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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강천산 종주....

by 풀꽃* 2008. 4. 9.

언제:2008년4월5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강천산(537.7m)
위치:전라북도 순창
코스:주차장-495봉-깃대봉-강천산(왕자봉)-제1형제봉-제2형제봉-북문-북바위-시루봉-광덕산-신선봉-폭포-주차장
산행시간:5시간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남편의 인사말을 배낭 깊숙히 접어넣으며 집을 나선다.
어둠은 아직 가로등 불빛 아래 널려있고 다들 잠든 새벽 고요속에 아침을 만들어 간다.
나의 일상에서는 가까이 할 수 없는 곳이기에 먼길을 찾아나선다.

4월의 세상은 깨긋하고 환해보였다.
오늘도 편안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머리를 잘못들어 개척산행을 한다.
길이 아님을 증명해 주는 것은 지난 가을 떨어진 갈잎들이 그 모습 그대로 땅위를 덮고있다.
오늘의 보물찾기는 갈잎들의 호위속에 시작된다.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바스락 ~ ~ 바스락 ~ ~ 갈잎들이 아파하는 소릴들으며 봄햇살이 내리쬐는 양지바른 언덕배기엔 더 이상 숨기를 포기한 남산제비꽃,하얀제비꽃들이 살포시 미소지으며 눈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길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후미대장님의 불참에 선두대장님을 따라 나선다.
마음이 시작부터 긴장이 된다.
된비알길을 스틱도 없이 오르는 모습이 역시 대장님 답게 다가온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스스로 좋아서 하는 짓이기에 불평도 ~ ~ 원망도 ~ ~ 고생도 낙으로 하는 행위가 사랑스럽다.
살포시 내려앉은 갈잎을 내 딛는 걸음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한 발자욱 내 딛으면 두 발자욱 미끄러지는 반복적인 몸짓들이 땀을 가져다 준다.
산의 소리를 듣다 내 안의 소리를 들었다. 콩닥 ~ ~ 콩닥 ~ ~
언제나 산에 대한 열정은 마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내 속에서 뿜어나왔다.
그래도 지치지 않음은 곱게 단장한 새색시처럼 수줍어 하는 진달래의 분홍빛 향기같은 것들이 내 속으로 기어들어와 삶의 일부로 자릴잡기 때문이다.
연분홍 진달래꽃이 죽은 소월도 다시 불러일으킬 만큼 화사하다.
오늘도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 질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산을 오른다.

똑같은 날의 똑같은 풍경도 새로운 의미로 보여진다. 이런 것이 자연의 섭리일까?
한낮의 태양이 마치 여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앞에 선 대장님의 발길 포개어 걷는 걸음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40여분을 지나 능선에 도착했다.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발갛게 상기된 모습들에선 말은 안해도 힘들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좁은 등로의 능선길.....
스쳐가는 미풍마져 고이 간직하고픈 마음이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설레임 속엔 아직은 갈색빛이 더 강한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연록의 물이 오르고 있다. 한낮의 햇살이 축복처럼 나무 위에 앉아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
바람이 전하고 향기가 전하는 봄기운이다.
편안한 휴일을 접고 빡빡한 시간 쪼개어 산을 찾고 자연을 찾은 이유가 조급증은 아닐텐데.....각기 다른 시간 속을 머물던 사람들이 모여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같은 호흡을 하리라고는 기대를 한건 아니었지만 모두는 같은 길을 가며 다른 생활속에 머물 듯 걸음들이 빠르다.
웃음 한 조각 ~ ~ 여유 한 조각 ~ ~ 나누는 시간들이 넉넉하게 할애된다면 이 시간이 더 행복의 시간으로 채워질텐데.....
걷고 있는 자체가 포만감으로 자릴한다.
마치 내가 걷는게 아니라 길이 스스로 밀려 가는 듯 하다.
이곳 ~ ~ 저곳으로 배달되어 가는 시간여행은 산을 한 바퀴 빙 돌게된다.

완연한 봄기운속의 움직임들.....
나무도~ ~ 사람도~ ~ 들꽃들도 ~ ~ 봄의 노래를 부른다.
계절의 변화를 거부하는건 청송과 산죽들이다.

왕자봉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던길 되돌아서야 하는 번거로움도 잠시.....다시 능선길로 접어든다.
분홍빛 진달래....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꽃망울이 보일락 말랑했는데 벌써 그들은 성숙한 봄의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속에 봄의 향기가 한층 짙게 배어 있는 것 같다.
성벽과 북문,광덕산이 눈에 들어온다.
추억을 그리며 가는 길..... 설레임을 따라 가는 길.....
오늘도 우리들의 소중한 시간은 흐르고 있다.

북바위....먼저 오른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롭게 휴식을취하고 있는 풍경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저 아래 현수교도 보이고 시루봉이 가까이서 손짓을 한다.
오를땐 힘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너무도 뿌듯하다.
가장 긴 휴식시간을 할애하고 시루봉으로 향한다.

이제까지는 별다른 풍광도 없이 걷는 연습만 한것 같은데 보물들이 하나,둘 몸매를 들어낸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진다. 걸음이 느려진다는 것은 그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시원하게 뚤린 조망이 이제껏 지나온 시름을 씻어준다.

봄이 묻어나는 소리.....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들 속에 함께 움직이는 풍경화가 되어 산길 가득 더운숨을 몰아쉰다.
성벽을 따라 이 세상에서 가장 노오란 색깔의 돌양지꽃들이 햇살을 받고 봄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어쩜 그리 고운 빛깔로 다시 태어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을까?
먼 훗날 나도 세상 소풍 다 마친 후 이들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남아 있었음을 바라는 마음이다.
산을 거닐며 들꽃들을 볼 수 있는 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예쁜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의 신비에 경이로움과 고마움을 느낀다.

이제 광덕산으로 향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노송들의 어울림 속에 나 또한 그들과 하나되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간다.

우측으로 내려앉은 들녁과 마을들의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광덕산의 모습이 숨이 막힐 듯 마음이 무겁다.

사람의 마음은 늘 그러하듯.....
아까 산길을 걸으땐 그곳을 안오르고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막상 헬기장에 도착하니 욕심이 생긴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유유자적 광덕산을 오른다. 바라 볼 때는 멀게만 느껴졌는데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오를 수가 있었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 신선봉으로 향한다.신선봉에서 걸어온 길을 가늠해 보니 내가 생각해도 참 대견스럽다.
그 먼길을....뿌듯함이 밀려온다.

광덕산을 오르기 위해 그 아름다운 풍광을 다 포기하고 종주길을 택한 것은 과연 잘 선택한 것일까? 아님 잘못된 선택일까?
번잡스런 마음이 한참을 자릴한다.

내려와서 마지막 폭포라도 봤으니 다행이지 그것 조차도 못봤더라면 아마 두 다리 뻗고 엉~ ~ 엉~ ~ 울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또 하루가 찬란하게 부서지고 삶의 터전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가고 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4월6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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