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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가면

고별산행

by 풀꽃* 2018. 6. 29.

언제:2017년 6월 23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북한산(837m)

위치:서울 도봉,은평,경기,고양시

누구와: 나홀로

코스:독바위-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연화봉-문수봉-의상능선-백화사

소요시간: 8시간이면 충분할 산행을 사진 찍어가며 놀며 쉬며 유유자적 9시간 30분

 

▲족두리봉

 

 

 

 

 

 

 

 

 

 

 

 

 

 

 

 

 

 

 

 

 

 

 

 

 

 

 

 

 

 

 

 

 

 

 

 

 

 

 

 

 

 

 

▲족두리봉 정상

 

 

 

 

 

 

 

 

 

 

 

 

 

 

 

 

 

 

 

 

 

 

 

 

 

 

 

 

 

 

 

 

 

 

 

 

 

 

 

 

 

 

 

 

 

 

 

 

 

 

 

▲꿩의다리

 

 

 

 

 

 

 

 

 

 

 

 

 

 

 

 

 

 

 

 

 

 

 

 

 

 

 

 

 

 

 

 

 

 

 

 

 

 

 

 

 

 

 

 

 

 

▲돌양지꽃

 

 

 

 

 

 

 

 

 

 

 

 

 

 

 

 

 

 

 

 

 

 

 

                                                     ▲의상능선에서 가장 스릴 있는 샛길로 지난해만 안 그랬는데 통제구역으로 적발 시 벌금 10만 원이란 표시가 되어 있어 우회했다. 

 

 

 

 

 

 

 

▲돌양지꽃

 

 

 

 

 

 

 

 

 

 

 

 

 

 

 

 

 

 

 

 

 

 

 

 

 

 

 

 

 

 

 

 

 

 

 

 

 

 

 

 

 

 

초록이 여물대로 여물은 산의 계절!

아득한 시간을 이고 산의 시간에서, 우리의 삶에서

이 계절은 얼마나 찰나의 불가한가?

 

다시 산에서 오롯이 나를 찾는 시간

시간마저 천천히 흐를 것 같은 여유로운 마음에

세상을 다 안은 듯하다.

 

느리게 걸을수록 좋은 산길!

산으로 들어서자 공기도 다르고 피부에 와 닿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아름다운 풍경에 세상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호흡을 고르며 걷다 보면

산은 제 품을 열어 아낌없이 사람의 길을 내어 준다.

 

여름을 알리는 산나리와 돌양지꽃은 

마치 나를 위해 피어난 듯 환호하며 산행 내내 친구 하며

숲길 구석구석 등불을 밝히듯 산의 향기를 덧씌운다.

돌아서면 저만치 달아나 버릴지도 모를 찰나의 계절이다.

 

긴 여정이지만 놀멍, 걸멍, 쉴멍, 사진 찍어가며

느린 걸음으로 걷다 보니

8시간이면 충분히 할 산행을 시간이 정지된 듯 9시간 30분이나 즐겼다.

 

#

 

지금은 산행을 내려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빛이 고운 봄철에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세 곳을 오르는데

지난 5월 도봉산과 관악산을 오르고 북한산은 후배와 같이 셋이서 오르기로 했는데

비 예보가 있어 오르질 못하고 결국엔 지난 주말 혼자 올랐다.

 

모든 게 그렇듯이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면

다른 한 곳은 멀어지는 게 이치이듯

사진에 취미를 두기 전에는 산을 오르지 않으면 못살 것 같더니 

지금은 사진에 마음을 두니까 산은 차츰 멀어지는 것 같다. 

 

산을 좋아하던 나로서 산을 외면한다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일 년에 산빛이 예쁜 봄철에 한 번씩 오르려고 했던 건데

지난 주말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스틱을 그만 차에다 놓고 내렸다. ㅠㅠ

 

독일 제품인 레키 스틱으로

나에게는 15년 동안 함께 했던 애마와도 같았는데

결국은 내 곁을 떠나갔다.

 

서운하긴 했지만 무릎이 약한 나로서는

이제는 산행을 그만하라는 신호로 받아 들이고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 들였다.  

이제 산행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산소녀로 부를 만큼 그동안  지리산 종주 여덟 번에

전국의 명산은 어느 정도 섭렵했으니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그동안 산에서 놀만큼 놀아 봤다.

그러니 아쉬워 할 일도, 서러워 할 일도 아니다.  

 

이제 산이 그리우면

마음의 산에 올라 지난 날을 회상하며 노래할 것이다.

 

 

-2018, 6, 23 북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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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잉태힌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야고보서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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