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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상념

by 풀꽃* 2016. 12. 7.

 

 

 

어느 한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는가 하면

세월이 화살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배꼽 지고 웃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웃음이 나오지 않아 억지웃음 지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이게 나이 들어가는 현상인 것 같다.

 

새롭게 열린 12월!

가을이 머물던 자리에 겨울이 터를 잡고 스치는 찬 바람이 살아갈 시간을 일으킨다.

가을 앓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단풍은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울창한 숲으로 보이지 않던 하늘도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드러내며

쓸쓸한 초겨울 편지를 쓴다.

계절을 앞서가는 여성처럼 이미 가을옷을 벗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적절하게 계절을 맞는 나무도 있다.

가장 안쓰러운 건 나뭇가지에 몇 잎 남지 않은 낡은 이파리의 춤사위다.

마치 사형선고를 받아 놓고 죽음을 앞둔 인간의 모습과도 같다.

 

아직도 내 안에는 지난 계절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자연의 순리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이제 시린 겨울과 지낼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해도 기운이 다운된다.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깊숙이 파고드는 찬 기운

손끝 시리고 발끝 저리는 계절이 바로 코앞에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명언처럼 이 겨울 시림조차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을이 진 지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대지가 온통 갈색 덮개다.  

반면 광활한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다.

푸른 하늘빛을 보니 내가 걸어온 과거 그 시간 속 푸름이 아득하게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미래는 요즘 바라보는 풍경 같다.

현실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늘인데

생각의 끝은 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상념에 젖어있다. 

 

인생이 긴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찰나이다.

하루하루 사랑으로 채워가도 짧은 인생이건만 그 소중한 시간을

놓아야 할 것과 잡아야 할 것을 하지 못한 채 무의식중에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생멸 전변(生滅 轉辯)하여 상주(常住)함이 없이

덧없이 흘러간다. 

그러기에 이 한 날도 사랑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시린 겨울 무채색 풍경까지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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