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대지가 녹을 듯 뜨겁게 불타오르던 태양 빛은 주춤하고
슬며시 가을빛이 그 자리에 내려앉았다.
산빛도 마음도 구름따라 가을로 간다.
가을 속에 머무는 시간은 고스란히 글이 되고 음악이 된다.
아득한 시간을 이고 앉은 세월에서, 우리의 삶에서
이 계절은 얼마나 찰나의 불가한가?
태양도 채 일어나기 전에 묶여있던 어둠이 스스로 물러나고
또 다른 하루가 열리며 가을은 익어간다.
눈빛 머무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가을이 밟힌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머무는 곳에서 가을을 줍는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건 아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듯이 가을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가을이 보이고
가을이 지천으로 깔렸어도 무관심한 이에게는 만날 수 없는 가을이다.
가을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다 그렇다.
같은 것을 보고도 누구는 세상을 다 안은 것처럼 기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행복은 그러고 보면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도 큰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기쁨도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에 생각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맛있게 담근 김치도 숙성되는 과정엔 맛이 없듯이
단풍이 드는 과정도 그런 것 같다.
연둣빛 이파리에서 신록으로 물들고 가을로 가는 지금은 녹갈색으로 물들어
이 빛도 저 빛도 아닌 어정쩡한 빛을 띠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과정을 잘 버티려면 인내가 필요하듯 자연도 그런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밖을 바라보다 산을 바라보는 순간
녹갈색을 띠고 있는 산빛을 보며 깜짝 놀랐다.
산빛도 나도 하루하루 가을로 걸어가고 있다.
이 가을을 얼마나 행복하게 누리느냐는 우리 각자의 몫이다.
나는 이 가을을 맘껏 사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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