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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계룡산이 가져다준 행복....

by 풀꽃* 2008. 4. 24.

언제:2008년4월19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계룡산
위치:충청남도 공주
코스:신원사-연천봉고개-연천봉-관음봉-자연성릉-삼불봉-남매탑-동학사(산행시간 4시간)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 이라고 했던가?
시린 겨울 끝에 만난 4월을 빗대어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내 생각으론 4월만큼 또 아름다운 계절이 또 있을까 싶다만.....

산벚꽃과 연록의 잎이 어우러진 산정은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 너무도 아름답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신록의 가짓잎을 보노라니 마음도 푸르러져 가는 것 같다.
진달래는 마지막 꽃봉우리를 열어젖히고 철쭉도 슬슬 기지개를 편다.
나무마다 새순은 봄의 노래를 부르고 봄의 향연에 참가한 종달새는 노래를 부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산하는 색채 매직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연인 것 같다. 아마도 이맘때가 산과 들녁의 빛깔이 가장 예쁠때가 아닌가 싶다.

푸르름이 좋아 또 나서본 산행길~ ~ 드넓은 푸르름으로 채워진 보리밭...
차창밖의 풍경도 온통 파스텔톤 색채의 매직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안성을 지날 즈음 하얗게 내려앉은 배꽃의 풍경이 마치 소금을 뿌려놓은 듯 ~ ~ 눈꽃이 내려 앉은 듯 ~ ~ 세상이 온통 하얗다.
배꽃들의 향연에 참가한 조팝나무도 나도 질세라 한 수 거들며 이리 살랑 ~ ~ 저리 살랑 ~ ~바람결에 밀려 노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 풍경에 멈추고 싶은 순간이다.

계룡산을 찾았을때 두 번의 만남도 그러했었고.....세번의 만남도 그러했다.
연록의 빛깔로 곱게 물들어가는 신원사의 뜨락.....
잔잔한 평화가 그려진다.
물감든 수채화 화구를 배낭에 넣고 그림그리러 가는 기분같다.
파릇파릇 새살 돋는 숲길엔 연두빛 물감들의 놀이터.....
바라만 보아도 눈이 부시어 마음도,눈도 모두 연두빛으로 물들 것만 같다.

마음은 봄의 한가운데 와 있는데 계절은 봄을 건너뛰어 여름으로 가려한다.
계룡산의 마루금은 은근한 오름길을 늘어놓는다.
눈 높이가 맞지 않는다고 .....느낌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불평했었는데.....
오늘도 선두의 행렬에 합류하여 산길을 걷고있다.

산행을 잘 한다는 것!! 언듯 생각하면 산을 빨리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머릿속에서 꾹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닌데.....왜 이렇게 욕심이 또 고개를 드는지? 번잡스런 마음이 한참을 자릴한다.
"그래 이번만이야"다음부터는 거북이 산행이야...마음속으로 또 다짐을 해본다.
결코 산행을 잘 한다는 것은 빨리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산에서 다 활용하는 것인데......왜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내 자신을 채칙하면서 수많은 들꽃들의 호위속에 산을 오른다

갈잎들의 보호속에 피어나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하고 사랑스럽다.
유난히도 잉크빛 현호색이 군락을 이루고 노오란 양지꽃,잉크빛 제비꽃,개별꽃,산자고가 그들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길게 이어진 오름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쿵당 ~ ~ 쿵당 ~ ~숨소리가 자연을 오염시키고 있다.
고요한 풍경에 더운숨 몰아쉬며 소담스럽게 핀 현호색의 유혹에 못이겨 그리로 뛰어든다.
바스락 ~ ~ 바스락 ~ ~ 갈잎들의 아파하는 소리를 들으며 풀도 뽑아주고, 검불도 치어주고,고개도 추켜 새워주고, 고개숙여 인사도 나누고,사진도 담아준다.

가지런히 놓인 나무계단을 오르니 연천봉 고개가 오르느냐고 수고했다며 시원한 바람을 선사한다.

햇살이 너무 예쁜 한낮......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사랑스럽다.
예쁘게 물든 진달래와 명성답게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 사이로 연록의 바람이 불어온다.
힘들게 오른만큼 아름다운 조망도 선사한다. 이쪽 저쪽으로 조망되는 아름다운 연봉들이 뜨거운 햇살에 세레를 받는다.
모두들 얼굴엔 승리자의 화색이 돈다.
많은 것을 담기에는 가슴이 벅차온다.
쉬는 것도 잠시 진달래의 인사를 받으며 연천봉으로 향한다.
두 번의 산행에서 이곳을 안오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연천봉에서 주능선을 바라보는 풍광이 마치 공룡의 등줄기를 바라보는 것 같다.
다시 오던길로 내려가 관음봉으로 향한다.
좁은 등로로 가는 길은 수 많은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야생화들의 이야깃 소리가 들려올듯 하다. 혼자였더라면 그들과 함께 한참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아주 거대하진 않지만 암봉으로 솟아있는 관음봉!!
그곳에 올라 사진도 담고 앞으로 가야 할 능선의 아름다운 조망의 성찬도 즐긴다.


번개같이 사라진 사람들.....
삼불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지 선두 일행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젠 주춤 할 시간이다. 이런 곳에선 더디 더디 가는 것이 최상의 약이다.
계단을 내려서면서 길게 이어진 자연성릉의 길을 걷는다. 화강암으로 이어진 돌길은 수 많은 등산객들의 발딛음으로 반질반질 길들여 졌고 진달래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산릉은 한눈팔다간 위험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아름다운 곳에만 서면 발길이 멈춰진다.
여기도 보고 ~ ~ 저기도 보고 ~ ~ 파스텔톤 색채의 매직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수려하게 어우러진 봄의 빛깔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연록의 바탕에 희끗희끗 ~ ~ 불긋불긋 ~ ~ 거무칙칙 ~ ~ 중간중간 그늘진 숲속에 조망 좋은 암봉까지......이런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 이런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를 연이어 마음에 새기며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배고픔도 잊고 ~ ~ 힘듦도 잊는다.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준 것은 연록의 푸르름과 수많은 야생화들.... 아름다운 조망들이다.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조망과 오던길 되돌아 보는 조망은 덤으로 얻는 선물이다.

계룡산의 산자락엔 진달래가 제철을 맞아 한창이다.
일부러 꽃산행을 떠나온건 아닌데 덤으로 얻은 보너스이다.
일행들을 떠나보내고 계룡산의 미아가 되어 유유자적 걷는 길이 지루하지가 않다.
어디쯤에선가 선두일행들을 다시 만났다. 휴식을 취하고 막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잠시 쉬며 물만 마시고 그들과 동행을 한다.

이제 거의 능선이 끝나간다.
오름은 올라가서 힘들고.....내림길은 경사가져서 힘들다 했다.
남매탑부터는 등산객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합류하여 길도 복잡하고 돌계단으로 이어져 지루한 구간이다.

산꾼들의 지혜......
남매탑에서 좌측으로 큰배재 가는 길로 우회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닌 길은 아니어도 좁은 등로로 산길이 이어진다.
마치 봄속의 가을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갈잎들이 깔려있는 폭신한 등로는 크게 오름도 ~ ~ 내림도 없이 편안한 능선으로 한참을 이어진다.

등로 양 옆으로 함초롬이 피어있는 야생화들의 눈인사 건네며 편안한 길을 걷는다.

한잎 한잎 떨어져 땅위를 수놓는 진달래의 빛깔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비로소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능선이 끝나갈 즈음 조금은 험한 바위로된 험로도 만나지만 그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햇빛에 반사된 연록의 풍광들이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조금은 염려속에 접어든 길이 매표소 바로 옆으로 임도와 만나 편안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동학사로 향하는 돌계단을 안거치고 하산을 하니 마치 날개를 달고 건너뛰기를 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다.
오늘도 세상이 주는 잠깐의 행복과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자연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의 일상으로 다시 향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4월21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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