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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늦가을의 단상

by 풀꽃* 2020. 12. 7.

 

 

              잠시, 아주 잠시  방을 비우려고 했던 게

              예기치 않게 다른 일들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방을 비우게 됐다.

              처음부터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불현듯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생겨

              계획이 어긋나 모든 게 무산되었지만, 그 시간 속에는 헛됨이 없이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속에는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도 넣어 봤지만

              끝내는 그 시간마저 누리지 못하고 계획을 접었지만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배려했을 때 나를 위해 누린 기쁨보다 더 큰 기쁨과

              의미 있는 시간으로 후회보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올가을은 잃어버린 가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을을 느껴 보지도 못하고 겨울의 문턱에 다다랐지만,

              모든 건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이고 꼭 해야만 했던 일이어서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자리해 시간이 지나도 결코 후회는 없었다. 

 

              주일 오후 동생 집에 내려갈 때 열흘 정도 지내다 오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주보를 보니 주말(11월 14일)에 전년도 교구 목사님 자녀 결혼식과

              11월 15일이 추수감사절이라 동생 집에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

              주말에 계획했던 김장을 서둘러 목요일에 하고

              동생 집에서 목요일 밤, 4일 만에 집에 올라와

              다음날 가을의 꼬리라도 잡아 보려고 창경궁 출사를 가고

              주말엔 목사님 자녀 결혼 예식에 참여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추수감사절 예배까지 드리고 나니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일곱 번째 하신 말씀(다 이루었다)이 생각났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 할 때 불편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긴 여운으로 남기에

              동생과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다. 

  

              11월 17일 동생 집에서 가져온 배추로 김장을 끝내고

              조금 일찍 블로그로 돌아올 수도 있었지만,

              내친김에 건강 검진과 지난여름 무거운 것을 들다 허리에 무리가 와서

              한의원에서 물리치료와 침을 맞고 지금은 아픈 허리가 많이 호전되어 가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보면 길고, 짧다고 보면 짧지만

              눈 깜빡할 사이 한 달이 지나간 것 같다.

              잠시 일상을 이탈하고 블로그에 복귀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무겁지만

              하루 이틀 적응하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니 힘을 내어 본다.

              야호!

     

             

              친구님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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