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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겨울날의 단상

by 풀꽃* 2018. 12. 19.

 

 

 

 

         

 

 

 

          다들 잠든 신성한 새벽 그 잔잔한 고요함이 참 좋다.

          고요하다 못해 영혼에 파문을 일으킬 만큼 정적(靜寂)이 감돈다.

          이럴 땐 시상이 떠오를 법도 한데 가을이 떠난 자리는

          사방 어디를 봐도 황량하기 그지없다.

 

          글은 꼭 아름답고 찬란해야만 쓰는 건 아니지만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해 어둠을 헤치고 두리번거려 보지만

          글은 이처럼 억지로 찾는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의 관습은 늘 되풀이된다.

 

          이럴 땐 꽃잠을 깨우고 얼른 봄을 일으키고 싶다. 

          언 땅이 녹고 희망의 싹이 분분할 봄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무채색으로 만연했던 자리에 쓸쓸함이 걷히면

          연둣빛 세상이 설렘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화음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될 때이다.

 

          제자리걸음 하는 게 싫어 낯선 것들과 만나기 위해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보려고도 해봤지만, 그것 또한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냥 머문 곳에서 나를 건드려주는 것을 만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생각지도 않은 선물 같은 시어를 만날 것이다.

 

          사진을 찍어도 수면 아래 선명히 보이는 반영을 좋아하고

          글을 써도 서정적 글을 좋아하는데,

          이 무겁고 탁한 겨울 그런 소재의 글을 만난다는 건 쉽지가 않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듯, 이 겨울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하다.

          작고 소박한 일상이 영혼을 살찌우게 한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아련한 기억 건져 올린 이야기와 빛바랜 추억 펼쳐 보는 것도  

          이 겨울 심심찮아 좋을 듯싶다.

          꿈이 소박할수록 행복으로 가는 길은 지름길 일테니까. 

 

          요즘처럼 무겁고 황량한 겨울에는 날이 어두워지면 별과 달을 더 선명히 만나는데 

          별 무리가 흐르는 은하수 강가에 머무는 것도 글 밭이 되지 않을까?  

 

         겨울날 아침 산책길에서..

          

          #

 

          마음이 지혜로운 자는 명철하다 일컬음을 받고

          입이 선한 자는 남의 학식을 더하게 하느니라.

          -잠언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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