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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가을로 가는 길목

by 풀꽃* 2014. 10. 1.

         

        

       

           

          가을로 가는 길목 

 

          

          내 인생의 가을로 가는 길도 저 산빛처럼 물들고 있을까?

          빛 잃어가는 산빛을 보니 왠지 서글퍼진다.

          곱게 물들어 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검푸른 빛을 띤 산빛을 보니 칙칙한 게

          내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 같아 나도 모르게 거울 앞으로 다가가게 된다.

 

          아직 마음은 푸른 기억을 떠올려 봐도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없는 것 같은데

          내 나이 이제 중년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 이젠 어쩌지도 못하고

          중년이란 이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써 외면해 보지만 그건 마음일 뿐이다.

 

          아침이면 태양과 함께 아침을 열고, 저녁이면 별을 헤아리며

          맑은 인생의 향을 피워가며 살아도

          숙성되어 가는 인생은 세월 앞에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마음을 젊게 가져도 육신은 여기 툭, 저기 툭 신호를 보내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육신은 알게 모르게 퇴색되어 가고 있다. 

 

          여름은 급류를 타고 건너갔지만, 가을은 한낮 햇볕처럼 길게 누워

          웃음을 잃어가는 이에겐 하얀 이빨 드러내고 웃을 수 있는 계절이고

          그리움이 목마른 이에겐 그리움을 원 없이 풀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가을 모든 이들이 행복함을 느끼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가을도 이처럼 풍성함으로 넉넉한 가을이었으면 한다. 

 

          나는 오늘도 가을을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

          소국 한 다발 사 들고 집으로 들어서며 그윽한 향을 피워 본다.

          거실 안이 금세 가을 향기로 가득 번져 나간다.

          맑게 꽃물 든 자리에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노란 감국차 한 잔 내려놓으니

          가을의 현을 타고 이 가을 부러울 게 없다. 

          그래 가을은 바로 이렇게 느끼는 거야. 

 

          된서리를 맞은 후에야 고운 빛깔과 향기를 내는 산국처럼

          지난 시절 아픔을 딛고 난 후에야 이제 뒤늦게 나만의 향을 피워 본다. 

          소국 한 다발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가치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가치가 있다.   

          소국 한 다발에 눈물이 날 만큼 행복이 안겨온다.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세포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간지럼을 태운다.

 

          사람이 그럴싸하게 나이를 먹는 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고 보기 좋은 일이다.

          중년의 자리에 서게 되니 어깨에 지고 있던 짐도 하나둘 내려놓게 되어

          얼마나 홀가분하고 자유로운지 세상을 날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서글퍼 할 일만은 아니다.

 

          가끔 아는 분들 이름을 깜빡일 때가 있지만

          이 또한 자연의 순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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