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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숲

남도 기행(선암사)

by 풀꽃* 2011. 4. 3.

언제:2011년 3월28일(월요일)  날씨:햇살이 고운 봄날

어디:순천 선암사

누구와:두 분의 지인님과 함께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월1일 아들이 결혼하고 시어머니께서는 한해 전 12월 폐암으로 사형선거를 받으시고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상황에서 아들이 결혼하고 신혼여행 길에 올랐을 때 4월4일 남도로 마지막 이별여행 길에 들었었다

꽃을 유난히도 좋아하시는 어머님이셨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님께서는 휄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길을 따라

생의 마지막 꽃구경 길에 드셨다.

늦은 밤 조계산 자락에서 1박을 하고 이른 아침 선암사로 향했다

종교가 기독교라서인지 많은 산에 발을 딛었어도 절은 아예~처다보지도 않고 스쳤는데

천년 고찰 선암사는 600년 된 매화나무가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돌담과 어우러진 청초롬한 매화꽃은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곳이기도 했다.

야트막한 돌담과 어우러진 토종 매화의 몸짓이 청초롬하고 여인네의 속곶 같이 고운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산사  한켠에는 "쳐진 올벚나무" 또한  정신을 혼미케 할 정도로 푹 빠지게 하였다

선암사 하면 전국의 유명 사진 작가들로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화장실의 풍경도 옛 그대로의 모습으로 뒤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손 때가 그대로 묻어있는 천년 고찰 선암사..

매년 매화가 필 무렵이면 늘 찾고 싶은 곳이었기에 해마다 이맘 때만 되면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매화축제를 며칠 앞두고 한적한 선암사로 향하는 임도길이다.

쭉쭉 뻗은 나목들이 아직 산죽들의 보호를 받으며 늦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듯 고요하다.

이 나목들도 얼마 후면 연둣빛 향연으로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겠지...

 겨우네 얼어있던 계곡도 졸졸졸 봄의 노래를 부르며 고요한 적막을 깨운다.

선암사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많은 야생화들이 생긋 고개를 내밀며 눈맞춤으로 반긴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각자각자 마치 보물이라도 만난 듯 행복에 겨운 모습으로

눈빛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소나무인지 전나무인지 초록의 여린 새 생명도 초록 웃음을 짓는다.

산빛이 고우면 물빛도 곱다.

계곡을 깨우는 청아한 물소리가 심신을 정화 시킨다.

그냥 걷자면 한참의 시간을 요구하겠지만 들꽃들과 이야기 나누며 걷다 보니 한걸음에 선암사에 닿은 듯 하다.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여겨 봐놨던 곳이어서 그리움으로 안아 본다.

 조계산 자락에 위치한 선암사..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은 언제 봐도 평온함이 내려 앉은 듯 하다

  

겨울의 끝자락이 길게 게으름을 피어선지 매화의 개화가 조금은 이른 듯 하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청매화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청매화의 청초롬함이 마치 이조시대 여인의 속곶같이 수줍은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많은 매화가 있지만 이곳 선암사의 매화는 수령 600년된 토종매화라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듯 하다.

  

 

 

  

 

 

선암사 매화축제를 며칠 앞두고 이곳저곳 공사의 손놀림도 바쁜 듯 하다

 

 산사 한켠에 처진올벗나무도 그 화려한 자태는 간데 없고 겨울의 끝자락이 길어서인지 아직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지내오면서 이곳 선암사를 늘 동경해 왔었는데 이렇게 허망할 수가...

마치 딴세상을 다니러온 느낌이다.

 

 

 

 

 

 

 

 

지난날 어머님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산사 한 바퀴를 돌아 보며 그때의 행복했던 마음을 꺼내 본다.

아마 내가 이곳 선암사를 더 동경했던 것은 어머님과의 마지막 여행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경내를 빠져나와 전통찻집 앞에 다달았을 때 뜨락 한켠에 복수초가 노란 미소를 띄우며 마치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안이라도 하듯 생긋 웃고 있었다.

이곳이 아니고 아마 산길에서 복수초를 봤더라면 그자리에서 방방뛰고 소란을 피었을텐데

그런 감회는 아니어도 사진으로만 봐오다가 직접 만나니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복수초와의 첫 만남이자 첫사랑이다.

 

 

 

 

 

 

 

선암사를 뒤로하고 임도에서 조금 벗어나자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는 보춘화가 소롯이 초록 웃음을 짓고 있다. 산행을 해오면서 종종 봐오던 란이어서 쉽게 알아볼 수가 있었다.

솔잎의 기운을 받아선지 싱그러움을 더한다.

제비꽃의 종류가 많지만 남산제비꽃은 그리 흔치 않은 꽃중의 하나다.

꽃잎이 마치 코스모스 이파리와도 같다.

이곳에서 첫 눈맞춤이다.

바위 틈 곱게 뿌리를 내리고 빼꼼히 보라빛 미소를 짓고 있는 제비꽃.. 그 자태가 참 곱다.

겨울이 길어선지 초록의 몸짓이 싱그럽고 사랑스럽다.

이곳을 오기전까지 선암사의 아름다운 풍광에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이 허탈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번 여행길의 첫째 목적도 선암사 매화를 보기 위함인데 긴 겨울의 끝자락이 꼬리를 길게 내려선지 선암사의 매화는 아직도 겨울잠에서 부시시 눈을 비비고 일어난 듯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그래도 공기 좋은 곳에 좋은 분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

그 허망한 마음도 생각을 고쳐먹으니 언제 그랬냐 듯이 해맑은 날 빨랫줄에 널린 하얀 옥양목처럼 새하얀 마음이다.

여행을 통해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여유로와지고~풍요로워지고~사랑스러워지나 보다.

 

이제 앞으로의 남은 시간이 나에게 어떤 마음을 안겨줄지는 모르지만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 만으로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햇살 고운 날 아름다운 자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내겐 큰 행복이고 감사함이다.

 

목적지로 가는 앞으로의 시간이 비록 나에게 실망을 안겨준다해도 나는 결코 후회를 하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 하루도 내게 주어진 선물이니 나는 그 선물을 소중히 생각하고 오래오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사랑하련다.

 

조계산자락 선암사를 뒤로 하고 우리나라에서 매화가 가장 일찍 핀다는 금둔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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