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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살며 생각하며

by 풀꽃* 2015. 10. 26.

▲얼마 전 한강공원에서 담은 은빛 억새

 

살며 생각하며

 

은빛 억새를 보니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아직 은발의 머리는 아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흰머리가 하나둘 늘어간다.

그래도 이 나이에 머리 염색 안 하는 것만도 감사하지만

욕심 같아서는 사는 날까지 머리 염색 안 하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푸른 문장을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 지나 나이 드니 어쩔 수 없이 황혼길로 걸어가고 있다.

나이 들어 희어지는 머리는 어쩔 수 없지만

내 황혼도 비단결 같은 억새처럼 저렇게 빛나고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나이 드는 게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람은 활동 공간이 넓어지면 늙지 않는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하니 그냥 가만히 있기보다는

뇌를 자극해 성장을 늦추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는 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노화를 늦추는 건 가능하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먼저 영혼이 건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철학을 갖고 삶의 공간을 넓혀 나가는 게 처방인 것 같다.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닥칠지도 모르니까 그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죽음은 그 누구도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은 남에게 삶의 의미를 줄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오래 살기보다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았으면 바람이다.

 

우리는 모두 자연으로 돌아간다.

도종환 시인은 "단풍드는 날"에서 버려야 할 것을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고 했다.

그럼 우리는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드는 때는 언제일까?

우리도 나무처럼 버려야 할 것을 버릴 때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들 것이다.

버릴 걸 버려야 채울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무가 곱게 물든 나뭇잎을 내려놓듯이 우리도 이제 채우기보다는

내려놓는 연습과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성장한다는 것은 나를 만드는 것이다.

사는 날까지 어떻게 하면 나를 추하지 않고 아름답게 살 수 있겠느냐는 

명제를 놓고 생각해 보지만 결론은 감사와 사랑이다.

하루하루를 감사와 사랑으로 살다 보면 추하지 않고

이 가을날 아름다운 단풍처럼 곱게 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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