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네모난 콘크리트 벽 안에만 갇혀 지내다
제자리걸음 하는 게 싫어
나를 건드려 주는 것들과 만나고 싶어
오랜만에 나선 출사 길은
낯설다 못해 감각마저 둔하다.
겨울을 뒤집어쓴 고요가 깃든 공원은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스산하다 못해 마음마저 우울해질 것 같지만
혼자 걷는 내게 침묵은 무언의 언어로 말을 걸고
더러는 허공을 타고 올라가 배회하다
또 누군가에게 말을 던질 것이다.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알게 모르게 겨울 속에
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해는 머뭇거림도 없이 짧은 하루를 풀어 놓고
제집으로 들어갈 채비를 한다.
-지난번 곡물창고 외부벽화 담으러 갔다가 들린 월미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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