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는가 하면
세월이 화살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그리고 배꼽 지고 웃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웃음이 나오지 않아 억지웃음 지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이게 나이 들어가는 현상인 것 같다.
새롭게 열린 12월!
가을이 머물던 자리에 겨울이 터를 잡고 스치는 찬 바람이 살아갈 시간을 일으킨다.
가을 앓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단풍은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울창한 숲으로 보이지 않던 하늘도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드러내며
쓸쓸한 초겨울 편지를 쓴다.
계절을 앞서가는 여성처럼 이미 가을옷을 벗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적절하게 계절을 맞는 나무도 있다.
가장 안쓰러운 건 나뭇가지에 몇 잎 남지 않은 낡은 이파리의 춤사위다.
마치 사형선고를 받아 놓고 죽음을 앞둔 인간의 모습과도 같다.
아직도 내 안에는 지난 계절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자연의 순리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이제 시린 겨울과 지낼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해도 기운이 다운된다.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깊숙이 파고드는 찬 기운
손끝 시리고 발끝 저리는 계절이 바로 코앞에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명언처럼 이 겨울 시림조차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을이 진 지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대지가 온통 갈색 덮개다.
반면 광활한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다.
푸른 하늘빛을 보니 내가 걸어온 과거 그 시간 속 푸름이 아득하게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미래는 요즘 바라보는 풍경 같다.
현실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늘인데
생각의 끝은 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상념에 젖어있다.
인생이 긴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찰나이다.
하루하루 사랑으로 채워가도 짧은 인생이건만 그 소중한 시간을
놓아야 할 것과 잡아야 할 것을 하지 못한 채 무의식중에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생멸 전변(生滅 轉辯)하여 상주(常住)함이 없이
덧없이 흘러간다.
그러기에 이 한 날도 사랑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시린 겨울 무채색 풍경까지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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