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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아쉬움으로 가득한 매화산.....

by 풀꽃* 2008. 4. 15.

언제:2008년4월12일(토요일) 날씨:흐림
어디:매화산
위치:경상남도 합천
코스:해인사관광호텔-계류(돼지골)-안부-매화산 정상(남산 제일봉)-안부-계류(돼지골)-해인사관광호텔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갈색빛을 띄던 산들이 빛바랜 옷을 벗고 푸르름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차창밖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봄을 이야기 한다.
뭉개구름 피어오르듯.....군데군데 연록의 향연이 시작된다.
연록의 바탕에 분홍색 진달래,산벗꽃나무가 어우러져 조금은 어색한 수채화를 보는 듯 하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아주 멋진 수채화가 그려질 것이다.
툭툭 던져진 봄의 풍경이 지천이다. 장거리 운행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다.
진달래의 풍경이 그랬고.....산벗꽃나무의 풍경이 그랬고....연록의 빛깔들이 그랬고....막바지 수를 놓은 벗꽃들이 그랬다.
위원장님이 안계신 이번 산행은 마치 어미닭을 잃은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봄나들이 하는 풍경이다.

오래전 가야산 산행시 매화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봐야 겠다는 마음이 오늘에서야 찾게되었다.
내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바람도 쉬어가고~ ~ 햇빛도 통하게 하고~ ~ 여유로운 생각도 쌓아놓고~ ~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아 놓고~ ~ 삶의 지혜와 슬기로움도 담아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창을 열어 놓는다.

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오늘 만큼은 마음과 생각이 통하여 작은것들에 감사와 행복을 엮어나가며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니 오늘 하루가 선물이다.
그 많은..... 선물들을 갖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나 이지만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다.

흔하게 맞이하던 물줄기도 새삼스레 감동이 되고 환희로 다가온다.
기대가 큰 만큼 설렘도 크다. 익숙해진 일상이 퇴적되어 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발밑으로 어느결에 순해진 계곡의 흐름이 경쾌한 행진곡처럼 따라나선다.

단 며칠간의 사랑을 위해 긴 날을 건너온 목련이 하얀 날개 나폴대다가 툭! 힘없이 떨어져 땅위를 딩굴다 아쉬움이 남았는지 바람따라 이리 뒤척 ~ ~저리 뒤척 ~ ~멍든 몸 돌아눕는다.

긴 시간 후에 산정의 평화로운 일상은 시작되고.....하늘은 온통 그늘빛 커튼을 드리운듯 칙칙하다.
길게 이어지는 편안한 오름길....마치 소풍나온 걸음처럼 여유있게 오른다.
쭉쭉뻗은 나무들은 아직 겨울잠을 자는듯 갈색빛이다. 군데군데 노오란 생강나무꽃만이 봄을 알린다.

낯선 길 찾아 떠나는 개척자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고 이런저런 잔삭다리 색깔들로 가득하다가 어떻게 되겠지...하는 아줌마 특유의 두둑한 배짱이 다시 찾아든다.

남산제일봉 가는길.....
가지런히 잘 정리된 나무계단이 끝까지 이어진다.
산꼭대기 넘나드는 차가운 바람이 길동무를 자청한다.
산행은 단지 산줄기 짚어가는 행위만은 아니기에 사진도 담고 풍광도 즐긴다.

남산제일봉을 100m쯤 앞두고 그곳에서 우린 우리들만의 걸팡진 잔치상을 즐긴다.
갖가지 반찬들이 모이니 산채정식이 부러우랴 ~ ~ 고급 한정식이 부러우랴 ~ ~ 산상에서의 최고의 서비스를 받아가며 먹는 즐거움이 그 무엇에 비하랴.....
성찬의 시간....나눔의 시간....기쁨의 시간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더워서 얼린 물을 먹었는데 생각만 해도 몸이 오싹해진다.
마치 두 계절이 남산제일봉을 놓고 자리다툼을 하는 것 같다.
산정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맛이 그야말로 최고급 커피�熾【� 마시는 커피같다.

안개처럼 연기처럼 산에 하얗게 걸린구름 무엇이 그리워 땅위로 내려와 우릴 괴롭히는지....
그 아름다운 바위봉을 휘감으며 장난질을 한다.

암봉사이 철계단의 모습은 한국의 황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이 순간 이 풍경앞에 선 내가 행복이다. 내 안에 천국이 있다.

남산제일봉 너머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보호지역이라 입산이 통제되어 되돌아서야만 하는 쓴맛을 맛본다.
언제나 되짚어 돌아와야 하는 길은 슬프다. 돌아와야 하는 길이 길면 길수록 더 슬프다.

평범한 일상이 싫어서도 아니요, ~ ~ 그렇다고 튀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리라. ~ ~ 그냥 남들 가니 가는 길도 아니요 ~ ~
예쁜 모습 눈에 담고자 ~ ~ 마음에 담고자 ~ ~ 찾아나서는 발걸음인데 마음이 휑하다. 이젠 설렘도 ~ ~ 기대도 ~ ~ 모두 물거품이다.

인생에는 수많은 갈피들이 있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아지면서 그 갈피들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이따금 그 추억의 갈피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계절의 갈피에서 꽃이 피고 지듯 인생의 갈피에서도 후회와 연민과 반성과 행복의 깨달음이 피어나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들이 엮어나가는 이 시간이 행복의 갈피로 자리할지....후회의 갈피로 자리할지.... 그건 각자의 마음줄기에 달려있는 갈피들이다.

산행도 ~ ~ 시간도 ~ ~ 체력도 ~ ~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있다.
가야산 정상까지는 못가도 해인사를 지나 오를 수 있는 곳까지 가기로 했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은 심심찮게 봄꽃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잉크빛 현호색, 남산제비꽃, 하얀제비꽃, 그림에서나 보았던 얼레지 꽃들이 군락을 이룬다.
조릿대 나무사이로 보�編� 얼레지가 줄을 잇는다.

잘 가다가도 꽃들만 만나면 나도 모르게 걸음이 주춤해진다.
함께한 일행들이 사라져 버려도 아랑곳없이 그들과 사귀게 된다.
상왕봉을 2Km정도 앞두고 다시 하산길로 접어든다.
걸을만큼 걸었지만 마음이 휑한건 여전하다.
이제껏 수없는 산행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허전한 산행은 처음이다.
그래도 즐거움은..... 고운 걸음 함께한 믿음의 형제,자매들과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자연에서 하루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할 뿐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4월14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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