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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오대산 노인봉

by 풀꽃* 2007. 4. 20.
언제;2005년6월11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오대산 노인봉
위치;강원도 강릉
코스;진고개-노인봉(정상)-낙영폭포-만물상-구룡폭포-금강사-주차장


3년전 여름 이곳을 다녀와서 아! 이런곳도 있구나!! 하며 감탄을 하였던 것이 떠오른다.
최고봉인 비로봉을 비롯하여 호령봉,상황봉,두로봉,동대봉의 5개 대를 합쳐 오대산이라 부른다.
산의 정상에는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뜩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하여 노인봉이라 붙여졌다 한다.
무릉계곡이라고 하는 청학동 소금강은 노인봉에서 발원하는 연곡천의 지류인 청학천에 의해 형성된 12Km의 계곡으로 1970년1월10일에 이미 명승 제1호로 지정될 정도로 계곡경치가 뛰어나다.
이율곡이 소금강이라 이름짓고 ,청학산기,를 남기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급경사의 험준한 산세,기암계석,층암절벽,폭포,담소,등이 마치 금강산의 축소판 같다.
무릉계를 경계로 내소금강과 외소금강으로 구분된다.
내소금강에는 천하대,십자소,연하담,식당암,삼선암,청심대,세심대,학소대 등의 명소가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9폭9담의 구룡폭포와 만물상 일대는 특히 절경이다.연하담 위에 있는 금강사는 비구니들이 수도하던 곳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와는 달리 쾌창한 날씨가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매번 빈자리의 산행이 오늘은 차안을 가득 채우고 1개의 보조 의자까지 필요로 한다.
윤창욱 회장님의 기도가 끝나고 6시15분 영동고속도로를 향하여 도로를 달린다.
차창의 들녘에는 낱알을 기다리는...파리하게 물댄논엔 농부들의 작은 희망이 숨을 쉬고 있다.
경기도를 벗어날 즈음에는 군데군데 하얀 아카시아 꽃도 눈에 띄인다.서울 근교엔 벌써 2주전에 다 떨어져 사그러졌는데 이곳엔 아직도 아카시아꽃이 있는걸보니 연분홍 철죽도 기대가된다.

9시30분 진고개 휴계소에 도착해서 기념사진 하나 남기고 산행은 시작이된다.
산행들머리는 해발950m의 진고개 휴계소이다.
좌측으로는 동대산을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처음부터 여유있는 몸짓으로 발을 옮긴다.오늘은 첫찌도 꼴찌도 없는 다같이 함께하는 산행을 하려한다.
어제 내린 비로 대지를 촉촉히 적셔 등산로는 먼지 하나 없는 촉촉한 길로 이어진다.
등산로 우측에는 소의 먹이로 심었는지 잡풀과 청밀도 보이고 또 가시오가피도 눈에 띄인다.
10여분 정도 펑퍼짐한 길이 끝나고 오름길이 이어진다.
그제만 해도 흙먼지 폴폴 코끝을 간지럽히더니 어제 내린 비로 길이 조금은 미끄럽다.
3년전 이 길에 쏟아부었던 내 흔적들을 기억해내며 새로운 감회에 젖는다.
완만한 오름길은 계속 그늘 터널로 이어진다.
산 공기를 다 말아 마실듯 큰 호흡을 하고 마음안에 가득 싱그러움을 담아보는 기쁨을 누린다.
윤창욱 회장님의 산행실력이 그간 얼마나 발전하였는지 이제는 선두대장을 하셔도 될만큼 손색이없다.
20여분 정도 오름길이 끝나면 주능선에 다달으는데 길옆 양옆에는 둥굴레를 비롯해서 많은 야생식물들로 가득하다.
몰지각한 사람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파헤쳐논 작은 구덩이들이 자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숲과 숲사이로 흐르는 신록의 햇살만큼이나 싱그러운 숲향기에 취해 잡념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오대산 산마루에 올라 마음의 티끌 씻어내고 초록의 물결에 날려버리니 비워지는 가슴한자락 소리없이 내려앉는 평안이 가득하다.
능선길을 따라 걷노라면 좁은 골목길과 같은 통로를 만나게 되는데 양옆으로는 잡목과 숲이 어우러졌는데 그 높이가 어찌 높은지!! 이제껏 많은 산행을 하였지만 처음 접해본다.

노인봉이 가까우면서 어제매단듯 그제매단듯 낡은것과 새것의 조화속에 산꾼들을 이끄는 길라잡이가 되고푼 빨강,노랑,파랑.....
표시기가 나뭇가지 끝에 나폴나폴 춤을 추고 있었다.
이정표의 가리킴을 따라 약간 경사진 길을 걷노라면 따가운 햇살속에 나는 서있고 주변의 산들은 나를 향해 서있다.
웅성웅성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정상이 다와간다.
먼저온 산님들!! 정상석끼고 사진찍느라 줄서 기다리고 있다.
장원근 집사님이 늦게 도착하신 틈을타 디카를 꺼내 우리 일행들의 사진을 찎기 시작한다.
마치 오늘은 내가 사진 작가라도 된듯 착각에 빠진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마치 구름위를 떠있는듯하다.
오대산의 다섯연봉과 웅장한 설악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또한 남동쪽으로는 광활한 대관령 목장이 마치 초록빛 양탄자를 펼친것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노인봉 대피소가 나오는데 나이를 가름하기 힘들정도의 하얀수염을한 남자는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정상을 뒤로함은 아쉬움이 많지만 오늘만은 그렇지가 않다.소금강의 하이라이트가 아직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약간 경사진 내림길은 산새들과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흰색과 보라빛의 라일락이 우리의 코끝을 향기롭게 해준다.
우리의 인생도 산행길에 비교가된다.오르막 길이 있고 능선이있고 내리막 길이 있는데........
지금 나의 위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아기자기한 내림길이 한참 이어지더니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우뜩우뜩 솟은 소나무들이 심심찬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몇년전 동생내외와 산행을 하면서 한 말이 생각이난다.
쭉쭉뻗은 아름드리 소나무를 보면 장로님감이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목련꽃같이 생긴 하얀 산 함박꽃도 자주 모습을 보이며 우릴 반긴다.꽃모양도 아름답지만 향기또한 그윽하다.
이제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계단도 나타나면서 노송들이 어우러진 거대한 산수화를 보는듯한 수려함이 뛰어난 곳이다.
시선이 바빠지기 시작한다.주변경치 눈에 담으랴 험한길 살피랴~
두눈가지고 감당하기엔 벅찬구간이 한참을 이어진다.
계곡이 가까와 오는지 물흐르는 소리가 시원함을 더해준다.
원래 폭포의 시작은 하늘이었다지!!
소문으로 자자하던 폭포는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첫번째 명소인 낙영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쏘아내린다.
폭포에서 계곡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우리의 일행들 윤창욱 회장님과 몇분의 집사님들이 벌써와 족욕을 하고 계셨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단 1분도 손을 담글수가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지고간 오이를 먹으며 정을 나눈다.
이제 다시 내려가며 점심먹을 장소를 물색 중이다.
조금 내려가니 계곡옆 커다란 바위가 우리를 기다리고라도 있었다는 듯이 우릴 부른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싸 가지고간 도시락을 내어 놓는다.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면서 먼저 디저트인 과일로 목을 축인다. 샛노란 파인애플이 어찌나 맛있는지 입에서 살살 녹아버린다. 향기또한 코끝을 상큼하게 해준다.
예배를 먼저 드리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두 팀으로 나뉘어져 순서가 바뀌었다.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밥먹기는 처음이다. 예배와 찬양으로 주님께 영광을 올려드리고 다시 계곡길을 따라 내려간다.
폭포에서 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광폭포, 백운대를 경유하게 된다.
조금 더 가면 청학동 소금강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만물상에 이르게 되는데 아래서 보면 마치 제주의 돌하루방을 연상케 한다. 하늘을 찌를듯한 만물상의 기암은 갖가지 아름다운 모습을 다 갖춘 소금강의 극치를 이룬다. 보면 볼 수록 감탄사를 자아내게끔 한다. 계속해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우측으로 9폭9담의 구룡폭포가 나오는데 장엄한 폭포의 물줄기가 우리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여러개의 철다리가 이어진다.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속을 들여다보니 한뼘지기 물고기들이 여유있게 왔다갔다 통신을 주고받는 것 같다. 계곡 한 옆에는 한줌의 재처럼 사그라질 갈잎들만이 서걱거리고 더러는 계곡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을 오염시키고 내려오는 길목엔 바람만이 마실다닌다.

구룡폭포를 지나 식당암을 내려서면 금강사 사찰이 나타나고 더 진행하면 청학 산장에 닿는다.
이렇게 하여 12km의 긴 계곡산행을 마무리 한다. 계곡이 좀 길어 지루하기도 했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주시고 또 좋은 일기속에 안전산행 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녁 눈을 감으면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가 보일것만 같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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