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산 빛은 벌써 짙은 녹음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여름 속에서도 계절은 벌써 가을을 재촉하고 있는 조짐이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선가? 계절을 앞세우는 게 서글퍼진다.
시간의 세계에는 쉼도 뒤돌아봄도 없다더니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싱그러운 녹색도 서서히 빛을 발하고 어느새 가을의 속편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가 열리면 생각하나 붙잡고 저울질하다 보면 하루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걸려있듯이 계절의 변화도 그와 같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계절은 약속도 없는데 달음질치고 있다. 인생의 계절로 본다면 가을이지만, 마음은 아직 파릇파릇한 봄인데 세월을 옮겨다 놓은 것 같다. 불현듯 불안한 마음에 시간의 흐름이 반갑지만은 않다. 할 수만 있다면 흐르는 시간을, 세월을 저 높은 나뭇가지에다 붙잡아 매고 싶은데 시간은 쉼도 뒤돌아봄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러고 보면 익숙해진다는 것과 길든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나이는 들어가도 마음은 늘 동심 속에서 뛰어 놀고 있으니까.
내 꿈이 넘실거렸던 푸른 시절.. 그 시절을 되돌아 보면 마음은 지금이나 별반 다름없는데 지천명의 고개를 지난 지도 아득하니 말이다. 오늘도 나는 나이를 망각하고 푸른 나이의 착각 속에 살아간다. 마음속 큰 바다 한가운데 행복 정원을 꿈꾸면서.. 이루지 못할 것일지언정 꿈꾸는 그 시간만큼은 행복하니까.
나이를 생각하면 아찔한 현기증을 일게 한다. 착각도, 망각도 나이가 들어가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흐르는 시간에, 떠나가는 계절에 가끔은 그렇게 외쳐본다. 야~야 시간아! 쉬기도 하고 더디 가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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