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13년 8월 10일(토요일)
어디: 칠보산(779m)
위치: 충북 괴산
코스: 떡바위-청석고개-칠보산-신선폭포-쌍곡폭포-절말(쌍곡휴게소) 총 7km (산행시간 5시간)
누구와: 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32명
살아있는 모든 것이 푸른 숨을 내쉬는 계절!!
계곡의 노랫소리와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세월이 조각한 풍경 속에 전설을 품은 그 속으로 들어선다.
전날 비가 내렸는지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신록의 세상이 싱그럽다.
시간에 쌓여 이토록 평화로운 풍경으로 빚어진 것을 산객들은 아무 대가도 없이 푸르게 피어나는 여름의 칠보산을 오른다.
계절 깊은 숲에서 짙은 여름의 향기를 맡는다.
싱그러운 가지와 이파리들로 빼곡히 채워진 하늘!!
부지런한 햇살이 산마루에 내려앉아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 속에 초여름 바람과 산객들이 잠든 산을 흔들어 깨우며, 쭉쭉 뻗은 활엽수들이 머리 위에서 초록의 연주를 펼친다.
햇살 한 줌 파고들기 어려운 숲 속에는 온통 푸른 바람이 분다.
여름 산의 그리워진 마음만큼 걷는 걸음에 힘이 넘친다.
세월이 빚어낸 풍경마다 오랜 시간의 기억을 간직하고 협곡을 따라 경쾌한 물줄기가 졸졸졸 여름날을 노래한다.
나뭇가지에 간간이 매달려 있는 오색 리본으로 봐서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한 발, 한 발 세월이 그려 놓은 길로 들어서면, 육체가 무거워질수록 땀이 비오듯 쏟아지지만 마음속에 깃드는 평온함이 있기에 그 땀마져 달콤하게 느껴진다.
정상이 가까울수록 풍경은 또 다른 얼굴과 분위기로 산객을 맞는다.
능선의 푸른 산자락 사이로 칠보산의 속살인 기암들이 불쑥불숙 얼굴을 내비친다.
이런 산의 곁에서, 품에서 산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즐거운 걸음이 산바람 만큼이나 시원하고 경쾌하다.
푸른 산 허리 넘어 마주치는 잿빛 시선들..
날카롭게 일어선 기암들은 바위가 산 세월만큼이나 묵직하다.
이제는 오랜 시간 산과 함께 하니 작은 풍경에도 시선을 건넬 줄 아는 산객이 되어간다.
발치의 작은 생명들이 내린 고운 빛깔과 은은한 향기에도 기쁨이 일고, 풍경을 흔들고 가는 여린 바람에도 마음이 흔들려 자연과 하나가 된다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일상에서는 쉽지가 않지만
자연 속에서는 이렇듯 자연스러진다.
칠보산 정상!
전국에서 모여든 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정상석 끼고 사진 찍기가 오름길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다.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지난번 한라산 정상을 연상케 한다.
정상에서의 만찬!!
땀 흘린 뒤 자연 속에서 맞이하는 성찬은 자연의 맑은 향과 바람이 실어다 주는 향긋한 내음이 함께 해서 무엇을 먹어도 꿀맛이다.
한 두 가지의 반찬도 서로 만나 이웃을 이루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점심을 먹고 하산길로 들어선다.
한적한 오름길에 비해 하산길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된 비알길을 깔아 놓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일 구간이었던 곳이 지금은 안전을 위해 모두 계단이 설치 됐다.
전망 좋은 곳엔 약속이라도 한듯 산객들의 걸음이 절로 멈춰져 아름다운 풍광에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진다.
햇살이 그렇게 좋더니 언제 그랬냐듯 소나기가 쏟아진다.
산악날씨는 이렇듯 변화무쌍하다.
날이 맑으면 더 좋겠지만, 여름 산행은 등산화에 물만 안 들어가면 비를 맞고 하는 것도 시원하니 좋다.
비를 맞은 초목들은 더욱 더 싱그럽고 생기가 흐른다.
싱그러운 풍경에 더없이 평화로운 마음이다.
이런 풍경속에 갇혀 있는 이 순간이 행복이고 행운인 것 같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길은 더욱 순해지고 목적지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해 준다.
산행의 길이가 짧게 느껴져서 조금은 아쉽지만, 계곡에서의 물놀이를 생각하니 걸음보다 마음이 더 앞선다.
울창하게 드리워진 숲그늘 아래 시원한 계곡 풍경과 나란히 걷는 길.
크고 작은 물줄기가 하나하나 만나 곳곳에서 맛닷들이는 크고 작은 소와 담들이 산객들의 마음을 잡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거세게 부딛히는 물살의 표류가 온 협곡을 쩌렁쩌렁 울린다.
물소리에 도시를 달구던 한여름 무더위 마져도 싹 가시는 듯하다.
명성 만큼이나 유명한 쌍곡계곡의 물살의 노래가 귓전을 간지린다.
쌍곡계곡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부를만치 장엄한 폭포!!
물살의 힘이 얼마나 센지 혼자의 힘으로는 물살에 밀려 떠내려갈 것 같다.
준비된 영상을 펼치기라도 하듯 너나 할 것 없이 물 속으로 뛰어든다.
폭포의 물살을 받으며 올 여름 더위를 그 물 속에 던져버린다.
물놀이에 나이도 잊고 모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물세례를 퍼부어 가며 더위를 식힌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또 한 번의 동행 또 하나의 값진 추억의 풍경이 가슴을 찌른다.
오늘도 뜨거운 햇살 아래 더위를 피해 솔바람에 육신을 묻어 두고 숲을 나오니
세상에서 맛보지 못한 기쁨과 희열이 내 안에서 춤을 춘다
산의 길도, 마음의 길도 푸르름으로 가득한 8월..
그러니 더 자주 더불어 걷고 더불어 돌아볼 일이다.
산도 그 누군가도...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3년 8월 10일 ..........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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