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서 금둔사로 가는 길에 낙안읍성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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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느껴지는 한 해는..
봄이 시작되면서가 아닐까란 생각을 가져 본다.
봄은 남으로부터 시작되고 봄의 시작은 화신으로 비롯된다.
봄날의 화창함과 설레임을 지나쳐 버리고 나면 마치 봄 앓이라도 하듯
봄 날이 설레이는 이유를 알아가며 처방전을 받아들면서부터는 그 설레임은 더 날갯짓을 한다.
세상은 봄이라 하는데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 머물러 있다
추운 겨울 눈 속에서 만들어진 매화 향은 꽃망울 터질 때 마다 세상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향기로 승화시킨다
해마다 봄은 새롭기 보다는 일상에 젖듯이 지나쳐 왔고 세상을 느끼는 것이 꼭 나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무심했던 것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의 일상이 깊숙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냥 걷기에도 따사로운 봄빛이지만 차안에서 느끼는 차창 밖의 따스한 햇살은 영락없는 봄빛이다.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진 산등성이는 끝없이 이어져 금전산 금둔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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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로 들어서니 홍매화, 백매화의 향이 청아한 소리와 어우러져 묘한 기운을 만들어 낸다
금둔사 홍매화 앞에 서니 코를 찌를 듯한 매화 향기가 주변을 감싸고 그 안으로 끓어 들인다.
선암사의 매화꽃이 아직 개화가 덜 되어서 인지 마음이 허전하고 걸음이 무거웠었는데 그 허전한 마음이 이곳에서 채워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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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매화가 가장 빨리 핀다는 이곳이야말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아담하게 자리한 금둔사..
경내가 매화 향기로 가득하다
이곳 매화의 개화 소식이 알려져 있어선지 발빠른 사진 동호회에서 많은 분들이 찾고 있었다
모두가 집채만한 카메라 하나씩 들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사진을 담는 것 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어느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따사로운 봄날 좋은 분들과 봄햇살 아래서 자연을 벗삼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행복함이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동지애가 바로 이런 편안함이 아닐런지...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연을 즐길 때가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인 듯 하다.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는 팔지 않는다고 했다.
금둔사 매화는 그런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진하지도 않은 매화의 청초롬한 모습에 그만 세상에서 찌들었던 시름이 한순간에 녹아 내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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