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종주(둘째 날)

언제:2013년 6월 15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한라산(1950m)

위치:제주도 서귀포시

코스:성판악-사라오름-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 정상- 삼각봉 대피소-관음사(산행시간 9시간 30분)

누구와:교회(주안등산부 교우 15명)

 

 

 

 

 

 

 

 

 

 

 

 

 

 

 

 

 

 

 

 

 

 

 

 

 

 

 

 

 

 

 

  

 

 

 

 

 

 

 

 

 

 

 

 

 

 

 

 

 

 

큰앵초꽃

 

 

 

 

 

 

 

 

 

 

 

주님 주신 아름다운 세상

 

 

어제에 이어 비가 온다는 예보와는 달리 맑게 갠 하늘빛이다.

볕 드는 날만 기다렸던 들꽃처럼

성판악으로 들어서는 길은 고운 햇살이 반갑기 그지없다.

화산 돌로 쌓인 야트막한 담장 너머엔

갖가지 채소들이 푸른빛을 띄우며 푸른 유월을 노래한다.

 

마음 같아서는 어제처럼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은데

주말이라 상판악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햇살이 푸른 숲 속으로 비비고 들어와 숲을 간지럽히며 기분 좋은 숨결을 내뱉는다.

비가 온 뒤 산 빛은 스물한 살의 청순한 얼굴 같다.

 

짧지 않은 거리지만 길도, 그리고 숲도 그 풍경이 그 풍경인 것 같아도

한 발, 한 발 걸어 갈수록 다가서는 풍경들이 즐거운 설렘이 있는 길이다.

 

많은 사람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사라오름!

화산 폭발로 분화구를 이루고 그곳에 비가 고여 호수가 되어버린 사라오름

희뿌연 안개가 휘몰아쳐 온통 희뿌연 사위가 되었다가도

눈 깜짝할 새 언제 그랬냐는 듯 모습을 드러내다가도

안개가 다시 몰려와 호수를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안개의 춤사위는

렌즈로 풍광을 담는 사람들에게는 얄밉기 그지없다.

 

남한의 최고봉 한라산 정상!!

일출도, 운무도 없지만 탁 트인 조망에 원대한 기상을 느껴본다.

산 아래서 바라다보는 정상의 모습은 하늘과 맛 닿은 천상의 풍경이다.

누구나가 한 번쯤은 그곳을 꿈꾸는 곳이기에 길게 띠를 이은 등산객들은

마치 만리장성을 오르는 듯 길게 진풍경을 이루고 있다.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이기에

문명의 속도와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작은 두 발로만 이 거대한 산정을 켜켜이 돌며 걷는 일은 참 위대한 여정이다. 

 

바람이 흔들어도, 안개가 숲을 가둬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는 숲

인간의 지혜, 세상의 지혜, 또 다른 지혜를 얻게 되는

산이라 하는 멋진 풍광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마음이 절로 비워진다.

그것을 마음에 품고, 삶을 길러내고, 사람들을 넉넉히 채워줄 만한 넉넉한 풍요다. 

 

불확실한 내일을 향해 확실한 오늘의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 바로 한라산이 주는 지혜이다.

 

 

한라산 종주(둘째 날)

-성판악-사라오름-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 정상-삼각봉 대피소-관음사-

 

 

 

이번 한라산 산행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생화

큰앵초 꽃이 반겨줘서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