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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가을 단상

by 풀꽃* 2015. 11. 3.

 

 

가을 단상

 

대지가 녹을 듯 뜨겁게 불타오르던 태양 빛은 어느새 추억 속에 잠기고 

슬며시 찾아온 가을빛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가고 있다.

아침저녁 차가운 기온에 이제 머지않아 난방을 해야 할 것 같다.

벽난로가 그리워지고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가 좋아하는 곳이 베란다이다.

거실이 남향인데 오전 8시가 조금 넘으면 베란다엔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다.

나는 그 시간쯤 베란다로 통하는 거실문을 열어 따뜻한 온기를 거실로 끌어들인다.

난방을 해도 겨우내 따뜻한 온기를 그렇게 활용하고 있다.  

그 따스함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좋은지 사랑은 따스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햇볕이 가진 에너지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 따스한 온기는

난방을 해서 느끼는 온기와는 달리 사랑스럽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난방은 인위적인 따뜻함이고 베란다의 온기는 자연이 주는 따뜻함이어서 그런가 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거실에 앉아

테이블에 차 한 잔 놓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가을을 만난다. 

나는 하루 중 습관처럼 길든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오늘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을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여기저기서 단풍소식이 전해지는데 

올가을은 어떡하다 아직 가을다운 가을을 만나지 못했다.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잎이 말라 떨어지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

이러다 가을을 채 느껴보지도 못하고 가을을 놓치는 건 아닌지 내심 초조해지기도 하지만

주변에 메말라 가는 단풍이 어쩜 나를 잡아 놨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계절이지만 그 계절을 어떻해 누리느냐는

각자의 몫이기에 아름다운 가을을 누리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듯이 바쁜 일상 잠시 뒤로하고

가을이 더 깊기 전에 가을 길 따라나서 보자.

 

떠나기 좋은 계절 영글어 가는 가을 속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그곳이 들꽃들이 수놓은 가을 들녘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가득 스민 가을 자리 어디든 발길 닿는 곳이면 족할 것 같다.

 

이 가을 나 자신을 지혜롭게 어루만지며 곱디고운 사랑으로 물들여 보자.

그런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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