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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by 풀꽃* 2013. 11. 15.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비 지난 자리마다 촉촉한 가을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바람은 곱게 물든 나뭇잎을 흔들어 놓고 머무는 곳마다 심술궂게 잎을 떨군다. 오늘 아침엔 바람이 더 성이 났는지 가로수길 바닥이 마치 카펫을 갈아 놓은 듯 나뭇잎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다. 갈바람 사각거리는 나뭇잎의 흔들림!! 그 떨림이 그럴 법도 하다. 새봄 살긋한 바람 타고 돋아난 이파리는 신부의 순결한 풋풋함을 지니고 있다가 뜨거운 여름 볕을 한 몸으로 감싸 안고 푸른 노래를 부르다 소슬바람 산마루에 내릴 때쯤 서산마루에 지는 석양처럼 곱게 물들어 화려한 잔치 펼쳐 놓은 지 한 달여 지나고 나니 이제 생을 마감할 시간 앞에 그 떨림은 당연한 이치다. 내 인생의 끝자락도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저리 떨림으로 몸부림칠 테니까.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지난해만 해도 낙엽이 내린 가로수 길을 지날 때면 곱게 물든 이파리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면 감성에 젖어 걸음을 떼지 못했는데 그런지가 불과 일 년밖에 안 됐는데 이젠 감성이 무디어져 그전처럼 감동이 일질 않는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스쳐 지나는 작은 것 하나에서도 이젠 괜스레 마음이 슬퍼진다. 내가 나를 바라볼 때는 나이는 들어가도 마음은 늘 소녀의 감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다. 그러고 보면 낙엽이 내리는 것도 인생을 점검해 보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해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뒤흔든다. 과거와 현재 느낌이 다른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아쉬움과 허전함 때문일까? 올해도 내 삶의 색깔들이 또 한 겹 나이테를 두르듯 낙엽이 내리는 계절 길목에서 인생을 더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지나온 세월만큼 주름진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 없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해.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지만 그런 마음은 찰나에 순간이고 거울 앞에 서면 눈가에서부터 시작된 주름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그냥 있는 말이 아닌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구 하다고 며칠 전까지도 외치곤 했는데 순간 그 소리가 이제는 왠지 낯설 게 느껴진다. 이제까지 마음속에 담았던 기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또 다른 생각들로 일렁인다. 하지만 나이의 태가 많아질수록 성숙해 짐도 있다. 칼날처럼 예민하던 성격이 세월과 함께 둥글게 원을 그려가고, 욕심과 아집과 불평도 하나둘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던 것들이 감사로 다가온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나니 천국인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그리고 변한 게 있다면 세월이 짙어질수록 그리움으로 승화되는 마음을 신은 선물로 준 것일까? 지난 것들이 모두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내 나이 이쯤 되면 아픔조차도 고운 빛깔로 채색될 나이인 것 같다. 황혼의 노을빛처럼 가을이 저만치 이별을 고하는 작은 흔들림도 내 울림이 되어 가슴을 흔든다. 나이만큼 가을이 온다. 문제는 내 인생의 가을을 어떻게 갈무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황혼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내 사랑하는 소중한 인연들과 남은 시간을 더욱 소중히 아껴가며 사랑함으로 내 인생이 조금은 더 행복하지 않을까? 가을의 끝자락 작은 꽃바구니에 내 영혼을 닮은 듯한 소국 한 다발 소담스럽게 담아 거실 한편에 놓고 국화 향기 음미하면서 이 가을을 떠나보내고 싶다. 2013년 11월 15일 가을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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