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8년5월31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위도 망월봉
위치:전라북도 부안
코스:전막-망금봉-도제봉-망월봉-파장봉-파장금 선착장
장미빛 화려한 장식을 달고 찾아온 오월에....수년전 그날의 기억이 남는건 왜일까?.....(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오월의 마지막 날.....그날의 여운이 아직도 내 가슴에 머물고 있다.
한 사람의 생명도 귀중한데 무려 292명이란 생명을 앗아간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그로 인해 위도가 더 유명해졌는지도 모른다.
40여분간 배를 타고 파장금 선착장에 내리니 산자락 끝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들 조차 오래된 어울림처럼 평화로와 보인다.
곧바로 산행들머리를 잡아도 되지만 하산후 교통편을 생각해 예정했던 코스에서 역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 진막.....
봄은 벌써 산자락끝을 벗어나려 한다.
5월의 내리쬐는 햇빛 아래 숲은 한낮의 향기를 진하게 피워내고 새들은 지저귄다.
가장 깨끗한 마음으로 찔레꽃 향기 물씬 풍기는 숲길로 접어드니 마음도 상쾌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연어가 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선두대장님의 발길 포개어 동네 뒷산 같은 고만고만한 산줄기는 잉크처럼 번지는 숲의 향과 얼키고 설킨 수림속이 마치 정글을 연상케 한다.
은근히 기대했던 연두빛 세상은 눈부신 초록이 가득한 하늘정원이 대신한다.
울창한 수림은 우리를 애워싸고 호위라도 하는 듯 하다.
평탄한 숲길로 산책같은 걸음을 옮기니 며칠전 내린 비로 등로는 촉촉하다.
아직 사람의 발길에 때묻지 않은 산정은 금방 세수 한 듯한 맨얼굴의 모습이다.
굳이 치장하지 않아도 풋풋한 맨얼굴의 모습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삶의 텃밭에서 따낸 풋풋한 향기같은 것들이 밀려오는 듯 하다.
맑은 자연의 기운을 가슴속 깊이 들이마시면서 마음의 찌꺼기들을 밖으로 토해 놓는다.
남도 산행을 하면서 만난... 섬 식생 특유의 넝쿨식물이 짙푸른 빛을 띄우고 지천으로 깔려있다.
기름을 발라 놓은 듯한 녹차잎 모양의 초록빛 이파리들.....더러는 붉은 빛으로 물들어 바위를 뒤덮기도 하고,나무를 휘감기도 하고 등로의 버팀목 역활을 한다.
보고 또 봐도 그들의 몸짓이 사랑스럽고 정겹게 느껴진다.
시계가 맑아 멀리 변산반도와 선운산까지 조망이 이어진다.
쪽빛 바다위에 올망졸망 크고 작은 섬들.....멀리서 바라보니 물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누군 섬 하나 번쩍 들고 가고 싶다하고 ......누군 그곳에서 살고 싶다하고.....누군 저 섬은 나의 것 .....하며 마음을 품어본다.
오래 길들여진 습관처럼 열심히 걷다가도 문득문득 산행의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아껴가며 걸어야 한다며 쉬어가기를 밥먹듯...
그런 모습은 선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인데 테마산행의 이름에 걸맞게 여유를 찾는다.
섬 모양이 고슴도치처럼 생겼다 하여 고슴도치 위자를 쓰는 위도.....
망월봉은 그중 고슴도치의 머리에 해당되는데 고슴도치의 등뼈를 타고 걷는 산길은 마치 정맥산행을 하는 느낌이다.
임도도 건네고 야트막한 산줄기로 이어진 산길에는 취나물과 고사리도 심심찮게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섬 식생 특유의 넝쿨식물들이 짙푸른 신록의 터널을 이루며 우리의 눈을 ~ ~맘을 ~ ~ 즐겁게 해준다.
오늘 산길엔 그들이 주연인 듯 싶다.
여유로운 한낮의 너그러움 속에 널린 조망이 시원하다.
산과 바다의 합작이 아름다운 조망을 선사한다.
큰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산줄기....언제 걸어도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숲과 숲사이로 흐르는 신록의 햇살만큼이나 싱그러운 숲향기가 내 마음에 번진다.
길이 있으되.....위에서 바라볼땐 풀들로 덮혀있는 곳도 만난다. 그만큼 세상 때가 덜 묻은 청청지역이다.
누군 취나물 뜯는 재미에 맘이 바쁘고.....누군 멋진 풍광 담느라 맘놀림이 바쁘다.
사진 한번 찍고나면 저만치 뒤떨어져 헐레벌덕 뒤쫓아 가면 얼마 안가 저쪽에선 또 아름다운 풍광이 다시 손짓을 한다.
도제봉을 지나 진말고개 임도(세번째 임도)를 건넨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산사태의 흔적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방향은 맞는데 길이 없어 잠시 왔다갔다 알바를 하고 개척산행을 하듯 숲길을 지나 등로로 접어든다.
도제봉을 내려서면서 최고봉인 망월봉이 올려다 보인다.
이름값을 톡톡히 할 만큼 희끗희끗한 바위의 모습도 보이고 로프로된 난간도 설치되어 있다.
개들넘이란(네번제 임도) 임도를 건너 망월봉으로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가 경사가 급하다.
양지쪽이라서인지 보라빛 쑥부쟁이가 벌써 수줍은 듯 모습을 보이고 작디작은 은방울꽃도 모습을 보인다.
오름길 중간쯤 오르다 전망 좋은 바위에 서서 오던길 되돌아 보니 지나온 길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길게 띠를 이은 산줄기를 보노라면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같게 느껴진다.
어느 곳은 수월하고 어느 곳은 가파르고....작게만 느껴졌던 산줄기가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하늘의 평지 너른 터.....
망월봉 정상에는 다정한 고슴도치 한쌍이 너른 터 한 켠에 세워져 있다.
부부 고슴도치로 보이는 형상은 얼굴을 그 안에 넣고 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누군 잘도되는데......나는 왜 그리도 안되는지.....몇번을 시도해보다 결국은 실패하고 옆에 다가가 기념사진 한장을 남긴다.
정상을 밝고 서서 바라보니 지나온 발걸음에 옮겨진 산하는 까마득히 멀어져 가기도 하고 성큼 다가서기도 하는 그들만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망월봉에서 위령탑으로 바로 하산길이 있지만 그 길을 택하지 않고 파장봉으로 향한다.
경사가 완만한 내림길은 풍광 또한 아름답다.
일행들을 다 떠나보내고 전망대에 서서 풍광도 담고 들꽃들과 눈맞춤 ~ ~입맞춤 하면서 잠시 주춤거린다.
그 사이 일행들은 벌써 파장봉을 향하여 오르고 있다.
이제까지 오면서 이곳의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도 아름답지만 길게 띠를 이은 산길 또한 아기자기 하고 예쁘다.
시름으로 이어지는(다섯번쩨 임도) 길을 건너 파장봉으로 향한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 오름길엔 연하디 연한 고사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길동무 자청하고 손을 내민다.
능선에 오르자 작은 암릉구간도 만나고 수림이 우거진 산길엔 엉겅퀴꽃,개망초,꿀꽃들이 수를놓으며 수고했다고 환영의 인사를 한다.
오늘 하루도 고슴도치의 등줄기에서 하루를 보냄이 그져 행복하기만 하다.
그곳에서 만난 님들이 있기에 즐거웠고 ~ ~ 푸른 바다와 작은 섬들 ~ ~ 그리고 산길에서 만난 작은 들꽃들 ~ ~ 제일 반가웠던 것은 섬 식생 특유의 넝쿨식물이 제일 반가웠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
.............2008년5월31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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