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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을유년 새해 아침을 덕유산에서.....

by 풀꽃* 2007. 4. 20.
언제;2005년1월1일~1월2일
어디;덕유산
코스;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정상-삿갓봉-무룡산-동엽령-향적봉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을유년 새해 첫 날 산행을 하기 위하여 교회 관리사무소에 모였다.
일행은 모두 여덟명, 원래의 산행지는 동해에 있는 청옥산, 두타산 이었는데 새해 첫 날 해돋이 인파로 길이 막힐 것 같아 산행지를 덕유산으로 바꾸었다. 덕유산하면 내가 좋아하는 산 중의 하나이다. 이번 산행이 네번째 산행이 된다.
덕유산 하면 사계절 모두 좋은 산행지 이지만 겨울 산행지로 손꼽을만 하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그 쪽에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이번 산행도 기대가 된다....

새벽 2시에 인천을 떠나 6시에 육십령에 도착하여 준비를 하고 6시 5분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코스는 육십령- 서봉 - 남덕유산 - 삿갓봉 - 무룡산 - 동엽령 -중봉-향적봉 으로 정하였다.
새벽공기가 몹씨 차가웠다. 렌턴의 불빛에 무언가 날리는 듯 한데 눈 같기도 하고 서리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으로 확인이 됐다. 입자가 너무 가늘어 땅에 쌓이질 않고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그래도 나뭇가지에는 체온이 있어 접착제를 발라놓은 것 처럼 눈이 달라붙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할미봉에 도착하니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가늘게 내리던 눈도 그치니 너무 아쉬웠다. 그나마 눈의 흔적이라도 카메라에 담기위해 기념촬영을 하였다.
할미봉을 지나 조금 가니 이번에는 난코스가 나왔다. 바위틈의 급경사... 여러개의 자일이 묶여져 있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나는 그런 코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한동안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는 눈이 전혀 없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에는 눈이 쌓여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일행 중 김화숙 권사님 부부가 보이질 않는다. 아무래도 향적봉까지는 무리일 것 같아 남덕유산에서 영각사로 하산할 것을 일러주고 우리 일행은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서봉을 앞에 두고 다시 눈이 쌓인 길이 시작됐다. 소백산에서 보는 설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나뭇가지에 명주솜을 붙여 놓은 듯 아름다웠다. 차가운 바람도 머금고 아름다운 설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돌아가며 기념촬영을 하였다.
앞으로 갈 길이 까마득 하여 걸음을 재촉 하였다. 조금가니 남덕유산 정상.. 그곳에 올라가니 거센 바람이 휘몰아 쳤다. 이건태 집사님, 이인호 집사님, 그리고 나 셋이서 기념촬영을 하기위해 15분 가량 몸이 동태가 되도록 기다렸지만 장원근 집사님은 끝내 오시질 않았다. 남덕유산 정상을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신 것이다.

남덕유산 부터는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눈이 있어도 길은 잘 놓여져 있었다. 등산객의 거의가 영각사-남덕유산-황점, 아니면 황점-삿갓대피소-향적봉 코스이지 우리 일행같이 장거리 코스는 없는 듯 하다.
월성치에 도착하여 바람이 없는 아늑한 곳을 택하여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추워도 산에서 먹는 밥맛은 정말이지 꿀맛~~~~
따끈한 물로 몸을 녹여 본다.

부랴부랴 짐을 챙기곤 다시 삿갓골재를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이번엔 삿갓봉엘 꼭 올라갈 예정이다. 세번의 산행을 했지만 삿갓봉엔 오르지 못했었다. 삿갓봉에 오르기 위해선 빠른 걸음이 필요했다. 능선을 타고가다 우측으로 삿갓봉 가는 길이 보였다. 이번에는 김태훈 집사님과 나만이 삿갓봉에 올랐는데 조망이 참 아름다웠다. 처음으로 가지고 간 카메라를 커내 사진을 찍었다. 이제 조금만 내려가면 삿갓골재 대피소가 나온다.
내려가 보니 장원근 집사님만 안보이고 모두 와 계셨다.
장원근 집사님은 다리에 무리가 온 것 같다. 앞으로 갈 길이 멀었는데 이걸 어떻한담!! 여기서 향적봉까지는 5시간이 소요된다. 길은 능선길이라 큰 어려움은 없는데 장원근 집사님이 다리가 아파 걱정이 된다.
14시 30분 삿갓골재 대피소를 출발하여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사진도 찍을만큼 찍고 설경도 볼 만큼 보았으니 걷는데만 치중했다.

덕유산은 다른 산과 달리 능선을 경계로 하여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로 나뉜다. 향적봉을 향하고 걷노라면 우측으로 금원산, 기백산, 황석산, 거망산 이 한눈에 들어온다.
10시간 가까이를 영하 10도의 추위에서 산행을 하니 몸이 경직이 된다. 걷는 것도 나의 의지대로 걷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저절로 발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추위에 몸을 움추리니 어깨가 경직이 되어 뻐근하다. 배가 고파 간식을 먹으려 해도 장갑 벗기가 두려워 배고픔을 참아가며 계속 걷는다. 장원근 집사님이 너무 많이 처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이인호 집사님이 장원근 집사님과 동행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신다. 이인호 집사님은 초행길이 아니니까 마음은 놓인다.

동엽령을 지나 중봉을 바라보며 점점 걷기가 꾀가 난다.
걸어도 걸어도 중봉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아까 본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벌써 5시가 넘어가고 있다. 향적봉이 멀리 바라 보인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 올 것이다.
랜턴이 있어 마음은 놓이지만 해가지면 기온은 더 떨어질 것이다. 힘은 들지만 걸음을 더 재촉해 본다. 한걸음 한걸음 귀하게 느껴진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처럼 강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껴본다. 순간 양옆의 나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우리는 잠시 지나치는 추위도 견디기 힘들어 하는데 겨우네 거센 바람과 눈보라를 맞아가며 버티는 나무들을 생각하면 위대한 생각이 든다.
덕유산 철쭉이 아름다운 이유는 거센 칼바람을 맞아가며 성숙 했기에 아름다움을 더해주는가 보다.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증거다.
뒤를 돌아 보아도 장원근 집사님과 이인호 집사님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랜턴을 꺼내어 야간 산행 준비에 들어갔다. 해가지니까 바람도 더 강하게 불어 체온이 뚝뚝 떨어진다. 추위를 견디려고 아하 소리도 질러 본다. 중봉을 눈 앞에 두고 올라가는데 바람에 못 이겨 몸이 휘청휘청 중심을 못잡겠다.
덕유산에선 중봉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데 어둠에 둘러쌓여 바람소리만 휭휭 들리고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몸을 지탱하기가 몹시 힘들다. 한발 한발 띄기가 시간이 걸린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이지 몸은 이미 균형을 잃었다.

어렵게 어렵게 중봉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중봉에서 조금 비탈진 곳에 두개의 텐트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이 추위에도 텐트를 치다니....
중봉에서 향적봉 대피소 까지는 그리 멀지가 않다. 그리고 내려가는 코스라 바람도 잔잔하다. 대피소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제는 살았구나......

우리 일행중에 내가 제일 먼저 대피소로 들어갔다. 뒤이어 이건태 집사님, 김태훈 집사님, 위원장님이 들어오셨다. 얼마나 고생들을 많이 하셨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버너에 불을 집혀 손을 쬐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보온병을 열어 뜨거운 물로 몸을 녹여 보지만 몸은 좀처럼 녹질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인호 집사님과 장원근 집사님이 오시질 않는다. 대피소 직원에게 구조요청을 하였다. 대피소 직원 두명이 매점 문까지 잠가놓고 구조를 나갔다. 한 분은 조금 후에 돌아오고 다른 한 분은 계속 구조를 하고 계신 모양이다.
한시간 반 동안 찾아 보았지만 불빛을 못찾고 되돌아 오셨다. 대피소 직원은 우리 일행 중에 책임자가 누구냐며 꾸짖으셨다. 산행중에 부상자가 생기면 앞에 세워야지 뒤에 놓고 오면 어떻하냐고.....우리는 할말이 없었다.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도 통화가 되질 않았다. 한참 후에 대피소에 있는 전화로 통화를 하니까 삼공리 주차장에 가 있다고 한다. 중간에 동엽령에서 안성 매표소로 내려가 김화숙 권사님과 통화를 해서 삼공리 주차장에 간 것이다. 그래서 일행 중 네명은 그 날 올라가고 우리 네명은 대피소에서 자고 이틑날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집에 왔다.

정말 이번 산행은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 만큼이나 힘든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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