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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에필로그

by 풀꽃* 2022. 6. 24.

 

     이번 순천 여행은 여행지에 목적을 두었다기보다 

     시댁 형제들과 함께하는데 意(의)를 두었기에 여행지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로서는 사진을 빼놓을 수 없었기에 사진의 기대감도 있었다.

 

     시댁 형제가 7형제인데, 결혼해서 지금까지 생일이 되면 함께 모여 식사를 해왔는데

     그동안 코로나의 영향으로 만나지 못하다가 

     거리두기 완화로 다시 모임을 가졌는데, 얼마 전 작은 시누이 생일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천에 사는 동서 이야기가 나와 다녀온 지도 한참 됐는데

     한 번 가는 게 어떠냐고 이야기가 나와 5월 25~27일 2박 3일 일정으로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23일 산책을 다녀와 다육식물이 꽃을 예쁘게 피워 사진을 담는데, 

     두 번째 사진을 담는 순간 카메라에서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작동이 안 되고 먹통이 되었다. 

     순간 깜짝 놀라 카메라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사실대로 이야기했더니

     이야기로서는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카메라를 확인해 봐야 일 수 있다고 해서 

     급한 마음에 점심도 거르고 부랴부랴 서비스센터에 갔다.

     카메라를 점검한 결과 카메라 바디, 미러 박스가 수명이 다 돼서 그런 거라서

     부품 교체를 해야 하는데 부품이 나와 있는 게 없고 일본에 주문해야 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모처럼 시댁 형제들과 먼 길 떠나는데 카메라가 고장 나 난감해 머리를 굴려보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부품 교체하는 거로 주문하고 돌아왔다.

     카메라 없이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마치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허탈했다.

     나 혼자 가는 것 같으면 날짜를 연기해도 되지만, 누구한테 이야기도 못 하고 

     혼자 가슴앓이하며 맥이 빠졌다. 

     이왕 엎질러진 물이기에 이틀 동안 마음을 다스리고 정해진 날짜에 출발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카메라가 고장 났다고 하니까 형님께서 동서 사진 담아야 하는데 

     하필이면 카메라가 이때 고장 나서 어떡하냐고

     요즘은 휴대폰으로 담아도 잘 나오니까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하신다.

     이틀 동안 마음을 다스렸지만 아쉬운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동서 넷에다 시누이 둘, 7인승 모하비 승용차로 가니까 짐 놓을 자리도 있고 안성맞춤이다.

     오랜만에 동서 시누이와 함께 먼 길 떠나니까 좀처럼 가라앉지 않던 카메라의 미련도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이 되는 것 같다.

 

     말이 시댁 형제이지 결혼해서 지금까지 7형제가 서운한 마음 한번 없이 지내 왔기에 

     친형제와 다름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부님께서 결혼할 때 하신 말씀이 우리도 형제들과 의좋게 지내 왔으니

     너희들도 형제들과 의좋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셨다.

 

     이번 여행은 여행의 목적지보다 함께 하는 그 자체가 여행이다.

     달리는 카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먹을 것도 많이 준비하고,

     달리는 차 안에서 화기애애한 이야기꽃이 피워지고

     중간중간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면 차에서 내려 쉬어가고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걸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형님은 수시로 여행하시기에 여행의 목적지에 관심보다

     형제들과 함께 어울리는 그 자체를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즐거워하셨다.

     형님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여행의 목적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여행지 또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정하라고 배려를 해줘서 몇 곳 되지는 않지만

     모두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정했다.

     다들 다녀온 곳이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흔쾌히 응해줘서

     카메라가 없어 아쉽고 서운했지만, 형제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고 

    이번 여행에서 다시 한번 형제들의 우애와 배려를 느끼며 먼 길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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