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동시에 봄은 떠난다 / 들꽃향기
꽃이 아름다운 건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비와 바람 햇볕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 위해선 모진 풍파를 견뎌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모습도 시련과 고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이 성숙해져 가고
아름다움의 과정은 고통인 것 같다.
봄볕이 나뭇가지마다 새순을 피워내 봄을 찬양하고
무채색 대지를 연둣빛으로 화사하게 물들인다.
봄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로 부활을 찬양하며 유희를 즐긴다.
꽃들의 향기로 마음은 절로 봄물이 들어 향기로운 시어가 머릿속을 자극한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감인 연둣빛 새순이 선연히 봄을 피워낸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연둣빛 이파리들의 향연에 4월의 하늘이 청아하다.
와르르 쏟아지는 햇살에 한 아름 안겨오는 축복!
이젠 겨울을 완전히 털어낸 대지 위에 푸른 시절 마알간 기억들이
봄의 잔치에 따뜻한 온기를 풀어 놓는다.
겨우네 가지 끝에 침묵하던 목련은
하얀 군무의 향연으로 하늘을 수놓더니 하얀 눈물 뚝뚝 흘리면서
얼룩진 연서 땅에 떨구며 애달프게 생을 마감하려 한다.
봄이 오는 동시에 봄은 떠나기 시작한다.
화사한 벚꽃 춤사위 사이로 여리디여린 초록의 이파리들이
그새를 못 참고 꽃을 밀어낸다.
비바람이 지난 자리엔 꽃 비 내리는 춤사위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난다.
실비 내리는 봄날 걸음을 멈추고 옷 젖고, 고개 아프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멍하니 벚꽃과 목련꽃에 취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슴 가득 꽃물 흥건히 들던 시간이 추억 속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꽃 진자리마다 선연하게 연둣빛을 쏟아내는 4월의 풍경 속 봄볕이 살갑다.
어디를 가도 예쁜 봄빛의 음색이 하늘을 난다.
분홍빛 설렘과 연둣빛 설렘이 교차하는 하루의 선물이
기쁨과 행복으로 승화시키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인데 밥 한 끼 굶은들 어떻고, 밤잠 며칠 설친들 어떠랴.
-2014년 4월 7일 봄날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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