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삼악산
위치: 강원도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코스: 의암호(매표소)-상원사-깔딱고개-용화봉(정상)-흥국사-등선봉-비선폭포-등선폭포-주차장
누구와: 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28명
계절을 건너 뛰어 얼마 만에 준비하는 점심 성찬인가?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조차도 내겐 즐겁다.
참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다.
스쳐 지나갈 뻔한 풍경을 선물 받고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게 꿈인 듯 현실인 듯 마냥 즐겁다.
힘겨움보다는 산을 오르고 싶은 갈망이 더 컸기에 서슴지 않고 그 길로 뛰어들었다.
봄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풍경이 삼중주로 연주하는 황홀한 풍경 속으로 숨은 그림을 찾으러 그 속으로 들어선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릎이 괜찮기만을 바라면서 그리고 이번 산행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염원해 본다.
긴 겨울을 벗어난 숲은 봄 햇살을 들여 놓고 겨울의 흔적을 지워가며 새로운 계절을 맞고 있다.
의암호를 내려다보고 있는 삼악산의 품 안엔 어떤 보석을 감추고 있을지 설렘이 가득하다.오랫동안 산과 함께 해오면서 이젠 풍경에 취할 줄도,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법도 알아가는데
이번 산행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에 아픔이 밀려온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상 저편에 흔들림 없이 우뚝 솟은 삼악산!!
아마 신선이 있었더라면 삼악산 바위 위에 앉아 의암호를 내려다보며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산을 오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산의 풍경을 모르고 그저 먼 발치서 올려다만 봤을 것이다.
소심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도 산이 내려준 처방이고, 산을 닮아가는 마음도 산이 준 선물이다.
오랜 시간 산과 함께 하니 마음도 산을 닮아 푸른 마음이다.
자연은 그만큼 마음을 넉넉게 하는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사시사철 풍경의 옷을 갈아입는 산!산의 한 조각이 되어 풍경을 이루며 살아온 시간이 내겐 그 어떤 것보다 달콤했고 행복했다.
내 삶의 편지에 산이 없었더라면 어떤 그림으로, 어떤 추억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내 작은 가슴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어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그 산을 내려놔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인간이란 작고 연약한 존재지만 거대한 자연의 품속을 걸으며 숲이 감춰둔 보석 같은 풍경처럼
나 또한 숲처럼 그렇게 물들어 가는데 이제는 그 어떤 걸로 영혼을 스케치 해야 할까?
깎아지른 절벽에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마주하는 곳마다 선물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긴 시간 흐름에도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지켜온 산은 그 존재만으로 아름답다.
나는 그 길을 힘든 줄도 모르고 풍경에 푹 빠져 일행들도 잊고 하늘을 날듯 산에 한 점이 되어 행복을 노래한다.
아직 봄빛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산이라는 이름만으로 그저 황홀하고 그 향에 주름진 마음마저 펴지고 묵언의 고요함 만으로도
만족하다.
내게 산은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기 때문이다.
숲이 이뤄낸 풍경처럼 나 또한 그렇게 맑은 마음이고 싶고, 숲처럼 그렇게 모든 이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힐링이란 바로 그런 시간일 테니까.
내가 산을 좋아하는 만큼 숲도 나를 좋아할까?
하늘에는 비가 내려야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듯 산을 오르지 않고서야 그 아름다운 풍경을 어찌 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오염되고 고갈되어도 내 영혼은 산처럼 그렇게 맑고 푸른 마음이고 싶다.
산을 오르면서 산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기 위해 혼자 앞섰는지도 모른다.
산이 내게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산이 나인 듯 내가 산인 듯 산과 소통하며 산을 올랐다.
산비탈에 앉아 점심을 먹고 하산하며 보니 너른 터도 많건만 깎아지른 비탈길에 앉아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오름이 있으면 하산이 있는 건 당연지사지만 내겐 오름보다는 하산이 더 힘들기에 잔뜩 긴장된다.
목적지는 아직도 먼데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보다 무릎에 더 신경이 쓰인다.
오름을 힘들게 오른 사람처럼 내겐 하산이 그만큼 힘들어 긴장의 순간이다.
어린아이가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띄듯 무릎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게 산을 내려선다.
하산길이 길지 않아 다행이다.
산행하면서 계절의 순환을 모두 느껴야 하는데 지난겨울은 설경 한 번 못 보고 먼발치서 하얀 눈물만 뚝뚝 흘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처럼 내 작은 가슴에 묵은 찌꺼기들도 숲 속 어딘가에 살짝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다.
겨우네 얼었던 땅이 녹아 등로가 질퍽하다.
낙엽마저 雪 속에 묻혀있다가 나와선지 초로에 접어든 노인의 얼굴 같다.
3월의 숲은 풍경도 소리도 빛깔도 아직은 사위가 고즈넉하다.
지금쯤 햇살 드리어진 어딘가에 복수초와 노루귀가 봄 햇살을 받고 있을 텐데 내게 그런 행운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가득하다.
권사님과 오랜만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걷다 보니 하산길의 마지막인 폭포에 이르렀다.
협곡 사이로 주렴폭보, 비선폭포, 비룡폭포, 백련폭포, 승학폭포, 등선2폭포, 등선1폭포가
마치 폭포의 전시장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겨울 가뭄으로 폭포의 물줄기가 약하지만, 장마가 그치고 나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룰 것 같다.
하늘 끝도 바람끝도 달라진 3월!!
봄을 마중 나온 살긋한 바람과 함께 짧은 하루해가 시간을 타고 흐르고 있다.
그 시간 속 함께 했던 모든 것이 그리움 되어 내 가슴에 머문다.
-2014년 3월 15일-
늦은 산행 후기 올려봅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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