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8년5월10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일림산,사자산,제암산
위치:전라남도 장흥과 보성
코스:한치-일림산-곰치-사자산-간재-곰재-제암산-휴양림(산행시간 6시간15분)
한 시간 조기출발....멀고 지루하지만 산행이란 이름에 특별함이란.....지루함도 ~ ~힘듬도 모두 사그라 든다.
언제나 그랬듯이 산으로 향하는 마음은 설레인다.
햇빛 좋고 하늘 맑은 5월의 한 날.....남쪽으로 마음을 활짝 열었다.
푸르던 보리가 그새 세월의 밀림에 옅은 갈색빛을 띠우려 한다.
그 세상속 풍경들은 한폭의 전원처럼 평화로워 보인다.
한치에 이르니 조용하던 숲속 세상은 우르르 찾아든 사람들로 고요를 깨우고 순식간에 안개 걷히듯 금새 사라져 버린다.
녹색의 정원으로 들어서니 산들바람과 싱그러운 공기가 너무도 좋다.
길게 이어지는 잔잔한 오름길....
이름모를 고운빛의 들꽃들과 앙증맞은 꽃분홍 싸리꽃이 산새들의 속삭임과 어우러져 마냥 행복하게 해준다.
등로 옆 나무들은 연록의 나뭇잎들이 자리 잡아 산등성으로 세를 키워가고 있다.
잉크처럼 번지는 숲의 향과 산정의 너그러움 모두가 기다렸던 그리움들이다.
산으로 향하는 오름길의 숲은 한낮의 향기를 진하게 피워내고 새들은 지저귄다.
한참을 거친 숨 내몰아쉬며 발길을 옮긴다. 초록빛 녹음이 하늘거리는 5월의 숲길은 싱그럽기만 하다.
능선에 오르자 땀 흘린뒤 바람결에 널어 놓은 얼굴엔 뿌듯한 행복이 가득하다.
바람이 전하는 풀향기에 떠밀려 산마루에 서니 가슴속 까지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초록과 분홍빛이 펼져지는 능선길.....
철쭉의 정보를 알고 왔는지......모르고 왔는지 전국에서 모여든 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초록 신록의 싱그러움 그리고 길섶에서 아직 봄의 뒷꼬릴 여전히 잡아 채고 있는 철쭉들....
철쭉은 기다리다 지쳐 능선을 내려가려 한다.
눈부시게 빛나는 철쭉의 향연은 아닐지라도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철쭉은 초록과 어우러져 마치 수체화 같이 보여진다.
길게 이어진 능선길은 철쭉이 주인이 되어 봄잔치를 하고 있다.
꽃잔치를 펼치고 있는 산정은 분홍색 바다이다.
그 잔치에 초대받은 산객들은 다 같을순 없지만....누군 꽃이 뭐 이래...누군 아!! 아름답다..한다.
같은 길일지라도 모두에게 같은 크기일수는 없는 것 같다.
누구의 눈엔 잘 차려진 밥상처럼 보이고 누구의 눈엔 불편스럽고 부담스러운 밥상처럼 보일지는 그것은 각자의 마음줄기에 따라 주어진 현실인 것을.....
난 항상 잘 차려진 밥상을 꿈꾼다.
파도타기 하듯 출렁이는 철쭉은 사람들을 동화속으로 이끈다.
화려함의 극치는 빛과 색의 이중주다.
어느 곳은 꽃이 한창인가 하면 어느 곳은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다하고 떠나려 한다.
눈길 돌리는 곳마다 분홍빛깔로 채색되어 있다.
이곳에 오기전 인터넷을 통해 철쭉산행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어짐에 큰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막바지 철쭉의 향연은 생각했던 것 보다 화려하다.
전망 좋은 터마다 신선의 마음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그 또한 자연스런 산의 일부 같다.
수 많은 사람들의 숨결에 다져진 옹골진 산길따라 걷는 길은 산길을 내려오는 사람들로 흙먼지 한아름 선물 받고 일림산 정상에 오른다.
꽃에 취해 일행들 다 떠나보내고 사진 한 장 남기기가.....순서 기다리는 것도....사진 기사 물색하는 것도 너무도 번거롭다.
저 멀리 사자산과 제암산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거리가 이웃나라 같이 느껴진다. 오르기도 전에 질려버릴 것만 같다.
능선길엔 자기의 몸을 과시라도 하듯 예쁘게 피어있는 들꽃(큰꽃으아리)이 한낮 햇빛을 받으며 환영의 인사를 하는 듯 하다.
이곳부터는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 모두가 꽃산행을 즐기려고 단구간만을 오르지 우리같이 종주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일림산이나 제암산 한 곳 만을 선택하여 오른다.
사자산으로 가는 길.....
걷고 또 걷는 잰걸음 뒤로 옮겨지는 산줄기....인적 없는 내림길은 경사가 급할뿐만 아니라 흙먼지 폴~ ~폴 날리고 내 키보다 큰 철쭉길로 접어든다.
바른 길을 걷고 있는대도 가슴 한 켠에선 이 길이 맞을까? 괜한 걱정도 부추기고 ....조급함이 앞선다.
반듯한 이정표라도 자주 있으면 위안이 된다지만 이정표도 비표도 인색하다.
좁은 등로의 오솔길.....
갖가지 들꽃들의 눈인사 건네며 걷는 걸음이 그래도 바쁘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짓잎을 보노라니 마음도 푸르러져 감을 느낀다.
긴 시간 후에 전원의 평화로운 일상은 시작되고 내 속에 있는 어두운 것과 부정적인 것들을 바깥으로 내놓고 신선한 것들을 몸 안으로 불러들인다.
맑은 자연의 기운을 가슴속 깊이 들이 마시면서 편안한 산길을 걷고있다.
편안한 육산의 능선길은 구름처럼 유유자적하게 흘러 가는 길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나 또한 길처럼 유유자적 걷고 싶은 마음이다.
어디쯤에선가 좌측으로 실냇가가 흐르고 있다. 일림산과 사자산의 경계같다.
큰 폭포음은 아니지만 물줄기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들린다.
실개천에 심겨져 있는 수양버들나무는 푸른 이끼를 몸에 휘감고 있고 연록의 이파리들은 바람에 살랑인다.
개천을 건너 갈림길이다. 이정표도 ~ ~ 비표의 흔적도~ ~ 형형색색의 꼬리표도 ....흔적도 없이 막막하다.
한참을 서서 방향을 잡는다.사자산을 거쳐 제암산으로 하산이니까 왼쪽길이 맞는 것 같다.
산정에 왠 머위밭....
개천을 건너자 우측으로 한 평 남지기 땅에 머위가 지천이다.마음은 욕심이 생기지만 시간관계상 뜯지 못하고 달랑 두 잎만 따 봤다.
20여m쯤 갔을까 형형색색의 꼬리표가 나무에 나폴댄다.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조금 더 가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그런데 제암산 방향으로 있어야 할 비표가 용추폭포 쪽으로 깔려있다.
분명 이쪽 길이 아닌데 비표가 바람에 날아갔는지 제암산 쪽으로 바로 잡아 놓고 길을 걷는다.
등로의 나무들은 봄의 옷으로 갈아 입고 화사한 미소를 날리고 있다. 산길에서 쭉쭉 뻗은 나무들 아래 잔디풀 같은 초록의 풀섶이 펼쳐지는 장면은 정말 좋은 느낌이다.
잘 아는 지인이 연록의 풍광에 반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더니 이런 모습인것 같다.
한쪽 창 열어주는 숲터널의 배려속에 하늘을 가리는 숲속의 나뭇잎들은 지붕을 엮고 간간이 군데군데 작은 하늘 창을 만들어 그 사이로 예쁜 새들이 목청을 높혀 한껏 노래한다.
누구나 가장 아름다운 젊은 날이 있듯이.....자연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산속의 계절은 자꾸만 녹음으로 짙어져 가고 있다. 대자연 앞에서는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도 작아보인다.
녹음 우거진 숲길엔 바람만이 넘나들고 한적한 오솔길은 상쾌하기 이를데 없다.
혼자 걷는 내게 산은 제 품을 열어 산의 소리를 들려 주었다.
바람소리 ~ ~ 새울음소리 ~ ~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 ~내 발자국 소리..... 산의 소리를 듣다 내 속의 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의 내면을 보게 되었다.
산처럼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모든이를 감싸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고 싶다.
나의 앞만 보지 않고 좌우도 돌아보고 뒤도 돌아볼 줄 아는 ....다르게 말하면 산의 정상을 향해 가야되지만 계곡과 골짝과 산세를 보며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기 바라는 마음이다.
등산객들이 하나, 둘 모습이 드러난다. 제암산에서 사자산을 거져 하산하는 사람들 같다.
오랜 시간에 할애한 장시간의 산행시간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더니 하늘로 이어진 사자산에 도착했다.
전망 좋은 터마다 신선의 마음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자산 정상과 이어진 사자부봉....마치 사자의 모습같다.
사자산 정상 앞으로 웅장한 제암산이 우뚝 서 있다.
시간 볼 겨를도 없이 내리막 길을 달려 제암산으로 파고든다.
경사가 완만한 오름길은 초록의 바탕에 분홍의 어우러짐이 철쭉군락이 틀림없다.
고도가 높아선지 일림산 철쭉의 빛깔보다 빛도 곱고 꽃의 상태도 양호하다.
제암산 철쭉제단 앞에는 수많은 리본들로 보아 철쭉제를 지낸 흔적들이 역역하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철쭉평원.....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이렇듯 신비스런 자연과 함께함이 아닌가 싶다. 바라봄으로 즐길 수 있는 포만감이 가득하다.
신록의 햇살 만큼이나 싱그러운 철쭉향기에 취해 흔건히 젖어드는 마음이다.
맑은 공기와 숲의 바람소리 새소리 등....분홍빛 철쭉은 봄의 편지를 쓰고 있다.
시원한 평원의 바람을 맞으며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그져 흘러가는 산릉과 고원의 투명한 바람과 푸른 하늘과 5월의 태양빛 만을 기억하고 싶다.
철쭉평원을 내려오니 갈림길이다. 곧바로 제암산 정상 가는 길과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교차되는 지점이다.
시간을 보니 3시55분!! 4시30분이 하산 시간인데 휴양림까지는 20여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기까지 오면서....먼길을 달려왔는데 정상을 오르지 않고 갈 생각을 하니 울컥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나만의 생각.....
점심을 먹지않으면 정상을 올라도 되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오른다.지금 이 순간은 시간을 계속 붙잡고 싶어진다. 된비알 길을 쉼도 없이 숨거를 시간도 없이 20분만에 능선에 올랐다.
여기까지 오도록 이토록 빛고운 철쭉은 처음이다.
시간이 늦었지만 몇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걸으면서 찍을 사진을 물색한다.(시간이 촉박하므로...)
이젠 앞만 보고 정상석을 향해 달려간다. 정상에 도착과 동시에 회장님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위치를 밝히고 빨리 하산하겠다는 말로 끝맺음을 하고 정상석을 향해 오른다.
시간이 많이 흘러가서선지 정상에는 정상석만이 버티고 서있고 남자등산객 한 분만이 암봉 중간쯤에 내려오고 있었다.
길게 말 할 겨를도 없이 사진을 부탁하고.....감사의 말을 전하고 부랴부랴 하산길로 접어든다.
아직도 산정에 들면 메마르지 않은 후덕한 인심에 덩달아 마음이 푸근해 진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날개를 달고 싶은 심정이다. 최대한의 속도를 내며 걸었는데도 주차장에 도착하니 45분을 지각하고 차에 올랐다....
앞에 앉았으니 다행이지 만일 뒤에 앉았더라면 얼굴들고 차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난날의 수많은 산행을 하면서 너무 더워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 쌓인 눈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산행이 넘 길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또 오르내림의 폭이 심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초가을 우중산행에서도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그날 컨디션이 좋질 않아서 힘든적도 있었고.....무엇보다도 제일 힘들었던 것은 추운 겨울날 손이 시려워 쩔쩔맸던 산행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 오늘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간의 부족이 그들 사이에 나란히 어깨동무 하려한다.....
이 힘듬도 지우개로 슥슥 지워나가며 망각의 자리에 또 다시 같은 그림을 그려 갈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5월13일 들꽃향기...........
어디:일림산,사자산,제암산
위치:전라남도 장흥과 보성
코스:한치-일림산-곰치-사자산-간재-곰재-제암산-휴양림(산행시간 6시간15분)
한 시간 조기출발....멀고 지루하지만 산행이란 이름에 특별함이란.....지루함도 ~ ~힘듬도 모두 사그라 든다.
언제나 그랬듯이 산으로 향하는 마음은 설레인다.
햇빛 좋고 하늘 맑은 5월의 한 날.....남쪽으로 마음을 활짝 열었다.
푸르던 보리가 그새 세월의 밀림에 옅은 갈색빛을 띠우려 한다.
그 세상속 풍경들은 한폭의 전원처럼 평화로워 보인다.
한치에 이르니 조용하던 숲속 세상은 우르르 찾아든 사람들로 고요를 깨우고 순식간에 안개 걷히듯 금새 사라져 버린다.
녹색의 정원으로 들어서니 산들바람과 싱그러운 공기가 너무도 좋다.
길게 이어지는 잔잔한 오름길....
이름모를 고운빛의 들꽃들과 앙증맞은 꽃분홍 싸리꽃이 산새들의 속삭임과 어우러져 마냥 행복하게 해준다.
등로 옆 나무들은 연록의 나뭇잎들이 자리 잡아 산등성으로 세를 키워가고 있다.
잉크처럼 번지는 숲의 향과 산정의 너그러움 모두가 기다렸던 그리움들이다.
산으로 향하는 오름길의 숲은 한낮의 향기를 진하게 피워내고 새들은 지저귄다.
한참을 거친 숨 내몰아쉬며 발길을 옮긴다. 초록빛 녹음이 하늘거리는 5월의 숲길은 싱그럽기만 하다.
능선에 오르자 땀 흘린뒤 바람결에 널어 놓은 얼굴엔 뿌듯한 행복이 가득하다.
바람이 전하는 풀향기에 떠밀려 산마루에 서니 가슴속 까지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초록과 분홍빛이 펼져지는 능선길.....
철쭉의 정보를 알고 왔는지......모르고 왔는지 전국에서 모여든 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초록 신록의 싱그러움 그리고 길섶에서 아직 봄의 뒷꼬릴 여전히 잡아 채고 있는 철쭉들....
철쭉은 기다리다 지쳐 능선을 내려가려 한다.
눈부시게 빛나는 철쭉의 향연은 아닐지라도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철쭉은 초록과 어우러져 마치 수체화 같이 보여진다.
길게 이어진 능선길은 철쭉이 주인이 되어 봄잔치를 하고 있다.
꽃잔치를 펼치고 있는 산정은 분홍색 바다이다.
그 잔치에 초대받은 산객들은 다 같을순 없지만....누군 꽃이 뭐 이래...누군 아!! 아름답다..한다.
같은 길일지라도 모두에게 같은 크기일수는 없는 것 같다.
누구의 눈엔 잘 차려진 밥상처럼 보이고 누구의 눈엔 불편스럽고 부담스러운 밥상처럼 보일지는 그것은 각자의 마음줄기에 따라 주어진 현실인 것을.....
난 항상 잘 차려진 밥상을 꿈꾼다.
파도타기 하듯 출렁이는 철쭉은 사람들을 동화속으로 이끈다.
화려함의 극치는 빛과 색의 이중주다.
어느 곳은 꽃이 한창인가 하면 어느 곳은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다하고 떠나려 한다.
눈길 돌리는 곳마다 분홍빛깔로 채색되어 있다.
이곳에 오기전 인터넷을 통해 철쭉산행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어짐에 큰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막바지 철쭉의 향연은 생각했던 것 보다 화려하다.
전망 좋은 터마다 신선의 마음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그 또한 자연스런 산의 일부 같다.
수 많은 사람들의 숨결에 다져진 옹골진 산길따라 걷는 길은 산길을 내려오는 사람들로 흙먼지 한아름 선물 받고 일림산 정상에 오른다.
꽃에 취해 일행들 다 떠나보내고 사진 한 장 남기기가.....순서 기다리는 것도....사진 기사 물색하는 것도 너무도 번거롭다.
저 멀리 사자산과 제암산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거리가 이웃나라 같이 느껴진다. 오르기도 전에 질려버릴 것만 같다.
능선길엔 자기의 몸을 과시라도 하듯 예쁘게 피어있는 들꽃(큰꽃으아리)이 한낮 햇빛을 받으며 환영의 인사를 하는 듯 하다.
이곳부터는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 모두가 꽃산행을 즐기려고 단구간만을 오르지 우리같이 종주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일림산이나 제암산 한 곳 만을 선택하여 오른다.
사자산으로 가는 길.....
걷고 또 걷는 잰걸음 뒤로 옮겨지는 산줄기....인적 없는 내림길은 경사가 급할뿐만 아니라 흙먼지 폴~ ~폴 날리고 내 키보다 큰 철쭉길로 접어든다.
바른 길을 걷고 있는대도 가슴 한 켠에선 이 길이 맞을까? 괜한 걱정도 부추기고 ....조급함이 앞선다.
반듯한 이정표라도 자주 있으면 위안이 된다지만 이정표도 비표도 인색하다.
좁은 등로의 오솔길.....
갖가지 들꽃들의 눈인사 건네며 걷는 걸음이 그래도 바쁘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짓잎을 보노라니 마음도 푸르러져 감을 느낀다.
긴 시간 후에 전원의 평화로운 일상은 시작되고 내 속에 있는 어두운 것과 부정적인 것들을 바깥으로 내놓고 신선한 것들을 몸 안으로 불러들인다.
맑은 자연의 기운을 가슴속 깊이 들이 마시면서 편안한 산길을 걷고있다.
편안한 육산의 능선길은 구름처럼 유유자적하게 흘러 가는 길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나 또한 길처럼 유유자적 걷고 싶은 마음이다.
어디쯤에선가 좌측으로 실냇가가 흐르고 있다. 일림산과 사자산의 경계같다.
큰 폭포음은 아니지만 물줄기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들린다.
실개천에 심겨져 있는 수양버들나무는 푸른 이끼를 몸에 휘감고 있고 연록의 이파리들은 바람에 살랑인다.
개천을 건너 갈림길이다. 이정표도 ~ ~ 비표의 흔적도~ ~ 형형색색의 꼬리표도 ....흔적도 없이 막막하다.
한참을 서서 방향을 잡는다.사자산을 거쳐 제암산으로 하산이니까 왼쪽길이 맞는 것 같다.
산정에 왠 머위밭....
개천을 건너자 우측으로 한 평 남지기 땅에 머위가 지천이다.마음은 욕심이 생기지만 시간관계상 뜯지 못하고 달랑 두 잎만 따 봤다.
20여m쯤 갔을까 형형색색의 꼬리표가 나무에 나폴댄다.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조금 더 가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그런데 제암산 방향으로 있어야 할 비표가 용추폭포 쪽으로 깔려있다.
분명 이쪽 길이 아닌데 비표가 바람에 날아갔는지 제암산 쪽으로 바로 잡아 놓고 길을 걷는다.
등로의 나무들은 봄의 옷으로 갈아 입고 화사한 미소를 날리고 있다. 산길에서 쭉쭉 뻗은 나무들 아래 잔디풀 같은 초록의 풀섶이 펼쳐지는 장면은 정말 좋은 느낌이다.
잘 아는 지인이 연록의 풍광에 반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더니 이런 모습인것 같다.
한쪽 창 열어주는 숲터널의 배려속에 하늘을 가리는 숲속의 나뭇잎들은 지붕을 엮고 간간이 군데군데 작은 하늘 창을 만들어 그 사이로 예쁜 새들이 목청을 높혀 한껏 노래한다.
누구나 가장 아름다운 젊은 날이 있듯이.....자연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산속의 계절은 자꾸만 녹음으로 짙어져 가고 있다. 대자연 앞에서는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도 작아보인다.
녹음 우거진 숲길엔 바람만이 넘나들고 한적한 오솔길은 상쾌하기 이를데 없다.
혼자 걷는 내게 산은 제 품을 열어 산의 소리를 들려 주었다.
바람소리 ~ ~ 새울음소리 ~ ~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 ~내 발자국 소리..... 산의 소리를 듣다 내 속의 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의 내면을 보게 되었다.
산처럼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모든이를 감싸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고 싶다.
나의 앞만 보지 않고 좌우도 돌아보고 뒤도 돌아볼 줄 아는 ....다르게 말하면 산의 정상을 향해 가야되지만 계곡과 골짝과 산세를 보며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기 바라는 마음이다.
등산객들이 하나, 둘 모습이 드러난다. 제암산에서 사자산을 거져 하산하는 사람들 같다.
오랜 시간에 할애한 장시간의 산행시간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더니 하늘로 이어진 사자산에 도착했다.
전망 좋은 터마다 신선의 마음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자산 정상과 이어진 사자부봉....마치 사자의 모습같다.
사자산 정상 앞으로 웅장한 제암산이 우뚝 서 있다.
시간 볼 겨를도 없이 내리막 길을 달려 제암산으로 파고든다.
경사가 완만한 오름길은 초록의 바탕에 분홍의 어우러짐이 철쭉군락이 틀림없다.
고도가 높아선지 일림산 철쭉의 빛깔보다 빛도 곱고 꽃의 상태도 양호하다.
제암산 철쭉제단 앞에는 수많은 리본들로 보아 철쭉제를 지낸 흔적들이 역역하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철쭉평원.....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이렇듯 신비스런 자연과 함께함이 아닌가 싶다. 바라봄으로 즐길 수 있는 포만감이 가득하다.
신록의 햇살 만큼이나 싱그러운 철쭉향기에 취해 흔건히 젖어드는 마음이다.
맑은 공기와 숲의 바람소리 새소리 등....분홍빛 철쭉은 봄의 편지를 쓰고 있다.
시원한 평원의 바람을 맞으며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그져 흘러가는 산릉과 고원의 투명한 바람과 푸른 하늘과 5월의 태양빛 만을 기억하고 싶다.
철쭉평원을 내려오니 갈림길이다. 곧바로 제암산 정상 가는 길과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교차되는 지점이다.
시간을 보니 3시55분!! 4시30분이 하산 시간인데 휴양림까지는 20여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기까지 오면서....먼길을 달려왔는데 정상을 오르지 않고 갈 생각을 하니 울컥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나만의 생각.....
점심을 먹지않으면 정상을 올라도 되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오른다.지금 이 순간은 시간을 계속 붙잡고 싶어진다. 된비알 길을 쉼도 없이 숨거를 시간도 없이 20분만에 능선에 올랐다.
여기까지 오도록 이토록 빛고운 철쭉은 처음이다.
시간이 늦었지만 몇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걸으면서 찍을 사진을 물색한다.(시간이 촉박하므로...)
이젠 앞만 보고 정상석을 향해 달려간다. 정상에 도착과 동시에 회장님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위치를 밝히고 빨리 하산하겠다는 말로 끝맺음을 하고 정상석을 향해 오른다.
시간이 많이 흘러가서선지 정상에는 정상석만이 버티고 서있고 남자등산객 한 분만이 암봉 중간쯤에 내려오고 있었다.
길게 말 할 겨를도 없이 사진을 부탁하고.....감사의 말을 전하고 부랴부랴 하산길로 접어든다.
아직도 산정에 들면 메마르지 않은 후덕한 인심에 덩달아 마음이 푸근해 진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날개를 달고 싶은 심정이다. 최대한의 속도를 내며 걸었는데도 주차장에 도착하니 45분을 지각하고 차에 올랐다....
앞에 앉았으니 다행이지 만일 뒤에 앉았더라면 얼굴들고 차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난날의 수많은 산행을 하면서 너무 더워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 쌓인 눈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산행이 넘 길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또 오르내림의 폭이 심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초가을 우중산행에서도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그날 컨디션이 좋질 않아서 힘든적도 있었고.....무엇보다도 제일 힘들었던 것은 추운 겨울날 손이 시려워 쩔쩔맸던 산행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 오늘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간의 부족이 그들 사이에 나란히 어깨동무 하려한다.....
이 힘듬도 지우개로 슥슥 지워나가며 망각의 자리에 또 다시 같은 그림을 그려 갈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5월13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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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비슬산..... (0) | 2008.05.02 |
계룡산이 가져다준 행복.... (0) | 2008.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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