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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마음은 봄을 향하는데....(두륜산)

by 풀꽃* 2008. 4. 9.
언제:2008년3월4일(화요일) 날씨:눈,바람,햇빛
어디:두륜산
위치:전라남도 해남
코스:대둔사-일지암-북미름암-오삼재-두륜산(가련봉)-두륜봉-대둔사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그 소박한 자유를 가지고 오늘도 작은 행복을 느낀다.

저만치 가는 겨울을 아쉬워 하며 찾아간 두륜산......
봄은 생명이 살아있음을 눈으로 느끼게 한다.
얼었던 땅을 비집고 나오는 봄나물들과 향긋한 쑥내음이 엷은 초록의 노래를 들려준다.
봄의 색깔이 내마음에 번지기 시작한다.
이젠 겨울을 미련없이 보내주어야 할때 같다.

늘 기억속 한 켠에 자릴한 두륜산의 모습은 그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7년전 새내기 명찰을 달고 그곳을 찾던 날 감동이 다시 밀려온다.
그곳을 다시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러나 마음 속 한 켠에는 늘 함께 했기에 낯설은 감정보다는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긴 여운이 행복한 그리움으로 남아서 더더욱 좋다.

파아란 하늘에 걸린 뭉개구름도 우리를 축복해 주듯이 너무도 아름답다.

대둔사로 향하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아름다운 길이 있기에 두륜산의 사랑이 더 큰 것은 아닐까?
한 걸음~ ~한 걸음~ ~ 내 딛음이 아쉬울 정도로 그곳의 풍경이 아름답다. 아마 혼자였더러면 그곳에서 한참의 시간을 가졌을것이다.
걸어도 걸어도 아름다운 풍광은 연이어지고 그 풍경 한가운데 내가 서 있는 것이 행복이다.
침묵하는 모든것이 기쁨이고 감동이었다.
한참동안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아직 다 돌아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걸으면서도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음이 얼마나 기쁨이고 행복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발목 부상으로 4개월이란 긴 시간을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고 오늘 내가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그져 행복하기만 하다.
때론 절망의 벼랑과 좌절의 계곡을 지나 지금은 희망의 언덕에 선듯하다. 그래도 아직 덜 아문 흔적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름다운 시간들이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이 행복한 그리움으로 남아 더 좋은 것 같다.

겨울이 가는 것이 아쉬운지 가느다란 눈이내린다.
조금은 찬 듯한 바람도 동참하고 겨울이 마지막 힘을 다해 3월을 붙잡으려고 애쓴다.

아름다운 것,그리운 것을 마음에 담으며 그들과 함께 거닌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동백도....... 진달래도......아직은 겨울에 가깝다.
기울어지는 음산한 바람의 갈기에 조금은 선뜻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났음을 커다란 축복으로 생각한다.

산은 있어서 아름답고 오르는 이는 산이 있어서 아름답다.
하늘턱에 걸린 구름의 향연이 환상적이다.
하늘에 피어오른 구름을 벗하며 ~ ~ 힘 있어 보이는 푸른 동백나무를 벗하며 ~ ~ 마지막 겨울을 알리는 눈과 바람을 벗하며 오른다.
언제나 돌아다본 길은 우리의 삶같은 굴곡을 남기고......하늘과 맞 닿을 것만 같은 높은 산봉우리와 유리알처럼 투명한 색의
솜털구름이 유유자적 흘러가는 모습이 참 평화로와 보인다.

나뭇가지를 가볍게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대자연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걷는 걸음이 가볍기 그지없다.
오르면 오를수록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탄성을 지르며 산을 깨운다.

올려다 보이는 암릉을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장엄함에 다시 한 번 감동의 물결이 출렁인다.
명성답게 울창한 산죽향기에 취해 오름길을 오른다.
양옆 산죽나무 사이로 질퍽한 오름길도 봄의 알림이로 한 몫을 톡톡히 한다.

봄의 소리가 빨리 듣고 싶어 찾아 온 이곳!!
오늘만큼은 겨울이 꽁꽁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 줄 기색을 하지않는다.
산정에서 귀를 귀울여 봄의 소리를 들으려고 애써보지만 아쉽게도 진달래도 ~ ~ 동백도 ~ ~ 꿈적거릴 낌새를 내보이지 않는다.

암릉을 바로 앞에 두고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은 머리에 쓴 모자까지 낭떠러지로 날려보낸다.
조심스레 직벽을 내려가 나뭇가지에 걸린 모자를 스틱으로 건져올리니 그 아래 땅 위엔 서너개의 모자가 주인을 잃고 땅 위를 딩굴고 있다.
사다리와 자일로 이어진 암릉구간!!
마치 지난 해 봄 팔영산을 찾았을때 그 구간 같기도 하다.

맹렬한 기세로 남쪽으로 내려오던 봄소식도 오늘만큼은 잠잠하다.

전망 좋은 곳에선 사진도 담아보고 ~ ~ 앞으로 넘어야 할 바위봉들과 길게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길이 너무도 아름답다.
이웃한 주작,덕룡산도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달마산도 눈에 들어온다.

헬기장을 지나 두륜봉으로 향한다.
고인돌 형식의 구름다리......신선들이 있다면 이곳도 그들의 놀이터가 아닐까?

두륜봉을 마지막으로 하산길로 접어든다. 편안한 오솔길이 한참을 이어지더니 길이 딱 끊겼다. 앗!! 이럴 수가?
오던 길을 되돌아 오니 산정에서의 만찬이 펼쳐졌다.
부산에서 오신 여자 등산객들이 준비해 온 만찬에 합류하여 맛있게 성찬을 즐기고 다시 좌측으로 이어진 철계단으로 하산에 들어간다.

짙게 묻어나던 겨울색도 하나,둘 퇴색되어 간다.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 숲이 온통 산을 푸르게 물들였다.
소나무는 찾아보기가 힘들고 푸른 빛을 띄우고 있는 것은 모두 동백나무들이다.

하늘빛과 구름의 조화가 눈부시던 날........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세상 두륜산!!
동백나무의 정취는 "한때의 명성"처럼 더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두륜산 사면을 온통 수 놓은 동백나무가 아직 꽃은 피우지 않았지만 장중한 오케스트라의 화음같다.
늙어서 아름다운 것은 늘 푸르른 동백나무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백나무가 건네는 속삭임에 걸음은 더욱 더디어 진다.
겨울 나목들속에서 여전히 초록의 버팀이 건실하다.

참한 고즈넉함이 깔린 산속의 한낮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다.
그곳에선 모두가 시인이요. ~ ~ 그들의 언어가 시가 되듯이......
드넓게 펼쳐진 조망의 성찬도 즐기면서~ ~ 지금 이 순간 살아있어 존재함이 내겐 가장 커다란 행복이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두륜산의 풍경은 아직은 겨울에 가깝다.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조금씩 ~ ~ 조금씩 ~ ~ 봄의 빛깔로 채색되어 가고 있다.

돌아오는 길은 늘 보람이와 함께 해서 행복하지만 두륜산을 뒤로 하고 걷는 걸음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고 돌아서는 느낌이다.
그래도 위안이 됨은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속 여백을 듀룬산의 정기로 가득 채우고 그 아름다운 세상과 이별을 하고 일상으로 향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3월6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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