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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분홍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비슬산.....

by 풀꽃* 2008. 5. 2.

언제:2008년4월16일(토요일) 날씨:비온후 맑음
어디:비슬산(1083m)
위치:경상북도 대구(달성)
코스:유가사 -비슬산 -조화봉 -자연휴양림(산행시간:4시간30분)


비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상북도 청도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 정상의 바위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남쪽으로는 조화봉(1058m)관기봉(990m)과 이어지며 유가사 쪽에서 올려다 보면 정상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바위 능선이 우뚝 솟아 있다.
대견사지 능선과 조화봉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전개되는 엄청난 광경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비슬산 정상 30여만평의 광활한 평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분홍빛 참꽃이 눈이 부실 정도로 장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늦은 봄 (4월말~5월초)이면 비슬산 정상 참꽃군락지와 비슬산 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참꽃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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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전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하루종일 바쁜 스케줄.....
이틀동안(토요일,일요일)의 먹을 것....입을 것....채워 넣을 것....준비하느라 손놀림,몸놀림이 바빠진다.
모범주부가 되기 위해 어느 한 곳 빈틈없이 채우려니까 육신이 조금은 피곤하다.
누가 시킨것도.....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기에 모든 준비과정도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른 시간인데도 여러 모양의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들속에는 직장으로 ~ ~ 삶의 터전으로 ~ ~ 바쁘게 움직이는 풍경속에 배낭을 메고 움직이는 나의 모습이 조금은 미안한 생각으로 자릴한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성급하게 여름을 읽어내려 가던 날씨가 오늘은 다시 눈부신 봄날의 하늘을 질투라도 하는걸까?....비구름이 잔뜩 움켜지고 놓아 줄줄을 모르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심술은 놀부만의 전유물이 아닌가 보다.

지난주 하얗게 아름다운 수를 놓았던 과수원의 배꽃도 살포시 꽃잎을 땅 위에 내려놓고 녹색의 옷으로 새 단장을 하였다.
아직 조팝나무는 때늦은 흰눈을 가볍게 뒤집어쓰고 이리 살랑 ~ ~저리 살랑 ~ ~ 몸을 흔든다.
근교에서는 볼 수 없는 청보리밭의 풍경과 노오란 유채꽃의 풍경이 마치 달력에 나와 있는 그림을 보는 듯 하다.

비슬산의 참꽃제가 열리던 날.......
늘 이맘때만 되면 떠나고 싶었다. 그곳으로 ~ ~
비슬산으로 가는 길 양옆으로는 경찰들과 관리요원들이 길게 줄을 잇고 등산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 행렬도 줄을 잇는다.
유가사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등산객들로 발 딛을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등로를 꽉 메우고.....마치 그 풍경이 어릴적 소풍나설때 짝궁과 손잡고 소풍가는 풍경같다.

긴 오름길.....조금의 공간만 있으면 재치있게 추월해 가면서 산을 오른다.
각기 산을 오를때마다 그 산의 특성에 맞게 야생화가 자릴한다.
선운산엔 보춘화 ~ ~ 주작산엔 제비꽃 ~ ~ 강천산엔 돌양지꽃 ~ ~ 계룡산엔 현호색 ~ ~ 비슬산엔 개별꽃이 참꽃제의 들러리라도 스는 듯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봄의 교향곡 연두빛 세상이 펼쳐진다.
나무마다 여린 연록의 새순들이 도란도란 올라오고 있다.
4월이 선물하는 파스텔 톤의 풍경화다. 비온 뒤의 모습이라 더 풋풋하고 싱그럽게 느껴진다. 마치 연록색 잎으로 부활하는 푸르름이 시작되는 향연에 초대받은 우리들이다.
모두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듯 기쁨의 성찬을 즐긴다.
산길에 피어난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도 반가웠고 오름길에서 만난 상큼한 바람도 반가웠다.
자연이 만든 아름답고 향기로운 실루엣.....그 속으로 파고든다.
물오른 소나무 가지 사이로 투영되는 물줄기는 한폭의 멋진 산수화가 되어 갈길 더디게 하지만 가파름이 심해 긴장 또한 늦출 수 없었다.

능선에 오르자 저만치 지나간 겨울이 다시 찾아온 듯.....바람이 차다. 자켓을 꺼내 입고 중무장을 한다.
사람만 추운게 아니라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린 진달래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은 괜찮은가 하면,어느 것은 찬바람에 시달려 꽃망울이 얼어버렸다.
긴 겨울을 보내고 이 세상에 나와 빛도 못보고 가야만 하는 모습이 마치 우리내 인생사와도 같다.

많은 사람들로 줄을 이은 비슬산의 평원지대는 지난 가을 빛을 바라던 억새숲으로 부터 시작이다.
곳곳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봄의 서곡은 시작된다. 또 다른 풍경화가 이 봄의 기억속으로 파고든다.

태고의 신비로움을 가득히 머금고 있는 비슬산 평원지대.....
오랜 휴지기를 맞고 일어선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흘린 연두빛 물감을 씻어내고 분홍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온 산을 색칠하였다.
기대했던 것 보다는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진달래의 여린 꽃잎이 소담스럽게 핀 꽃들을 보며 모두들 얼굴에선 진달래 보다 더 화려한 화색이 돌며 행복해 죽겠다....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비슬산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언제 와 봐도 그 넓은 비슬산의 풍경은 기쁨이고 행복 그 자체였다.
눈시린 아름다운 풍경 한 가운데 내가 서있다. 침묵하는 모든 것이 감동이고 묵상하는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참바람을 가득 이고 잿빛 하늘 아래 우뚝 선 그들의 모습이 붉은 피를 토해내 듯 파노라마가 되어 스쳐간다.

마치 영상을 보듯이 흘러~ ~흘러 ~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 같다.
이리 뛰고 ~ ~ 저리 뛰고 ~ ~꽃따라 걷는 걸음이 어쩔줄 모르는 나의 몸짓이 18세 소녀같기도 하고....소풍나온 기분이다.
수많은 인파로 줄을 이은 비슬산(대견봉)정상!!
정상석끼고 사진찍기가 하늘의 별따기....몸을 부대끼며 시끌벅적 한참의 시간을 보낸뒤 겨우 한장의 사진을 남겼다.

정해진 코스는 비슬산 정상에서 바로 유가사로 하산인데 조화봉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길게 이어진 능선길이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억새군락을 지나 소나무 숲으로 파고든다. 바람이 막힌 곳마다 등산객들이 둥지를 틀고 점심을 즐긴다.
묵직한 배낭속에 포도와 얼린 물이 있지만 차가운 날씨에 생각만 해도 몸이 오싹해진다.

산에만 오면 배고픔도 ~ ~ 힘듬도 ~ ~ 모두 잊어버리고 풍경에 취해 시간이 흘러감을 아쉬워 하며 사방 둘러보는 몸짓이 누가 옆에 있어도 ~ ~ 일행들이 다 지나가 버려도 눈길 한 번 둘 겨를이 없다.
정상을 옮기는 발걸음은 가볍지가 않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길을 걸으면서도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자릴한다.
풍경보랴 ~ ~ 일행들 살피랴 ~ ~ 두 눈 가지고 눈 놀림이 바빠진다.
이 길로 걷고 있음이 바르게 가는건지? 그냥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걷고있다.
잠시후 나이가 지긋하신 일행 한 분을 만났다.그 순간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웠다.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이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조화봉을 조금 못미쳐 거대한 참꽃군락이 있다며 이리로 오길 잘했다고 하신다.
길을 확실히 모르기에 일행분을 바짝 따라 붙는다.
30여분의 시간이 흐르자 우측으로 서서히 진달래군락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분홍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입이 딱 벌어질 만큼 규모도 대단하다 아까 정상부근의 군락지 보다 규모도 크고 바람이 막혀선지 꽃도 제법 많이 피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진달래의 향연속으로 접어든다. 분홍색 파노라마가 되어 비슬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진달래에 취해 또 다시 일행을 놓치고.... 사진을 담아가며 유유자적 걷는다.
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보는 듯 하다.
화사한 진달래 만큼 보는이들의 얼굴도 화사하다. 이 아름다운 풍경 꽁꽁 묶어만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도 ~ ~ 마음도 ~ ~ 모두 분홍색으로 물들 것만 같다.
아름다운 것,그리운 것을 마음에 담으며 그들과 함께 거닌다.

대견사지를 끼고 한 바퀴 돌아 전망대, 석탑을 거쳐 자연휴양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석탑 바로 앞에는 참꽃축제 한마당인 노래자랑도 열리고 있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이 행복한 그리움으로 남아 더 좋은 것 같다.
지나간 시간에 구석구석 남겨놓은 나의 발자취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더 머무르고 싶은 곳.....떠나야 할 시간.....
아직 다 돌아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뒤로하고....걷는 걸음이 빈 쭉정이다.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껍데기만 가지고 돌아온다.
언제나 하산길은 허망함으로 가득하다.그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는데도 마치 자식을 떼어 놓고 오는 심정 같다.
배고픔의 자리를 비슬산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선지 허기도 잊은채 걷고있다.

인간의 생명도 어린아이가 더 예쁜 것 처럼 등로 옆 새로 돋는 여린 풀들의 모습이 어찌 그리 예쁜지.....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풀 한 포기 조차도 예뻐하는 모습을 보고 놀림을 받았던 내가 이런곳에만 오면 갖가지 들꽃들의 유혹에 혼이 나가고 어찌 할 줄 모르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소녀할머니 맞나?.....하며 빙긋이 웃는다.

긴 내림길이 조금은 고통스럽지만 들꽃들과 눈맞추며 내려오는 길이 지루하지 만은 않다.

한 겨울의 푸르름을 잃치 않는 산죽처럼 우리의 인생도 마냥 푸르게 살 수는 없을까?

휴양림에 접어들자 자연휴양림 일원 주변에는 달성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기념식을 비롯하여 산신제,민속놀이마당,모형항공기대회,한지 도예체험,천연염색,비누체험,꽃꽃이전시회,사진전시회 및 각종 일일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30여만평의 참꽃 군락지.....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소박한 자유....그것이 바로 소박한 행복이 아닐까?...

4개월 내내 산으로 떠나는 날의 꿈만 꾸던 날.....희망과 절망이 수 없이 교차하던 그 시간을 보내고 산으로 향하는 마음이 그져 행복하기만 하다.
누구나 자기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 겸손해 지고 사색이 깊어지는 것 같다.
오늘도 조금씩 물들어가는 산정의 풍경속을 원없이 바라보며 분홍색 카펫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기쁨을 밟으며 나의 보금자리인 일상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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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산행코스가 상원사-조화봉-비슬산(대견봉)-유가사 인데 인일회장님께서 길을 잘못들어 유가사에서 산행을 시작해 원점회기 산행인 다시 유가사로 하산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자연휴양림쪽으로 하산했습니다.
2002년 산행때 유가사에서 시작해 자연휴양림쪽으로 하산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 길이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르고 그 길로 가면 유가사 주차장이려니 하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유유자적 걸으며 내려왔습니다.(왜 처음 산행을 시작하면 경치만 보았지 길은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잘 안되므로....) 주차장에 내려와서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타고 온 차를 찾아보니 차가 안보이길래 전화를 드렸더니 유가사 주차장에 있다고 합니다.
그때서야 이곳이 자연휴양림 주차장인줄 알고 차를 얻어타고 10여분쯤 가서 다시 20여분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비록 길은 잘못들었지만 휴양림쪽이 코스도 길고 풍광도 더 아름답고 갖가지 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산에만 가면 풍광에 취해 이정표를 안보고 다니는 습성을 아무래도 고쳐야 될 것 같습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4월28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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