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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한파

by 풀꽃* 2016. 1. 25.

 

 

한파

 

겨울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파로 지구촌이 들썩이고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며칠째 이어지는 강추위에 한파 주의보 경보 문자까지 전송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한파로 역습이 벌어졌다.

기상예보에 서울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간다기에 설마 했는데

주일인 어제 서울의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

내 기억으로는 영하 15도 이하까지 내려간 기억은 안 나는데

2001년 1월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이후 15년 만에 찾아온 한파라고 한다.

 

맹추위로 겨울은 이런 맛이라고 알려주듯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다.

살을 에는 바람이 피부에 와 닿을 때마다 그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요 며칠 이어지는 추위도 견디기 힘든데 예전에는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그 시절엔 겨울이면 추운 게 당연한 거로 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추워서 못 살 것 같다.

 

이리저리 소통하는 바람을 타고 지난 시절 아련한 추억이 살아서 돌아온다.

그 추억 속에는 고생담도 있지만, 기분 좋은 따뜻함도 묻어있다.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고 

집 모퉁이를 돌아서면 알싸한 바람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덥석 안기며 포옹을 했다.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과 빙판에서 썰매 타던 추억 그리고 차를 타고 등교할 때

한강이 꽁꽁 얼어붙어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과

강태공들이 얼음을 깨고 고기를 낚는 모습은 아직도 내 안에 흑백 사진을 보듯 각인되어

돌아보며 추억하게 한다. 

세월이 지나 잊힐 만도 한데 지금도 아련함으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지금은 그런 풍경을 그리움으로 만나고 추억으로 만난다.   

 

이제는 나이 들어 "너무 좋아", "너무 싫어"가 옅어져 가는 나이인데도

내 어린 시절 추억은 아직도 내 안에 가득하다. 

추위를 견디기가 힘들워도 참을 수 있는 건 머지않아 다가올 봄이 있기 때문이다.

봄을 기다리며 그곳에 마음을 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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