 길지가 않는데 의문을 가져가면서 걷다보니 이정표에 촛대봉이란 표시기가 우뚝 서 있는게 아닌가!
순간 맞아! 아까 철계단을 오르고 나면 바로 삼신봉인데....착각을 해도 한참 착각을 한 셈이다.
이 허무함!........ 한편으로는 촛대봉이 앞에 보이자 시간이 단축 된것 같아 여유가 생기지만 그 여유보다는 삼신봉에서 바라보는 겨울 연하평전의 모습을 못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너무 허무했다.
장터목에서 촛대봉 구간은 쌓인 눈과 바람에 홀려 달려 온 것 같았다.
쌓인 눈과 바람과 그리고 역으로 하는 산행길이라 이렇게 혼동이 오는 것일까?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살펴본다. 표지석 위로 촛대봉이 보이고 저 아래로 세석산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에 쫓기지만 여기서 만은 시간을 활애한다

하얗게 눈 속에 둘러 쌓인 세석산장의 모습이 평화로와 보인다.
세월은 잠시도 머물지 않으며 세상을 변화 시키지만 이곳 세석평원의 모습은 아직은 그대로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풍경들이 가슴을 흔든다.
언제 보아도 평온해 보이는 세석평원을 내려다 보니 마음도 평온해 지고 이곳이 나의 안식처 처럼 느껴 진다.
바람 한 점 없는 이곳 세석평원!! 병풍에 둘러 쌓인 듯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는 세석산장의 모습도 역시 고요하다.
촛대봉에서 바로 대피소 뒤로 향하는 길도 있지만 세석의 흔적들을 돌아 보기 위해 식수장으로 향한다.
이곳 식수도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꽁꽁 얼어 붙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세석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영신봉으로 향한다.
세석을 떠나보냄이 못내 아쉽다. 잠시 행복한 터널을 빠져 나오는 느낌이다.
걸으면서도 미련이 남아 뒤돌아 보며 희끗희끗한 눈과 어우러진 세석평원을 바라보며 철쭉이 만개한 모습도 떠올려 보고 ~ ~ 여름 야생화로 수 놓은 모습도 그려 보고 ~ ~ 예쁘게 단풍이 물든 세석의 모습도 그려 본다.

쫓기는 시간 속에 20 여분을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 여행을 즐기고 영신봉으로 오른다.
하얀 눈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야생화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부터는 발길을 재촉한다. 이곳까지 함께 동행했던 일행 한 분은 벽소령에서 1박을 하고 성삼재로 계획이 있어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걸음을 서두른다. 다시 반복되는 말이지만 같은 길을 걸어도 역으로 걷다보니 새로운 길을 가는 느낌이다.
종주를 하다 보면 이 구간이 길도 험하고 속도도 나질 않아 가장 지루한 구간인데 시간때문에 조금은 염려가 된다.
그런데 쌓인 눈이 바위 틈을 메워 놓아 새로운 코스를 가는 느낌이다. 아! 이렇게 수월 할 수가!
세석에서 출발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선비샘이 눈 앞에 보인다.
연하봉 구간에서도 촛대봉을 앞에 던져논 듯 하였는데 이곳에서도 한 구간을 뛰어 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산시간이 5시로 정해졌지만 내 계산법으로는 그 시간은 벽소령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b코스로 오르는 분들과의 차이가 큰 차이일 것 같지는 않다.

늦은 산행길에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은 왠지?
걸음은 조금 빨리 움직이면서도 눈과 마음은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며 자유로히 배회를 한다.
벽소령으로 가는 길목엔 눈 속에서도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버들강아지가 빼꼼히 눈을 내민다.

벽소령대피소!!
맑은 하늘엔 세찬 바람만이 마실다니고 어둠이 오면 무수한 별빛이 쏟아 질 하늘엔 보름을 조금 앞둔 하얀 둥근 달이 마실을 나왔다.
한 명의 등산객 만이 왔다 갔다 하고 적막함 마져 가져다 준다.
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담고 나니 그 사이 얼어 붙은 손은 감당 할 길이 없다.

항상 이곳을 지나면서 대피소 앞 쪽으로 길게 이어진 잔듸가 깔린 편안길을 바라보며 한 번 쯤은 걸어보고 싶은 길을 이렇게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걸을 줄이야.....
처음이라는 단어는 항상 가슴설레고 진취적이다.
편안하게만 생각했던 길이 불과 100m도 안돼서 내림길로 이어진다.
다져진 눈길로 이어진 내림길은 눈썰매 타기 제격이지만 �i기는 시간 때문에 생각만 할 뿐......
마음이 급하여 진다. 이쯤 되면 전화 연락이 올 것 같아 꺼 놨던 휴대폰을 켜서 시간을 보니 4시55분이다.
내가 예측 했던 시간이다.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지면 장난이 아닌데......
마음이 무거워 진다. 듣던 대로 시간을 계산하면 빨라도 두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게 되면 하산 시간보다 두 시간이 늦어지고 어둠도 몰려 올텐데 마음이 초조해 진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앞에 간 일행들과의 시간 차가 얼마 되지 않는 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경사가 진 내림길도 불과 200m를 지나니 편안한 임도를 만난다.
벽소령에서 출발한지 10분 후 예상했던 대로 휴대폰이 울린다.
후미대장님의 목소리다. 나를 기다리기 위해 벽소령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와의 시간 차는 10분......
뒤에 있을 대장님을 생각하니 마음에 여유가 찾아든다.
긴 임도 길이지만 눈이 덮혀 지루함도 잊는다.

겨울 옷을 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구름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그들과 벗하며 사진에 담으며 또 여유를 누린다.
한참을 내려오니 뒤에 오는 후미대장님의 모습과 세 분의 남자등산객의 모습이 보이며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손을 흔든다.

시간에 �i기면서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걸었던 것은 익숙해진 지리의 능선 길이었기 때문일께다.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렌턴의 도움도 안 받고 벽소령에서 1시간3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시간에 쫓겨 마음 한 켠은 조급했지만 조급함 보다는 여유가 차지하는 자리가 더 많았던 지리산행 이었다.
오늘도 나는 행복을 찾아 헤메는 소녀가 되어 지리의 품속에서 세월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고스란히 내 가슴 속에 담으며 대자연이 연주하는 감미로운 음악 소리를 들으며 또 다른 추억을 남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 2월18일 들꽃향기*****







2008-02-18 13:41:45 / 61.47.20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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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녀 그러게 올 지리종주는 철쭉이 만개한 5월 말 쯤 하자니까? 우리는 산에 대한 중증ㅋㅋ 나는 산행복장 한 사람들만 보면 다가가 어느산에 다녀오냐고 물어보기까지......원래 사랑도 받기 보다는 베푸는 것이 아름답고 섬김도 섬김를 받는 것 보다는 섬기는 것이 더 아름다워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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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희 토요일 출근시 등산복입은 사람만 보아도 부럽기도 하지만 훈련생으로 갔을때보다 남을 섬기는 봉사자로 가니 더욱 은혜스럽습니다. 7월에 있을 21기에도 또봉사를 간다고하니 영원한 파트너왈 (?) 지리산 종주는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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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녀 산행도.....청지기도....함께 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은혜의 바다로 풍덩~ ~다녀오심이.....천국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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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희 4일간 천국잔치에 다녀왔어요.집에도착하자 마자 홈피를 열어보니 멋진 등산복 차림의 권사님 사진 반갑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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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철 시간이 나질 않는 건 걱정이 없네요. 다친 다리만 괜찮다면....산은 언제나 그곳에서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아직도 조금은 아물지 않은 발목이 염려도 되고....많이 좋아졌다는 집사님의 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반가웠습니다.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자연을 한없이 누리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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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오랜만의 산행이 마냥 행복하셨겠습니다...난 언제나 지리산에 또 갈 수있을지... 지난 설날 여행겸 아내와 아들과 남해 금산을 가기 위하여 사천공항을 가는 도중 하늘에서 눈쌓인 지리산 천왕봉을 보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설레던지... 남해 금산에서도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눈을 좀 밟아봐야하는데.. 영 시간이 나질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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