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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억새의 노래(영남알프스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by 풀꽃* 2012. 10. 27.

언제:2012년 10월 13일 (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영남알프스(간원산 신불산 영축산) <군립공원>

위치:경남 울산 울주 상북면, 삼남면

코스: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청수골-배내산장(유유자적 9시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33명 

 

 

영축산, 신불산, 가지산, 간월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을 통틀어 영남알프스라 부른다.

오늘 오르게 되는 산은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5구간중 2개 구간인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잇는 달오름길과 억새바람길이다.

들머리 배내고개로 시작해 간월산,신불산, 영축산을 잇는 연계 산행이다.

6년전 영남알프스를 종주를 했지만 이곳 간월산은 끝까지 잇지 못하고 중간으로 하산을 했기에

언제 기회가 되면 이곳을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발을 딛게 되었다.

 

어슴푸레한 고갯길을 올라 배내고개 능선에서 만난 일출은 황홀할만치 아름다웠다.

마치 일출을 맞이하러 온 것처럼 일출이 떠오르는 시간에 딱 맞게 배내고개 능선에 도착했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황홀할만치 아름다운 일출은 모두의 마음을 무아지경으로 만든다.

느낌이 달라설까?

매일 바라보는 일출이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해 오름은 또 다른 시각으로 보여진다.

오래 허락하지 않은 풍경은 눈 깜빡할 새 변해 버린다.

두 눈에 담는 것으로 부족해 사진에 담는다.

일출과 운해가 함께 어우러지진 풍광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고 인간이 감히 욕심낼 수 없는 풍경이다.

바람이 양념처럼 살짝 섞인 상쾌한 능선길을 걷는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영남의 산줄기가 가벼운 운해와 함께 너을춤을 춘다.

산아래로 누워있는 운해가 장엄한 자태로 순백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사람들은 각기 이 경이로운  풍경 앞에서 어떤 마음을 품을까?

자연은 인간처럼 고치려들지 않기에 어쩌면 가장 인간의 마음이 와닿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저들마다의 방식대로 즐기고 싶은 삶을 위로 받는다.

멀어져 있는 세상의 끝에서 저마다 맑은향을 마음가득 담는다.

가을로 접어든 능선길엔 점점이 주홍빛 옷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풍경은 어디 하나 날카롭거나 모난 곳 없이 느슨함이 평화로움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닿고 포근한 흙이 발을 감싸며 순박한 자연의 숨결이 스쳐온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지나도 일출의 아름다운 여운이 가시질 않아 수없이 산길을 벚어나 다시 바라보곤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출보다는 멀리 옅게 피어오른 운해가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길 양옆으로 가을옷을 입은 철쭉이 담을 쌓듯 이어진다.

이곳 배내고개에서 오르는 간월산은  봄에오면 연분홍 철쭉이 분홍빛 길을 열어줄 것 같다.

간월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크게 가파르지도 않고 오래된 벗처럼 낯설지도 않다.

오름길의 억새가 간월산을 알리는 듯 하다.

억새도 워밍업을 하듯이 신불평원의 수십만평 억새를 갑자기 만나게 되면 놀라 기절이라도 할까 봐 시작을 알려주는 듯 하다.

풀숲사이로 보라빛 산부추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띄이면서 가을 들꽃들이 듬성 듬성 모습을 보인다.

그 사이로 아직 떠나지 못한 계절이 멈춰있다.

매정히 흐르는 시간이 아쉬웠을까 봄에 피는 진달래가 아직도 떠나질 못하고 수줍은 듯이 피어있다.

아니면 철부지처럼 제 철도 모르고 서두른 것일까?

두 계절을 살아나기에는 녹녹지 않을텐데 누가 꽃들에게 나약하다 말할 수 있을까?

산에서 마치 보물을 만난 듯 하다.

간월산 정상

간월산 정상에 서니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듯이 발아래로 울주군의 풍경이 시원스레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 간월산 정상을 지나고부터는 은빛 억새의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다.

멀리 울산지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간월재의 광활한 은빛 억새가 바람결에 일렁인다.

영남알프스 구간은 이곳 간월산 에서 내려다 보는 억새의 풍광과 건너편 신불산 오름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축제가 열리고 있는 요즘 간월재에선 산상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울주오디세이는 은빛억새의 향연이 펼쳐지는 간월재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가며 산악 공연을 하고 있었다.

 "평화의 공존"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나무 합창단이 참석해 "하늘 그리고 산, 음악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었다.

신불평원의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이곳 간월재 억새다.

신불산으로 올라갈수록 고도가 높아 억새의 키도 낮고 이곳 억새만 못하다.

 

 

신불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풍광은 넋이 나갈만큼 아름답다.

창조주만이 자아낼 수 있는 멋진 풍광이다.

이곳을 오기전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볼 때는 올가을 신불평원의 억새가 별로인 것처럼 보였는데

와서 보니 생각보다 아름다워 다행이다.

 

이곳 신불산 정상에선 페러글라이딩도 하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선지 페어글라이딩맨들이 뜸을 들이고 있다.

신불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길게 이어진 평원지대의 억새능선은 여름 내내 초록의 노래를 부르고 있더니 가을옷을 갈아입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은빛 억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넓은 평원지대의 억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물들어 넓은 평원을 이루는 듯 하다.

지금 산의 품에 있기 때문에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하늘 높고 따사로운 가을날 넓은 평원에서 산상 만찬 시간이다.

먹는 즐거움 또한 산행의 소소한 기쁨이다.

 

 

 

점심을 끝내고는 멀어져가는 신불산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긴다.

 

 

가도가도 끝이 없이 펼쳐지는 하늘억새길 길섶에는 가을 들꽃인 산부추,구절초,쑥부쟁이, 용담,

산오이풀 등이 함초롬이 피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여름꽃인 산오이풀은 무슨 할 말이 있길래 아직도 못떠나고 가을을 노래하고 있을까..

 

광활하게 펼쳐지는 하늘억새길 그곳에서 나의 영혼은 온통 은빛으로 물들어 은빛 파도를 타고 길을 걷고 있는 듯 했다.

은빛 억새를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상충객들이 하늘억새길을 메우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저멀리 영축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6년전 왔을 때는 작은 정상석이 자리를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정상석이 보이는 것을 봐서

정상석을 새로 세운 것 같다.

전에 왔을 때는 통도사 쪽으로 하산을 했었는데 오늘 하산길은 영남알프스 종주할 때 신불산을 오르던 배내산장 방향인 청수골이다.

그곳 오름길도 만만치 않은 코스인데 하산길을 생각하니까 깍아지른 내리막 길이 아찔하다.

 

영축산에서 짧은 길이지만 안 걷던 길을 걸어보려고 함박등 방향 하늘억새길을 따라 걷다가 하산길인 청수골로 접어든다.

호젓한 산길을 걷는 것 또한 자연과 더 가까이 하기에 좋다.

하늘억새길과는 달리 등산객들의 발길도 뜸하고 한적해서 또다른 기쁨이 인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나무들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다.

오늘은 억새와 단풍과 가을 들꽃들을 한 눈에 보며 풍성한 가을을 마음에 담으며 유유자적

하늘을 날듯한 산행이었다.

나는 오늘 그 길을 걸으면서 내려 앉은 마음의 무게를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억새의 날갯짓처럼 하늘억새길 넓은 평원에서 마음의 무게를 비워내는 의식을 치루고

가쁜한 걸음으로 산을 내려선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내어주신 주님게 감사드립니다.

 

                                                                  2012년 10월 13일 ..............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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