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기 느껴지던 날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미용실 숍!
벌써 계절에 맞게 소파 위 쿠션도 가을 분위기다.
내가 이 미용실을 단골로 다닌 지도 벌써 15년째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원장님이 나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해주니까 단골로 찾게 된다.
달콤한 비스킷 곁들인 차 한 잔 앞에 놓고 스피커에서 흐르는 음악에 마음을 매달아 본다.
가을로 가는 길목 흐릿한 잿빛 도시 나직한 쇼 윈도엔 반소매 차림이 벌써 스산해 보인다.
오늘따라 음악과 바깥 풍경이 잘 조화되어 초가을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 향기에 젖어 왠지 모르게 나의 헤어 스타일도 가을 분위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은 왠지 가을 여자가 된 것 같다.
이런 날 국화 향기까지 드리워진 숍이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가을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질 텐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규모가 꽤 큰 미용실인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부가 미용 기술을 배우러 숍에 왔다가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에 미용 기술을 접고 주방 일을 하고 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상이 좋은 그 여인은 주방에서보다 미용실 숍에 더 어울리는 인상을 풍긴다.
오늘따라 가을 분위기 나는 옷을 입고 미용실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엔 언제 봐도 친근감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대부분 사람이 미용실에 올 때는 조금은 무거운 느낌이지만 머리에 변화를 주고 돌아갈 때는
화사한 모습에 대부분 기분 좋은 표정이다.
미를 추구하는 곳이어서 인지 주방 일을 하는 그 여인도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 있어 보인다.
그래서 집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계절을 먼저 느끼는 건 젊음이다.
성미 급한 젊은이들은 계절을 먼저 느끼려고 긴 팔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그래서 계절은 여자의 옷차림에서 먼저 온다고 했다 보다.
거울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마음은 아직 푸른 나이 같은데 거울에 비친 얼굴엔 골골이 주름투성이다.
이 가을만이라도 거울을 보지 말고, 마음이 동요되는 대로 감성의 나이로 이 가을을 느껴보자.
지난 추억 바라보며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바라보며 추억하며 이 가을엔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만의 가을 풍경화를 그리면서 이 가을을 만끽하며 소박한 환희의 송가를 불러보자.
가을로 가는 길에 그리움을 담은 마음의 밑그림도 필요하겠지?
내 일상의 조각천들이 하나하나 곱게 수놓아져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추하지도 않은
청아한 빛이 가득 담긴 수채화 같은 풍경화가 그려졌으면 좋겠다.
그리운 이름끼리 푸른 날갯짓 온전히 피워내는 가을이고 싶다.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은 법이라고 했던가 가을 향기 가득 안고 미용실에서 돌아오니 주인 없는 빈집에 선물이 도착해 있다. 포토메리온 친구에게서 온 포토메리온 머그잔이었다. 포토메리온 친구라 함은 언젠가부터 그 친구에게 내가 붙여 준 이름이다. 포토메리온 제품 하나도 없는 나에게 하나씩 보내준 포토메리온 제품이 이제는 손님상을 봐도 될 만치 커피잔을 포함해 반상기가 되었다.
시간의 흐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고 간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 떠나기 싫은 여름이 앙탈이라도 부리듯 남쪽 지방엔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져 비 피해가 속출 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딴 세상을 사는 듯 가을로 가는 길목에 가을 향기 가득 느낀 기분 좋은 하루였다. 비 피해 더는 없기를 바라며, 이 가을엔 소국 한 다발 거실에 들여 놓고 가슴 가득 가을을 피워내는 선물 같은 가을이었으면 한다. < 2014년 8월 25일 가을 향기 느껴지던 날 / 풀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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