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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우중 아홉 봉우리들의 몸짓...(구봉산)

by 풀꽃* 2008. 6. 28.

언제:2008년6월21일(토요일) 날씨:비 그리고 맑음(우중산행)
어디:구봉산
위치:전라북도 진안
코스:구봉산 식당-구봉산-복두봉-명도봉-운일암,반일암계곡(산행시간6시간30분)


우중산행 구봉산!!
종주코스....A코스...코스의 제목부터가 생소하다.
이번에는 절대로 욕심이 아니다. 우중산행이라 짧은 코스를 원했지만...종주코스를 택하지 않으면 구봉산을 오를 수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종주코스에 발을 딛는다.
차가 목적지에 다달을 즈음 구봉산을 올려다 본 산하는 아홉 봉우리들의 몸짓이 아름다운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가슴이 설렌다.
구봉산...맘속으로 그려만 보다가 넘겨다만 보다가 그 예쁜모습 눈에 담고자 그 문턱을 다시 넘는다.
행여나 기대했던 맑은 하늘은 선을 긋는 빗줄기에 숨어버린 듯 텁텁하다.

비온뒤의 산정의 모습은 금방 세수한 스물한살의 청순한 얼굴같다.
산길로 접어들자 어제 매단듯 그제 매단듯 낡은 것과 새것의 조화속에 산꾼들을 이끄는 길라잡이가 되고픈 빨강,노랑,파랑.....표시기가 나뭇가지 끝에 나폴~ ~ 나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조차도 정겹게 느껴진다.
푸르른 산길은 고요함에 젖은듯한데.....우르르 찾아든 사람들로 고요를 깨운다.
초록빛 녹음이 하늘거리는 유월의 숲길은 한층 더 싱그럽게 보이고 바람결에 널어 놓은 얼굴엔 뿌듯한 행복이 가득하다.
바람은 바람대로~ ~ 나무들은 나무들대로~ ~ 새들은 새들대로~ ~ 모두가 주인인듯 제각각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는 인적이 끊긴 산길따라 산행은 진행되고 아직 비는 뿌리지도 않았는데 머리는 습도와 땀에 젖어 물에 빠진 새앙쥐 같다.

구봉산의 보물찾기는 바위봉의 호위속에 시작되고 오랫동안 되풀이된 경생사회의 길들여진 습성은 시도때도 없이 등을 떠미는지 말도 잊고 돌아봄도 잊고 쉬어감도 잊은듯 내달린다.
그래도 오늘은 우중산행이라 조금은 인심이 후하다.
시원한 공기가 장맛비의 에너지를 듬뿍 담고 가슴으로 들어온다.
잿빛구름이 파란 하늘을 잠재우고 땅아래 까지 내려와 자신의 색으로 채워나간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넘나드는 작은 움직임들이 한편의 서정시 처럼 구성지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구봉산의 아기자기한 재롱은 예뻣고 사랑스럽고 감격스럽다.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아쉬운대로 늘어 놓은 건너 능선 헤아리며 군데군데 묵은 세월이 묻어나는 노송 까지 한몫 거들고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자연스런 풍광들은 서성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채 한가로운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왼쪽으로 굵은 밧줄을 잡고 바위사면을 돌기도 하고 죽어 말라 비틀어진 가냘픈 나무조차도 기꺼이 누워있는 다리가 되어주고 사소한 돌부리 조차도 고마운 버팀목이 되어주는 숲속의 작은 어우러짐 속에 두손 두발 다 동원시켜 엎드려서 설설기고 ~ ~ 더러는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수많은 기쁨과 추억을 쌓아갔던 그 길에 다시 선을 긋는다.

어떤 상황이든 비는 달갑지 않은 길동무임이 틀림없다.
구붕산 정상을 300m 앞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태고의 신비로움을 가득 머금고 있는 구봉산....
왼쪽으로 거대한 바위벽 위에서 물줄기를 뿌린다. 6년전 이곳을 찾았을때도 그러했었는데 오늘은 비가 내려선지 수량이 더 풍부하다.

깍아지른 오름길....
바위벽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시원하긴 하지만 가파름이 심해 긴장 또한 늦출 수 없다.
우측으로는 수림이 울창한 원시림 밀림지대를 깔아놓은듯 풍광 또한 아름답다. 다래 넝쿨이 길게 늘어져 있고 얼기설기 잡목들로 숲을 가득히 들여놓은 풍광은 마치 키나바루 산행때 밀림지대의 풍광같기도 하다.
길게 늘어진 다래넝쿨을 보노라면 TV에서 본 타잔들의 놀이터 같기도 하다.
빗줄기는 더 강해지고 오름은 더 고개를 든다.
빗줄기와 오름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풍경같다.
오름길에 비까지 동반해 힘은 들지만...어찌 생각하면 그 빗방울이 고마움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
만일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더위에 지쳐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지도 못하고 주저 앉았을지도 모른다.

구붕산 정상!!
돌로된 막대모양의 정상석은 여름날의 장대비로 세례를 받고 있다.
6년전 이곳에 왔을때 이곳에서 점심을 먹던 곳이다. 두 개의 벤치의 모습도 그대로다.
그때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운장산 가는길.....
오던길 되돌아와 가파른 내림길로 접어든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나의 고집과 미끄럼을 태우려는 가파른 내림길은 팽팽한 줄다리기로 힘은 힘대로 들고 늘어지는 더딘 움직임 속에 한참을 이어간다.
야속한 내리막길의 행진 속에 되짚어 가야할 까마득한 오르막길 또한 야속하여 지레 겁먹지만 그 또한 삶의 이치인 것을.....
산죽나무가 등장하며 온몸을 스치는 차가운 세례를 얹는다.
한옥타브 내려앉은 빗줄기는 강한 바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한다.
그래도 지치지 않음은 바람이 열기를 식혀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시간을 밟고 지나가듯....거센 빗줄기도 바람이 저 산마루 넘어가듯 모습을 감춘다.
비그늘이 걷히고 강한 바람과 안개로 자욱하다.
거의 내 키만한 산죽나무의 군락지는 가도가도 끝이 없다.
길은 있으되 산죽터널로 뒤덮혀 마치 그들과 몸싸움을 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어릴적 술래잡기 하던 생각이 떠올라 쪼그리고 앉아보기도 하고 무릎을 굽혀 터널속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어떻하면 수월히 갈 수 있을까? 번잡스런 생각이 한참 자릴한다.
거리는 조금 떨어졌어도 앞뒤로 일행들이 있으니까 마음 속 위로라도 되지 혼자였더라면 무서워 엉엉 울었을 것이다.

복두봉 정상!!
앞서 간 일행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봉으로 된 정상엔 거센 바람만이 넘나들며 등을 떠민다.
팀장님을 비롯한 세명의 일행들...기다려주는 미덕도 없이 날쌘 노루들 같이 금새 사라져버린다.
산죽터널은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모습을 또 드러내고 다시 괴롭히기 시작한다.

짧은 바위능선에 접어들자 비온뒤에 하늘이 그려내는 운해의 몸짓이 그간 힘들게 걸어왔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시시각각 구름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감탄만 나올 뿐이다.
아름다운 풍광앞에서 성찬을 즐길법도 헌데.....길들여진 선두의 습관처럼 풍광도 잠시...모두 사라져버린다.
한참을 이곳에 앉아 풍광도 담고 행동식을 취한다.
설악산,노고단 운해처럼 장엄하지는 않지만 나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흡족한 풍경이다.
초록의 빛과 운해의 색깔을 덧칠했으니 참 아름다운 자연이다.
아름다운 풍광앞에서도 계속 머무를수는 없는 현실속에서 다시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
질긴 산죽나무길은 또 다시 이어지고 그 길이 끝난 자리에는 미끄러운 내림길이 바톤을 주고 받는다.
세상은 눈을 감은 듯 잿빛하늘을 드러 �똑耽�.....
낯선길 찾아 떠나는 개척자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고 이런저런 잔삭다리 생각들로 가득하다.
힘든 와중에도 간간히 만나는 들꽃들의 미소에 위안삼으며.....
헨젤과 그레텔이 떨구어 놓은 과자 부스러기 같은 꼬리표의 존재는 어둠속에 만난 불빛이었고 희망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를 그 꼬리표의 주인공이 그 순간 만큼은 친구였고 동료였고 스승이었다.
산을 오를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산이다.....
비에 씻겨내린 나뭇잎들이 생기를 되찾아 푸르름이 더하다.

안개 머물다 간 길섶에서 만난 들꽃들이 여름을 마중하고 길동무를 자청한다.
길은 있으되 갈잎들이 비를 맞고 되살아나 길의 흔적이 어슴프레 흐리다.
이리갔다~ ~ 저리갔다 ~ ~ 잃은 물건 찾듯이 헤메이면서 숨어있는 들꽃들을 만나는 기쁨도 누린다. 녹색 정원으로 들어서니 산들바람과 싱그러운 공기가 너무도 좋다.
하아얀 모시적삼 사이로 살짝 내비춰진 여인의 살결처럼 안개사이로 수줍은 듯 햇살이 비친다.
비온후의 초록빛 숲은 한층 더 싱그러워 보이고 촉촉한 바람이 실어다 주는 풀향기가 내 가슴에 번진다.
더딘 걸음에 뒤에 오는 일행 한 분이 함께 합류하게 된다.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준다더니.....흐린 길의 가늠도 서로 타협하며 걸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산은 언제나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변하는 것은 산을 찾는 발길들이 그랬고 비온뒤의 등로에 되살아나는 갈잎들이 그랬다....
예쁜 들꽃들이 여기저기서 맑은 햇살에 얼굴을 내민다.

은방울꽃 모양을 한 이름모를 꽃들이 심심찮게 피어있고 주홍빛 산나리꽃,노오란 돌양지꽃,보라빛 엉겅퀴꽃 , 그 귀한 산딸나무꽃도 고운빛으로 물들어 있고 산새들의 지저귐에 마음은 한층 밝아진다.
지나온길 되돌아보면 가늠도 하기 힘들정도로 먼 거리다.
우리가 걷는 걸음이 그다지 빠른 걸음이 아닌데 뒤에 오는 일행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기나보다. 경사가 완만한 오름길을 올라 명도봉에 도착했다.
잠시 쉬며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명도봉은 지도에도 없는 명도산우회에서 산우회의 이름을 붙여 세워 놓은 표지석이다.
인색하던 비표가 이곳에 모습을 보인다. 완만한 능선의 내림길은 그늘빛으로 드러�떠� 발길을 재촉하게 한다.
한참 후 우측으로 직벽의 내림길이 있는 곳에서 15분가량 알바를 하고 꼬리표도~ ~ 비표도 ~ ~ 없는 직벽의 하산길로 내려선다.
천국가는 과정의 길이 이러할까? 험하디 험한 내림길은 한참을 이어지더니 왼쪽으로 다시 내림길을 펼친다.
산너머 산이다더니....길은 갈수록 험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끼계곡도 만나고~ ~ 나무로된 이끼등걸도 보이고 ~ ~ 원시림 그대로의 풍광이 즐겁기 보다는 이 길을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뿐이다.
길을 잘못들음은 나의 모습이 그들의 모습이고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일께다.
적응 한다는 것....그리고 익숙해 진다는 것....그것은 고통을 자연스레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너덜로된 긴 내림길은 자연스레 길동무가 된듯...오래 동행을 한다.
조심조심 발을 딛어보지만 급한 마음에 넘어지기도 하고 지친 발걸음 직직 끌고 산길을 내려선다.
선두들이 앞에 간것은 알았지만 낯익은 비표를 만남은 반가움 그 자체였다.
선두와의 시차가 꽤 될텐데....꺼놨던 휴대폰을 켜는 동시에 팀장님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위치를 밝히고 다시 내려간다.

계곡의 물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온다. 마음같아선 지친몸 물속에 풍덩 담그고 싶지만 하산의 기쁨이 지난시간의 그 힘든 과정을 씻어주는 듯 하다.
오랜시간 기다려준 선두팀의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그동안 쌓인 피로가 눈녹듯 녹아내린다.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너무 바쁘게도 너무 빠르게도 살아가지 않고 차 한잔의 여유와 넉넉함으로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삶이였으면 좋겠다.
이 힘듬도 내일이면 또 다시 지우개로 슥슥 지워나가며 망각의 자리에 같은 그림을 그려 갈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 6월24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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