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기 느껴지던 날
지난 3월 미용실을 다녀온 후 참 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았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7개월 만에 미용실을 찾은 건 정말 기록될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커트를 하니까 관리가 잘돼 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았다.
내가 이 미용실을 단골로 다닌 지도 벌써 16년째이다.
이 미용실을 단골로 찾게 되는 이유는 원장님이 머리를 나의 취향에 맞게 해주기 때문이고
원장님과 오랜 시간 함께 지내보지만, 인간관계가 좋은 분이다.
지난해 미용실 샵을 크게 확장해 4층 건물 전체를 미용실로 사용하는데
1~2층은 미용실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직원들 교육장과 마사지실, 식당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용실을 확장한 후 은근히 염려했는데 원장님이 오랜 경력에 해외 연수도 여러 번 다녀오고
기술 면에서나 모든 면에서 어느 하나 손색이 없어 이제는 단골로 찾는 고객이 많아 자리를 잡아간다.
직원들 또한 원장님이 환대해 주니 기쁨으로 일을 하고 만족한 표정이다
내가 이곳에 오면 모든 것에 만족해하듯 고객들 또한 그런 것 같다.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미용실 샵!
비 온 뒤 기온이 내려가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미용실에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에 한기를 느끼던 체온이 먼저 반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미용실에 오면 계절의 감각을 살려 변화를 주는데
이번에도 가을 분위기로 소파 위 쿠션도 잔잔히 흐르는 음악도 가을을 알린다.
달콤한 비스킷 곁들인 차 한 잔 앞에 놓고 스피커에서 흐르는 음악에 마음을 매달아 본다.
창밖 나직한 쇼 윈도엔 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옷차림이 낯설지 않다.
오늘따라 음악과 바깥 풍경이 잘 조화되어 가을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 향기에 젖어 왠지 모르게 나의 헤어 스타일도 가을 분위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용실 한편에 내가 좋아하는 소국이 눈길을 끈다.
테이블 한쪽에는 보랏빛 소국이 놓여 있고 다른 한쪽에는 황금빛 소국이 진한 향기를 피워낸다.
가을이라 그런지 잡지에도 옷이며 집안 소품까지 온통 가을빛이다.
계절을 먼저 알리는 건 여성들의 옷차림이라고 하더니 계절은 잡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가을이 온 지가 한참인데 나는 아직도 집안에 소국 한 다발 들이지 못했는데
이러다 이 가을 소국 한 다발 들이지 못하고 생각으로만 끝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마 국화 가격이 비쌌으면 일부러라도 사러 갔을 텐데 몇 푼 되지 않아 더 소홀히 여겼을지도 모른다.
거울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마음은 아직 푸르른데 거울에 비친 얼굴엔 골골이 주름투성이다.
이 가을만이라도 거울을 보지 말고, 마음이 동요되는 대로 감성의 나이로 이 가을을 보내야겠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만의 가을 풍경화를 그리면서 가을을 만끽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밑그림도 필요하겠지?
내 일상의 조각천들이 하나하나 곱게 수놓아져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추하지도 않은
단아하고 청아한 빛이 가득 담긴 수채화 같은 풍경화가 그려졌으면 좋겠다.
그리운 이름끼리 온전히 피워내는 가을이고 싶다.
가을은 깊어질 대로 깊어가는데 올가을 아직 이렇다 할 가을을 만나지 못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이러다가 가을을 그냥 보내는 건 아닌지 내심 초조한 마음도 든다.
깊어가는 가을 국화 향기 그윽한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도 맘에 들고
찰나의 아름다운 가을을 만났다.
이 가을 멀리는 못 가더라도 더 늦기 전에 소국 한 다발 거실에 들여 놓고
가슴 가득 가을을 느껴야 겠다.
2015년 10월 12일 가을 향기 느껴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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