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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어머니를 회상하며

by 풀꽃* 2021. 7. 4.

         

 

         시어머니 돌아가신 지가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세월이 흐를 만큼 흘렀어도 어머니의 그리움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깊어만 간다.

         가족 생일이 있는 이맘때면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져 어머니의 육성(肉聲)이 들리는 듯하다.

         어머니께서는 가족 생일이 돌아오면 축의금을 일일이 챙겨주셨다.

         어머니 생신은 내 생일과 일주일 차이인데, 지난주 생일 모임 때

         어머니께서 생전에 계실 때 생일을 챙겨 주셨던 생각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

 

         어머니 생신날이면 시댁 식구와 어머니 외가 식구들이 모두 모여 어머니 생신을 축하해 드렸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어머니를 뵈러 오는 손님마저 끊겨 어머니의 빈자리가 피부에 와닿는다. 

         어머니의 사랑을 말로 표현하려면 몇 날 며칠을 해도 다 못할 것이다.

 

         아이들 어릴 땐 손주 셋 다 업어 키워 주시고, 놀아 주시고 잠잘 때도 어머니 몸에서

         아이들이 떠날 날이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은 오로지 집안 살림과 아이들 모유 수유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디 그뿐인가 집 안 청소까지 도맡아 해주셔서 어머니의 무릎을 보면 검게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자녀를 두지 못해 막내 시동생네서 지금의 남편을 출생하자마자 양자로 데려와 키우셔서

         나에게는 시부모가 두 분이시다.

         내가 결혼할 땐 아버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홀어머니이셨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동서(남편 생모)와

           나이도 같으시고 생일도 열흘 차이다. 

         어머니께서는 남편을 양자 하기 전에는 시댁과 친정 조카들을 키워주시고 이웃에 있는 아이들까지

         내 자식처럼 돌봐 주시곤 했다.  

         어머니께서는 그만큼 사랑이 많으시고 후덕하셔서 이웃에 사는 분들도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셨다.

 

         딸만 다섯인 가정에서 자란 나는 친정에서 엄격하게 자랐는데

         결혼을 하고는 생모와 양모 두 분 어머니의 사랑을 한없이 받았다.

          오랜 세월 시어머니와 한집에 살면서 서로가 감정 상하는 일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고부간의 사이가 각별해 시어머니와 나는 주변에서 모두 부러워하는 고부간이었다. 

         친정에 아들이 없어 엄마가 혼자 사셨는데 아이들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들 데리고 친정 가서 한 달 정도 있다가 오면, 시어머니께서는 더럽지도 않은 옥양목 홑이불을 뜯어 빨아

         풀을 먹여 다듬이질해서 시쳐 놓으시곤 했다.

          "어머니 더럽지도 않은 홑이불을 왜 빠셨냐고 하면" 우두커니 있으면 뭐 하냐고 심심해서 빠셨단다.

 

         내가 40대 중반에 몸이 많이 아파 가사 돌보기가 어려워 아이들 어머니께 맡기고

         언니와 동생 집에서 요양할 때도 어머니께서는 집 걱정은 요만큼도 하지 말고  

         얼른 나아 갖고 오라고 환한 미소를 보내 주셨던 어머니!

         아침에 내가 산에 운동하러 갈 때면 집안일은 내가 할 테니까

         늦었으니까 얼른 가라고 등 떠밀어 주셨던 어머니!

           며느리가 아프면 걱정이 돼서 속이 상하실 텐데도 어머니의 속내는 드러내지 않으시고

         오로지 며느리만을 위해 사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머니의 사랑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고 깊은 것 같다.

         지금의 내가 건강을 찾은 것도 어머니의 사랑이 없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 보는 어머니인데도 왜 그렇게 어머니가 좋은지 어머니가 노인정에서 돌아오시면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서 어머니 하며 달려 나가 문을 열어 드리곤 했다.

         어머니 또한 내가 멀리 큰 산 갈 때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며 등을 두드려 주시고

         늦은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기다리셨다가 애미 이제 오냐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2005년 12월 폐암 진단을 받으시고 5개월간 투병을 끝내고

         2006년 5월 23일 87세에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길을 따라 가족 품을 떠나셨다. 

         어머니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이 너무 커서인지 어머니 병간호하면서

         대소변을 받아 내도 하나도 힘든 줄 모르고 했기에

         나도 며느리한테 잘하면 이다음에 내가 아프면 며느리도 나 같은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며느리에게만 잘해 주시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셔서

           어머니를 아는 분들은 어머니를 서로 모셔 가서 며칠씩 지내다 오시곤 했다.

           어머니께서는 나의 어머니만이 아닌 모두의 어머니이셨다.          

           어머니께서는 남동생이 세 분 계셨는데 어머니와 며느리 관계가 좋으니까

           외삼촌들 사랑까지 듬뿍 받았으니 시댁에서 나만큼 사랑받은 며느리는

           아마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어머니께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믿지 않는 가정에 와서 시어머니와 남편을

           천국 백성으로 인도한 것이 가장 보람 있고 잘한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천국에서 사랑으로 애지중지 키우셨던 손주들이

           모두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시고 흐뭇해하실 것이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7월 4일(음력 5월 25일) 어머니 생신날에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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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명기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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