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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연인산)

by 풀꽃* 2008. 5. 28.

언제:2008년5월24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연인산1068m
위치:경기도 가평
코스:백둔리-장수능선-연인산(정상)-소망능선-백둔리(산행시간5시간)


<연인산 아홉마지기 전설>
산 정상에는 부드럽고 완만한 '아홉 마지기'라는 땅의 전설이 있다.
옛날에.... 어디서 온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길수라는 청년이
이 산에서 화전을 일구고, 숯을 굽기도 하면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길수는 일년에 서너 번 씩 마을의 김 참판 댁으로 숯을 가지고 오면서
그 댁 종으로 있는 소정이라는 처녀를 알게 되었는데 그 처녀는 흉년에
쌀을 꾸어다 먹고 갚지 못하여 종처럼 일하고 있었다.

길수와 소정은 서로의 처지를 알게 되면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한 번은 길수가 숯을 져 오다가 눈길에 넘어져 김 참판 댁에서 치료를
받으며 열흘 간 누어 있으면서 소정과 혼인하기로 마음먹는다.

소정과 혼인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김 참판은 길수에게 조 백 가마를
내놓던가 아니면 숯 가마터를 내놓고 이 고장을 떠나라고 한다.
길수는 결국 조 백 가마를 가져오겠노라고 약조를 하고 만다.
조 백 가마를 마련할 길이 없어 고민하던 길수는 우연히 연인산 꼭대기에
조를 심을 수 있는 곳이 있음을 알게되었고 기쁨에 들떠서 그곳에 밭을
일구고 조를 심었는데 조 백 가마가 나오고도 남을 꼭 아홉 마지기 땅이었다.

조는 무럭무럭 자라 이삭이 여물고 길수와 소정의 꿈도 함께 익어가면서
둘은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길수는 김 참판의 계략으로
역적의 자식이란 누명을 쓰고 포졸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길수는 쫓긴지 사흘만에 소정을 데리고 도망을 가려고 한 밤중에 김 참판댁으로
갔는데, 길수를 기다리던 소정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절망에 빠진다.

아홉마지기로 돌아간 길수는 자신의 희망이었던 조와 함께 불타기 시작한다.
이때 죽었다던 소정이 홀연히 아홉마지기를 향해 간다. 다음날 사람들이 올라가
보니 두 사람은 간 곳 없고 신발 두 켤레만 놓여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신발이 놓여 있는 자리 주위에는 철쭉나무와 얼레지가 불에 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봄이면 아홉마지기에는
얼레지꽃과 철쭉꽃이 눈부시게 피어오르고 있다.

연인산에는 그런 전설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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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세상은 금방 찬물에 세수한 스물한살의 청순한 얼굴같다.
들길같은 마을앞을 지나면서.....몇발짝 움직이지 않아서 부터 보여주는 들꽃들의 재롱에 봄향기가 느껴진다.
고향 산천 한자락에 온 듯한 풍경이다.
아직 마음은 봄의 한 가운데 서 있는데 계절은 초여름으로 달려가려 한다.

그 귀한 금낭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계곡길을 지나 임도를 따라 걷는 길가엔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서 맑은 햇살에 얼굴을 내민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산이 끝나는 곳에서 산은 다시 시작된다.
북쪽으로는 명지산이.....북서쪽으로는 경기의 제1 고봉 화악산이 듬직한 자태를 자랑한다.

학교때 시험시간마다 한 위대한 예술가가 탄생할 때마다 우리들의 암기 항목에 추가되는 불행이 나타난다고 했는데.....주변의 산들을 보니 내가 앞으로 올라야 할 산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빽빽한 산릉이 푸르게 보여지면서 마음은 맑아진다.
5월의 뜨거운 햇살은 임도를 얼른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고 싶다.
언뜻보면 우리들 모두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물결같지만 그 흐름속엔 서둘러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처지기도 하고 옆에서 기다려 주기도 하는 님들이 있다.

장수능선 오름길.....
녹색의 정원으로 들어서니 산들바람과 싱그러운 공기가 산림욕을 즐기기에 너무도 좋다.
많은 산에 발자욱을 남겼지만 이처럼 나무의 키가 큰것은 흔치가 않다.
토양이 좋아선지.....산들이 둘러 쌓여서 인지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들.....
5월의 나뭇잎들은 연두빛으로 즐거운 연주를 하고 있다.
산에서 짝을 찾는 새들의 애정행각이 어찌 그리도 정겹게 들리든지......
연인산 아랫도리엔 이미 철쭉이 다 지고 연록의 이파리들만 너울된다.
오르고 올라도 연록의 향연은 연이어지고 그 색감이 그대로 빨려들 듯 황홀하다.
굳이 나에게 이름을 붙이라고 한다면 "천국가는 길이 이러할까?" 라고 말하고 싶다.
나뭇잎의 빛깔이 이 상태에서 멈춰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긴 오름길은 끊어질듯 ~ ~ 끊어질듯 ~ ~ 이어지고 여린잎 맞잡는 숲살사이 새어드는 살가운 햇살이 오히려 수줍은 듯 하다.
힘들어 할때 쯤... 내 키보다 큰 철쭉나무 울타리 숲터널의 몸짖이 오솔길 거닐 듯 아기자기 하고 사랑스럽다.
연인산 산이름처럼 연인들의 놀이터 같다.

산 중턱쯤에서는 수줍은 새악시의 미소를 닮은 철쭉의 꽃잎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따금씩 보여주는 조망으로 파란 하늘이 열리고.....그 열린 하늘 아래 땀 흘린뒤 바람결에 널어 놓은 얼굴엔 뿌듯한 행복이 가득하다.
긴 오름길은 바람이 전하는 풀향기에 떠밀려 힘듬도 잊고 ~ ~ 지루함도 잊고 ~ ~ 배고픔도 잊고 풍요를 즐기기엔 이보다 좋을순 없다.
긴 오름길이 지칠법도 한데 녹음으로 거침없이 뚫린 오름길의 조망이 마음도 ~ ~ 눈도 ~ ~ 시원하게 해준다.

8부능선 즈음...넓은 터 잡아 경배와 찬양으로 주님을 높여드리고 만찬도 즐긴다.
마음이 모이고 정성이 모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든에서의 만찬은 신선들도 부러워 한다는 전설이 전해질 것 같다.
시간이 시간을 밟고 지나가듯......돌아갈 시간이 급하다.
연록의 나무숲이 제아무리 강할진대 숲길 그 부드러움에 너른 평지를 드러눕힌다.
보라빛 투구꽃,양지꽃.하늘말나리의 춤사위로 은방울을 닮은 하얗고 예쁜 무수한 꽃들.....고운 얼굴 내미는 들꽃들과 눈맞춤 하면서 대자연 깊은 곳에 숨겨진 기쁨을 맛본다.

정상을 앞에 두고 산철쭉의 연분홍 여린꽃잎이 놀자하는 내 선자리가 천국 같아 발길 더디다.
산자락이 엷은 파스텔 톤의 옷을 입었다.

연인산 정상.....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이란 글귀가 새겨진 연인산 정상은 마치 장터의 분위기와도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 ~ 북적북적이다.
이런 곳에서는 질서도 ~ ~ 체면도 ~ ~아랑곳 없는 것 같다.

사방이 온통 산들로 둘러 쌓여있다.
정상에서의 모습들은 우리가 주연이고 꽃이 조연인듯.....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두들 얼굴에선 기쁨이 가득하다.

이제 얼마 후면 정상부에 철쭉이 지고나면 바람이 서산마루 넘어가듯 또 한 계절이 뒤안길로 사라지고 여름은 달려 올 것이다.

하산길....
오던길 되짚어 들꽃들의 호위속에 산길을 걷는다.
산꽃들에서 풍겨나는 싱그러운 내음은 더디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봄날의 축복이다.
소망능선으로 이어지는 내림길은 깍아지른 내림길이 다리가 후들거릴법도 한데 날쌘 노루들 같이 미끄러운 내림길도 잘들 내려간다.
깍아지른 내림길을 보니.....축구경기에서 항상 처음 5분과 경기종료 5분전이 방심의 사각지대인 것 처럼 항상 마지막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 오름길 보다 내림길이 좋다지만.....나에겐 그것은 옛말이다.
이제는 내림길 보다 힘들게 올라도 오름길을 선호하고 싶다.
어찌됐던 산행은 마음이 힘들었든.....육신이 힘들었든.....힘듬이 있어야 오래 추억에 남는 듯 하다.

하루를 노닐었던 연인산 자락.....
오랫만에 사랑하는 권사님들과 집사님들....고운 걸음 함께라서 더 행복했습니다.
산행을 아름답게 채색해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5월26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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