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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고립된 도시의 삶

by 풀꽃* 2022. 1. 17.

▲동생이 10년 6개월 전원생활을 하던 집

 

 

동생이 청주에서 살다가 자녀들 결혼시키고 전원의 꿈을 갖고

충북 괴산 화양동계곡 가기 전 대티리에 터를 잡고 10년 6개월을 살았는데

지난해 자녀들의 권유로 전원생활을 정리하고 자녀들이 사는 용인으로 이사했다.    

동생이 전원생활 할 때는 집에만 있어도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평화로워 보여 좋았는데

동생이 아파트로 이사를 하니까 고립된 공간으로 숨이 막힐 것만 같다.

 

동생이 이곳에 터를 잡게 된 동기는 집 뒤로 수십 년 된 노송이

병풍을 두른 듯 자리하고 있기에 그곳에 대지 700평을 구매해

집과 정원을 포함해 300평, 나머지 400평 중 주차장과 도로를 빼고, 밭이었는데,

절반만 동생이 가꾸고 나머지 절반은 청주에 사는 지인이 주말농장으로 사용했다. 

  

동생 내외는 10여 년을 전원생활을 하면서 텃밭을 일구며

취미로 제부는 자전거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동생은 합창단 활동과 한국화 그림을 취미로 하면서

윤택한 생활을 하며 전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는데

동생 내외가 전원생활을 정리하게 된 동기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자녀들이 부모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까 자주 찾아뵙기가 어려워

부모님을 가까이 모시고 싶었던 것이다

동생은 10여 년을 전원생활을 해서 도시에서 생활하는 것도 큰 미련이 없는 듯한데,

제부는 도시로 올라와 전원생활에 미련이 남아 지금도 전원생활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 같다.

 

전원생활을 정리하면서 자녀들의 권유로 가구며 전자 제품을 거의 다 정리하고 

이사 올 때 가지고 온 것은 제부 서재에 있는 책장 세 개와 침대, 냉장고 두 개 중 하나만 가져오고

가구와 전자제품은 자녀들이 현대식으로 새로 들여놔 주었다.

아파트도 지은 지 8년 된 아파트라서 굳이 리모델링하지 않아도 되는데 

싱크대를 비롯해 아파트 내부 전체를 리모델링해서 마치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와 다름이 없다. 

부모님 신경 안 쓰게 두 남매가 의논해서 하물며 곳곳에 놓을 화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동생이 전원생활 할 때 일 년에 한두 번 휴가 삼아 가면 열흘 정도 머물면서

잠시나마 전원에서 머리를 식히며 즐기다 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으니까 가슴 한쪽이 텅 빈 것 같고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

동생 집에 어쩌다 한 번 가는 나도 전원생활이 그립고 서운한데 

하물며 그곳에서 10여 년을 피와 땀을 흘리며 터를 지켜왔던 제부는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도시로 올라와 고립된 생활이 얼마나 갑갑하고 허전할까?

 

동생이 살던 집은 지난해 3월 15일 집을 비워주기로 했는데 새로 산 아파트가 이사 날짜가 안 맞아

8개월간 임시로 다른 아파트에 살다가 11월 15일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제부는 그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한 주에 한 번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멀리 괴산까지 자전거 동아리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다. 

제부가 시간이 흐르면 몰라도 아직은 이곳 생활이 익숙지 않아 적응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나도 2년 차 되는 친구 같은 동생이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한 곳으로 이사해서 좋긴 한데,

예전에 느끼던 전원의 기쁨이 사라져 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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