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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가면

꿈에 그리던 지리산종주(두째날)

by 풀꽃* 2011. 10. 19.

언제: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날씨:맑음

어디:지리산(1915m)

위치:전남 구례,전북 남원,경남 함양,산청,하동

코스: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대원사계곡-유평리계곡

산행시간:10시간(휴식시간 ,식사기간 포함해서 유유자적)

누구와:두째날은 나홀로..

산행거리:내가 걸은 이틀간의 산행거리 성삼재~유평리계곡 약40km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새벽 3시에 숙소에서 여자등산객 2명이 배낭을 들고 숙소를 나가길래 살며시 뒤따라 나가

어느 곳으로 가냐고 물었더니 천왕봉쪽으로 간다기에 그럼 함께 가자고 말을 하곤 배낭을 들고 나와

그 분들과 함께 세석을 출발해 장터목대피소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그분들은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조금은 빠른 걸음이기에 먼저 떠나보내고

까만밤 벌빛과 바람만이 부는 지리산 길을 혼자서 헤드렌턴의 불빛을 비쳐가며

유유자적 장터목대피소를 향해 지리길을 걸었다

세석을 출발하기 전에는 이른 새벽 혼자서는 무서워 도저히 그 길을 못걸을 것 같았는데

막상 이렇게 나와서 걷다 보니 무서움도 잊고 이른 새벽 지리산의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기분 또한

얼마나 상큼하고 좋았는지요..

세석에서 출발한지 정확히 2시간만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아직은 어둠이 걷히지 않고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등산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시간상으로 봐서 천왕봉 일출을 볼 수도 있었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못잡 듯이 일출을 보면

제석봉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게 돼서 일출을 포기하고 장터목대피소에 들어가

통로에 담요를 깔고 행동식으로 아침을 먹으면서 제석봉의 풍광을 보려고 날 밝기만을 기다렸다

일출은 처음부터 포기를 했기에 생각지도 않다가 제석봉을 향아여 오르려고 대피소를 나오니까

그때서야 일출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출이 떠오르는 동시에 그 옆으로는 더 멋진 풍경이 펼쳐져서 풍경을 담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기가막힌 운해는 아니지만 안개가 얕게 가라앉은 모습 또한 얼찌나 감동을 주던지...

 

 

이곳이 하늘 아래 첫번째 우체통이다

지리종주를 하고부터는 이 우체통을 보면서 다음에 올 때는 가까운 친구한테 편지를 써서

이 우체통에 넣어 부치고 싶었는데 잊고 있다가 이곳에 와서 저 우체통만 보면 생각이 난다.

 

 

 

 

 

 

 

제석봉 오름길엔 밤새 얼음도 얼고...

이른 시간이라 고요함이 묻어있어 얼마나 좋던지..

제석봉에도 세월이 지날 수록 고사목들이 하나 둘 쓰러져 가고 아름다운 풍광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얼마쯤 가고 있을 때 천왕봉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하나 둘 줄을 잇는다.

 

 

 

 

 

 

 

제석봉 이정표가 세워진 곳 부터는 제석평원이 끝이나고 천왕봉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하늘로 문이 통했다 하여 통전문이다.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오름길..

 

 장터목을 출발한지 1시간30분만에 천왕봉에 도착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꾸준히 걸으면 1시간이면 도착하는데

제석봉에서 유유자적 사진을 담으며 오다 보니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일출시간에 이곳에 도착했으면 발 딛을 틈도 없었을텐데 많은 등산객들이 천왕봉 일출을 보고 하산했기에

한산해서 여유롭게 사진도 여러장 담아 본다.

이곳을 오르면서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 사진 부턱할 사람이 없으면 어떻하나 걱정도 했었는데

두 명의 등산객이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고 있었기에 이렇게 기념사진도 남긴다.

천왕봉에서 하산길이 중산리와 대원사 두 군데가 있는데 중산리는 5.4km이고 대원사계곡은 11.7km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리가 가까운 중산리로 하산을 하는데 내가 가고자 하는 코스는 대원사계곡이다

지리산종주 네 번을 했지만 나는 네 번 모두 대원사계곡으로 했었다

누구나가 나름대로 생각이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원사계곡은 첫째는 등산객들이 없어 한적해서 좋고

풍광 또한 아름다워서 긴 거리지만 그곳을 고집하는지도 모른다

천왕봉에서 대원사계곡 방향으로 가다보면 중봉이 나오는데 중봉을 가는도중 이렇게 서릿발이...

중봉에서 만난 고사목..

 

 

 

 

오던길 되돌아 보니 천왕봉이 올려다 보인다.

이곳을 오기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남자 등산객 두 명이 뒤에서 오고 있기에 괜시리 모습을 담아 보았다

 

 

 

 

 

 

 

마가목 열매

 

벌써 나무들이 잎을 떨구어 낙엽이 쌓이고 있다.

천왕봉을 출발한지 3시간만에 치밭목산장에 도착했다.(11시30분)

개인이 운영하는 치밭목산장인데 이곳은 등산객들의 발이 뜸해 복잡하지 않고 한적하고 고요해서 참 좋다

아까 써리봉에서 만난 등산객이 산장 앞 테이블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이고 있기에 함께 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김치는 내가 가져간 산소녀표 돌산갓김치..ㅎㅎ

천왕봉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단풍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치밭목산장에는 가을빛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치밭목산장 위로는 벌써 나뭇잎들이 잎을 떨구고 이곳부터 단풍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 할만큼 아름다운 무제치기폭포인데 가을 가뭄으로 수량이 적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타들어가는 단풍잎..

 

 

 

 

단풍잎들이 물놀이 여행을 하고 있다

단풍잎들이 말라 베틀어지는게 싫은지 물 속으로 몸을 떨구고 물놀이 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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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띠를 이은 대원사 계곡엔 단풍의 행렬이 이어져 걸음이 더뎌진다.

 

 

 

 

 

 

 

11.7km의 긴 계곡길에 단풍의 행렬이 이어지니 마음까지 오색빛으로 물든 것 같다.

 

 

 

 

 

 

 

 

▲치밭목대피소에서 한참을 내려와 뒤돌아 보니 멀리 치밭목대피소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초록은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다.

대원사계곡을 지나면서 계속 붉은빛의 단풍만 보다가 유평리계곡으로 접어드니

초록의 숲이 눈을 맘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다

대원사계곡에서 유평리계곡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산죽나무가 무성하다.

 

지난 여름 장마가 남겨 놓고간 수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지난날의 유평리계곡의 그 아름답던 모습은 간곳이 없고..

 

 

유평리 마을엔 마가목 말리기에 한창이다.

 

 

 

함초롬히 피어있는 구절초가 긴 산행 수고했다고 하얀 미소를 보내온다.

 

 꿈에 그리던 지리산종주(두째날)


 

집만떠나면 잠못드는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해간다

어젯밤 잠은 안 오고 밤새도록 새벽에 떠날 것이 걱정이 됐었는데

새벽3시 여자등산객이 배낭을 들고 살금살금 방을 나가는 것을 보곤

살며시 뒤따라나가 어느 곳으로 가냐고 물으니까 천왕봉으로 간다기에

나도 짐을 들고나와 그들과 함께 세석대피소

별빛의 환송(歡送)을 받으며 장터목을 향하여 걷는다

그런데 그들은 천왕봉 일출을 보려고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기에

그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까만밤 헤드렌턴의 불빛을 받아가며

나 혼자 천천히 장터목을 향하여 걷는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가 어렵듯이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제석봉의 아름다운 풍경을 어둠 속에 가둬둬야 하기에

나는 천왕봉의 일출을 포기하고 제석봉의 풍광을 선택한 것이다

세석을 떠나온지 정확히 2시간만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많은 등산객들이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북적북적거리며 서두르고 있었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 시간은 있어야 하기에

장터목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모포를 깔고 휴식을 취하며

간단하게 행동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6시20분 날이 밝아오자 밖으로 나가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하면서

풍경을 담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7시쯤 제석봉을 향하여 오른다

지리산의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천왕봉의 일출을 보러 갔기에

한적한 오름길을 혼자 오른다

 

제석봉의 아침풍경도 아직 잠이 덜깬 모습으로 고요속에 잠겨있다

이곳을 지나칠 땐 늘 뿌연 안개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오늘은 수줍음도 없이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내어줄 것 다 내어준다

제석봉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고 천왕봉을 향하여 오른다

이른시간 혼자 걷는 지리길이 고요하고 평온해서 참 좋다

 

조금 가니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스쳐간다

천왕봉에 오르니 그 많은 등산객들이 일출을 보고 모두 하산을 하고

두 명의 등산객만이 남아있다

천왕봉에서 하산길이 중산리와 대원사계곡 두 코스가 있는데

중산리는 5.4km이고 대원사계곡은11.7km 이므로 대부분의등산객들이

중산리로 하산을 하고있는데 내가 가고자하는 코스는 조금은 길지만

대원사계곡이기에 중봉을 향하여 걷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따라 혼자 걷는길이 조금은 두려웠는데

막상 산길에 들어서니 고요하고 산과 하나되어 가는 것 같아서 참 좋다.

치밭목산장에 도착하니 아까 써리봉에서 만난 남자등산객 두 명과

장터목대피소에서 만난 어르신 네 분이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써리봉에서 만난 등산객과 함께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12시 정각에 치밭목산장을 출발한다

 

여기까지는 단풍이 벌써 잎을 떨구고 있었는데

대원사계곡의 단풍은 이제 단풍의 물들이기가 한창이다

계곡이 끝나갈 때가지 단풍이 아름다워 넋을 잃고 더딘 걸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덧 긴 대원사계곡이 끝나가고 유평리계곡으로 들어선다

 

유평리계곡엔 아직 초록의 녹음으로 초가을을 맞고있는 듯 했다

지난 여름 장마의 수해로 계곡 곳곳이 유실되어

예전의 유평리계곡의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렇해서 10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임도길로 1시간을 걸어

대원사 버스정류장에서 5시35분 버스를타고 원지까지 가서

6시50분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싣고 10시 40분에 인천에 도착했다

 

이틀간의 지리산 종주지만(약40km)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지리산의 넉넉한 마음 되어 또다시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와

세상의 한 점 되어 주님의 자녀로서 빛을 발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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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떠나고 싶었던 지리산종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그 범위가 3개 도, 5개 군 15개 면에 걸쳐 있으며

4백 84㎢ (1억3천만평)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이러한 지리산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활처럼 굽은 25.5㎞의 주능선은

노고단, 반야봉, 토끼봉, 칠선봉, 촛대봉, 천왕봉 등 1천5백m 이상의 봉우리만도 16개나 이어진다.

이 주능선 산행을 지리산 종주라 한다.

등정, 하산거리까지 합치면 보통 50km - 60km가 넘으며 2박 3일에 20- 25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지리산종주는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게는 "진짜 산꾼"의 경지에 올라서는 관문 같은 코스다

이번 지리산종주를 하면서 많은 것을 안고 돌아온 것 같다.

 

지리산종주 다섯 번을 하고서 이제서야 조금은 알것 같다.

지리산종주를 하면서 단독종주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단독종주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세석에서의 이른 출발시간과 그리고 한적한 대원사계곡을 혼자 걷는게 겁이 났었는데  

이번에 혼자 해보니까 이제는 자신감이 생겨 언제라도 시간이 되고 마음이 허락된다면

혼자서 자유롭게 지리산 길을 유유자적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철쭉이 피는 5월쯤에 또다시 지리산 종주의 꿈을 안고서....

그때 함께 할 일행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혼자 유유자적 단독종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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