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혼의 숲

설 단상

by 풀꽃* 2022. 2. 7.

 

 

코로나가 시작된 지 올해로 3년째인데, 코로나가 처음 시작됐을 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되어

장기화되어 가고 있는 요즘 삶 전체가 마비될 만큼 심각성을 띠고 있다.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땐 명절이 지나고 난 후여서

명절에 어려움 없이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지난해 명절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돼서 5인 이상 집합 금지라

신정에도 자녀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따로 따로 다녀가고

구정에도 6인 이상 집합 금지이기에 남편과 남해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주일 날 오후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들이 토란국과 새우장이 먹고 싶다고 토요일부터 할머니 댁에 가자고 졸랐는데

며느리가 마무리할 일이 있어 설 전날 일찍 온다는 전화였다.

토란국은 추석에나 먹을 수 있는 것을 아이들이 토란국을 좋아하다 보니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면 토란국을 먹는 거로 착각을 하고 있다.

 

며느리가 설 전날 오전에 왔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거의 해 놓은 상태라

몇 가지만 준비하면 돼서

점심을 먹고 며느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했는데도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음식을 혼자 할 때는 이거 하랴 저거 하랴 마음이 분주했는데

며느리가 옆에서 보조만 해 줘도 일이 얼마나 수월한지

며느리와 일을 하면 둘 다 성격이 차분해서 호흡이 잘 맞아 마음도 편하고

음식을 했을 때 내가 원하는 맛을 낼 수 있다.

 

설날 딸들은 시댁에서 보내고 설 다음날 오기에

우리 집은 설날보다는 설 다음날이 화기애애하고 명절 같다.

그래서 설날 세배도 가족이 다 모이면 하기로 해서 설 다음 날 받기로 했다.

설날 아침은 아들 가족과 떡국을 끓여 먹고 점심은 약식과 과일 식혜로 간단히 먹고

저녁엔 닭갈비와 우럭 매운탕을 끓여 맛있게 먹었다.

 

평소에는 설 다음 날 가족이 모이면 저녁까지 먹고 느긋하게 담소 나누다 헤어졌는데

이번에는 며느리가 다음 날 꽃 주문이 있어 준비를 해야 하고

큰 딸은 아이들이 학원 가야 해서 아들 가족과 큰딸은 점심 먹고

두 시간 정도 지내다 일찍 일어서고, 막내 화음이네 가족만 저녁까지 먹고 갔다.

설에 자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잠시나마 가족이 한데 모여 맛있게 점심 먹는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뿌듯하다.

가족들이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부모는 그보다 큰 기쁨은 없는 것 같다.

 

점심을 끝내고 자녀들한테 세배를 받는데 자녀들이 결혼해서 아이들이 없었을 때는

자녀들에게 세뱃돈을 주었는데 지금은 자녀들의 세뱃돈은 생략하고 손주들에게만 주고

부모는 자녀들에게 세배를 받고 용돈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건 자녀들이 조카들한테 세배를 받는데, 한 가정에 자녀가 모두 둘씩인데

한 아이당 5만 원씩 주니까 더 가고 덜 간 것 없이 돗진갯진으로 그 돈이 그 돈이다.

 

아이들은 명절이 돌아오면 사촌들과 만나는 기쁨에 손꼽아 기다리는데

이젠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마저도 만날 수 없으니 코로나가 아이들의 정서까지 무너트리고 있다.

지난 추석엔 화음이와 예음이가 친가에서 점심을 먹고 외가에 와서

사촌들과 함께 하룻밤을 잤는데, 이번 설에도 친가에서 점심을 먹고 외가에 가겠다고 해서

엄마가 외가에 데려다줘서 사촌들과 즐겁게 지냈다. 

아이들이 이다음에 크면 이런 것이 명절에 대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좋을 것 같다.

 

이번 설엔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하고 즉석에서 준비하는 음식은

생략했더니 준비하는 과정도 한결 수월하고

컨디션도 좋아 힘 안 들이고 거뜬히 보낼 수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매번 설이 이번만 같았으면 좋겠다.

 

^^^^^^^^^^^^^^^^^^^^^^^^^^^^^^^^^^^^^^^^^^^^^^^^^^^^^^^^^^^^^^^^^^^^^^^^^^^^^^^^^^^^^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

-고린도전서 10:24-

 

 

'영혼의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2.03.30
  (0) 2022.03.21
裸木(나목)  (0) 2022.01.24
고립된 도시의 삶  (0) 2022.01.17
생수의 강  (0) 2022.01.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