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며 추억하며 / 들꽃향기
언젠가는 내 앞에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지난해 지리산 종주를 할 때만 해도 거뜬히 해냈는데 믿기지 않을 만큼 급속히 무릎이 안 좋아졌다. 위에 빨리라는 단어에서도 말해주듯 그만큼 아쉬움이 가득하다. 긴 역사의 시간이라고 할 만큼 소중한 시간을 돌아보며 추억해 봐도 모든 게 감사이고 사랑으로 산에서의 시간보다 더 행복한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나의 나 된 것도 산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고, 다시 돌아보며 추억해 봐도 따스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산행하면서 때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조차도 달콤할 만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자리하고 있다. 지난 추억 보석과도 같은 편린들이 추억 창고에 켜켜이 쌓여 그리움을 피워내고 있다. 산이 오르라 해서 올랐고 산이 품으라 해서 품었을 뿐인데 이제는 산에서 하산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빈 몸으로 산 정상에 우뚝 서서 망부석이라도 되고 싶어진다. 나이 들수록 하루하루의 시간이 너무나 귀하고 소중하기에 시간만 나면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 중이다. 된서리를 맞은 후에야 고운 빛깔과 향기를 내는 산국처럼 나 또한 아픔을 통해 더 향기 있는 삶을 살려고 생각한다. 내게 산이 아니었으면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득문득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그만큼 나에게 산은 커다란 비중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내게 건강을 가져다준 것도 산이었고 성격을 변화시킨 것도 그러고 보면 산이었다. 매사에 도전하기보다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을 좋아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화려한 원색보다는 중간 색조를 좋아하고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도 안도하기를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화려한 가을 산 보다 봄 산을 좋아하는 이유도 나의 온화한 성품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내 어이 산을 잊을 수 있겠느냐마는 이제 내 마음에서 그리움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할 때인 것 같다. 그런데 내 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산 그리움은 잊으려 하면 더 깊이 파고들어 어쩌지도 못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 여행을 하며 그때는 이래서 좋았고, 그때는 이래서 좋았어하며 돌아보며 추억하고 회상하곤 한다. 이제까지 산이 내게 준 선물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느냐마는 내 안에는 보석보다 더 빛나는 산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나는 그 무엇보다 뿌듯하고 행복하다. 이제는 그 산을 찾고 싶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추억하며 보듬으며 그리움을 풀어가며 마음 여행을 하려 한다. 그리움이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리움도 행복이라 하였으니 나 마음 아파하지 않고 이제 산을 바라보고 추억하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친구 하나 사랑으로 품고 그리움의 편린들을 알알이 모아 허전함을 채워나가며 아픈 마음 사랑으로 보듬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내 안에 삶을 무늬 지게 하는 그 설렘은 비록 없어도 그리움의 호수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것처럼 그리움을 피어가며, 나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수놓아 가며 내 삶에 아름다운 사랑이기를.. -2014년 4월 30일 지난 시간을 바라보며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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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구님들 4월 마무리 잘 하시고,
가정의 달 5월 좋은 일들로 웃음꽃 피우며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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